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336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2.jpg


'하염없이 배우고 하염없이 비우면, 내 꼴에 대해서 외롭고 깊게 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문장을, 그리고 '공부'의 일을 신뢰하게 되었다. 이 공부가 나를 이길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다.





*첫 문장의 원문이 되는 선생님의 글(블로그)을 찾을 수 없어서, 원문 글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대략 기억을 따라 적은 문장이어서, 원문과 조금 다를 수 있어요.

  • ?
    실가온 2021.07.14 11:26
    홍색(紅色)이 거록하여 붉은 기운이 하늘을 뛰노더니, 이랑이 소래를 높이 하여 나를 불러,

    "저기 물 밑을 보라."

    외거늘, 급히 눈을 들어 보니, 물 밑 홍운(紅雲)을 헤앗고 큰 실오리 같은 줄이 붉기 더욱 기이(奇異)하며, 기운이 진홍(眞紅) 같은 것이 차차 나 손바닥 넓이 같은 것이 그믐밤에 보는 숯불 빛 같더라. 차차 나오더니, 그 우흐로 적은 회오리밤 같은 것이 붉기 호박(琥珀) 구슬 같고, 맑고 통랑(通朗)하기는 호박도곤 더 곱더라.

    그 붉은 우흐로 훌훌 움직여 도는데, 처음 났던 붉은 기운이 백지(白紙) 반 장(半張) 넓이만치 반듯이 비치며, 밤 같던 기운이 해 되어 차차 커 가며, 큰 쟁반만 하여 불긋불긋 번듯번듯 뛰놀며, 적색(赤色)이 온 바다에 끼치며, 몬저 붉은 기운이 차차 가새며, 해 흔들며 뛰놀기 더욱 자로 하며, 항 같고 독 같은 것이 좌우(左右)로 뛰놀며, 황홀(恍惚)히 번득여 양목(兩目)이 어즐하며, 붉은 기운이 명랑(明朗)하여 첫 홍색을 헤앗고, 천중(天中)에 쟁반 같은 것이 수렛바퀴 같하야 물 속으로 치밀어 받치듯이 올라붙으며, 항, 독 같은 기운이 스러지고, 처음 붉어
    겉을 비추던 것은 모여 소혀처로 드리워 물 속에 풍덩 빠지는 듯싶으더라. 일색(日色)이 조요(照耀)하며 물결에 붉은 기운이 차차 가새며, 일광(日光)이 청랑(淸朗)하니, 만고천하(萬古天下)에 그런 장관은 대두(對頭)할 데 없을 듯하더라.
    ———————

    조선 영조 때 의유당 김씨라는 여성이 쓴 동명일기입니다.
    고1 국어 교과서에서 가끔 보게 되는 글인데 동해의 일출을 묘사하고 있어요. 해가 떠오르기 전 바다에 비친 기운을 ‘소혀’로, 수평선 위에 조금 떠오른 모습을 손바닥 너비같은 숯불에, 수평선 그 위로 동동 떠오른 모습을 회오리밤, 하늘 위로 치솟은 온전함을 커다란 쟁반으로. 참 세세하게도 관찰을 해서 이렇게 하나의 사물을 바라보는 것은 왜 가능했으며, 관념의 깃발을 꽂느라 안달인 지금, 이제는 지쳐서 그마저도 하지 않고 제 동굴에 갇혀버린 이유가 무엇인지, 저를 둘러싼 불모성에 미끄러지고 있을 뿐입니다.

    ‘하염없다’, ‘하염없다’ ‘하염없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6 속속(74회) 1 file 유주 2020.04.17 166
155 <인간의 글쓰기 혹은 글쓰기 너머의 인간>출간 2 file 지린 2020.04.22 332
154 5월, 책마치 file 藏孰 2020.04.25 245
153 75회 속속 file 유주 2020.05.01 198
152 입식 준비 中 file 희명자 2020.05.03 191
151 5월 2일 책마치 file 유주 2020.05.06 337
150 입식 의자 소식, 1 file 희명자 2020.05.12 249
149 속속(76회) 1 file 유주 2020.05.15 224
148 손, file 희명자 2020.05.25 198
147 花ひじり file 희명자 2020.05.29 226
146 속속(78회) file 유주 2020.06.13 241
145 속속(79회) file 유주 2020.06.24 216
144 속속(81회) 1 file 유주 2020.07.22 242
143 82회 속속 file 유주 2020.08.11 215
142 속속(83회) file 유주 2020.08.20 228
141 84회 속속 file 유주 2020.09.17 202
140 85회 속속 file 유주 2020.09.27 205
139 인생의 고통 file 희명자 2020.10.29 157
138 87회 속속 file 유주 2020.10.29 135
137 88회 속속 유주 2020.11.12 197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3 Next
/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