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307 추천 수 0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20230318-k선생님2.jpg


 

심검(尋劍), 차방에 앉아 계신 선생님

 

*

무릇 귀한 것은 얻기 어렵고,

그것을 얻고자 한다면 우선 다른 것을 끊지 않을 수 없으니,

수행자의 경의(敬意)란 곧 심검(尋劍)을 행하는 삶의 자세다.

(차마 깨칠 뻔하였다, p81)

 

*

能改能移不退轉(능개능이불퇴전)

능히 고치고 능히 옮겨서 물러서지 않는다. 돌아가지 않는다.

 

*

생각은 공부가 아니라고 한 것처럼, 자기차이화의 변덕스러운 연쇄에 불과한 생각들이 을 채우고 있다면, 그 안에는 아무런 희망도 없으며, 또 바로 그 이유 탓에 밖에서도 희망의 불씨를 지펴낼 수가 없는 것이다. 생각에 의해 사회적 결속을 이룬 안-(-)에서 얻은 칼은 등만 있고 날이 없어 그 달콤하고 치명적인 이자관계를 벨 수가 없다. 칼은 내 것이 아니고그러므로 네 것도 아니다. (차마 깨칠 뻔하였다, p81-82)

 

 

저는 선생님의 말씀을 생활 속에서 벼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품으며 지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질문을 품는 것과 그것을 위한 실천은 다르다는 것을 여실히 느낍니다. 왜냐하면 선생님의 가르침은 제 생활 속에서 지며리 자리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장숙에서 공부하는 중에 제 깜냥만큼의 작은 소득을 얻고 있습니다만 근래에는 생각은 공부가 아니다.’라는 말씀이 더욱 무겁게 다가옵니다.

 

차방에 앉아 계신 선생님을 뵙습니다.

 

무릇 귀한 것은 얻기 어렵고, 그것을 얻고자 한다면 우선 다른 것을 끊지 않을 수 없으니, 수행자의 경의(敬意)란 곧 심검(尋劍)을 행하는 삶의 자세다.”라는 말씀을 되새깁니다. 돌아갈 수 없는 운명 앞에서 물러서지 않기 위해 能改能移不退轉(능개능이불퇴전)의 문장을 붙잡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생각들을 비우기 위해 오늘도 규보(蹞步)합니다. 공부길이 아득하지만 계속 걷겠습니다

  • ?
    肖澹 2023.04.28 09:53
    ’생각은 공부가 아니‘라는 사실이 자명해 질 때, 그 생각의 환유를 끊고 나오는 실력이 있다면, 그 실력을 일러, ‘타자를 만나는 경계로의 부단한 이동’이라고 말해 볼 수 있을까요.
    만일 그렇다면, 생각으로 일별되는 자기 에고를 낮추며 그 경계에 서기 위한 탁절한 방식으로, 타자를 듣고 말하여 생성되는 세상을 알게하는 ‘대화’를 꼽고, 키워지는 도량 담을, 보다 큰 ‘개념’과의 만남을 꼽고, 차분해진 자기속에 홀로 앉아, 茶 한 잔 들어 올릴 수 있는 허적(虚寂)의 틈이 있는 ‘생활’을 꼽아 볼 수도 있을까요.   

    환기되는 정신 속에 그 '반 걸음' 전위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
    수잔 2023.05.09 07:40
    '타자를 만나는 경계로의 부단한 이동', '타자를 듣고 말하여 생성되는 세상을 알게하는 대화', '개념과의 만남', '허적의 틈이 있는 생활'
    초담의 댓글에 오래도록 답할 수 없었습니다. 서늘하게, 그리고 명료하게 전해준 글에 차마 제 생각으로는 답을 할 수 없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의 글을 낭독하는 중에 한 문장을 만났습니다. 이 문장으로 '환기되는 정신 속에 그 '반 걸음' 전위하길 원하는 초담의 마음'을 소중하게 간직하겠습니다.

    "사람들은 한시도 죽으려 하지 않으면서 살려고 하고, 복종하지 않으려 하면서 자유를 구하며, 틀을 제대로 입어보지도 않으면서 제 꼴에 대해서 지절거린다. 부활은 살아 있는 중에 이루어져야 하며, 자유도 삶이라는 굴레 속에서 열려야 한다. 공부의 길이 곧 자유의 길이라면, 현명한 복종과 자아의 죽음 이외에 다른 길은 없다." (k선생님, <차마, 깨칠 뻔하였다>, p127)

    아득하고 멀게만 보이는 공부길에서 제 정신이 환기되고 타자를 만나는 경계로의 부단한 이동이, 타자를 듣고 말하여 생성되는 세상을 알게 하는 대화가, 개념과의 만남을, 허적의 틈이 있는 생활양식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계속해서 애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초담.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56 161회 속속_ 去華存質 1 file 孰匪娘 2024.04.16 70
255 짜장!! 양념입니다. 1 孰匪娘 2024.03.25 122
254 짧은 볕뉘 하나에, file 는길 2024.03.25 86
253 3月 동암강독 file 는길 2024.03.20 100
252 '속속'과 '속속' 사이 1 file 는길 2024.03.04 152
251 조금은 이상한 의자 2 file 효신 2023.06.11 468
250 154회 속속, 동학들의 시선 file 수잔 2023.06.03 239
249 차라리 '영혼'은 손에서 생긴다 * file 효신 2023.05.25 195
248 주후단경(16) 151회 속속 file 懷玉 2023.04.25 142
247 이웃(四鄰)을 도울 수 없다면, 그것은 아직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 1 file 효신 2023.04.24 203
» 심검(尋劍), 차방에 앉아 계신 선생님 2 file 수잔 2023.04.13 307
245 ‘이미 복(福 )을 얻었으므로’(밀양보속 51회) file 는길 2023.04.08 181
244 그 같은 공부의 길을 걸어본 적이 있었습니까? * file 효신 2023.04.06 189
243 Ein alter Hase 2 file 효신 2023.03.27 153
242 148회 첫 외)속속, 그 시작 file 수잔 2023.03.21 147
241 수잔의 사진(4)/ 침채, 그 옛날처럼 2 file 찔레신 2023.02.20 261
240 수잔의 사진(3)/ 조별토의, 저 너머 file 찔레신 2023.02.19 174
239 수잔의 사진(2)/ 차방, 붉은 1 file 찔레신 2023.02.19 178
238 수잔의 사진(1)/ 그릇들, 푸른 3 file 찔레신 2023.02.19 180
237 겨울을 배웅하는, 두물머리 산책 7 file 윤경 2023.02.19 20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3 Next
/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