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163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치과의학이 무엇인가 한마디로 정의하면 기술이고 과학 (art & science) 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의 이론이라는 기초와 기술적 테크닉이 함께 포함되는 개념이다. 이론과 원리를 갖추고 그것을 임상에 적용하려면 오랜 시간에 걸친 많은 실기 연마가 특히 필요하다. 치과 치료에는 고도의 정교함이 요구되고 비가역적인 분야가 많아서 정확한 술식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숙련되지 못한 치료 솜씨는 부정확한 진단이나 치료계획과 함께 환자에게 불필요한 고통과 비용, 되돌릴 수 없는 손상을 감당하게 하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곧장 윤리 차원의 문제로 연결이 되는 것이다.

개인마다 다른 구강 환경의 변수로 인해 늘 예기치 않은 일이 생길 수 있고 치료 후 본인의 관리에 의해서도 결과는 달라질 수 있지만 치과의의 실력 없음은 대체로 결과로서 나타난다. 환자가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라도 좋지 않은 치료의 영향은 반드시 남게 된다. 그래서 사후에 말로 하는 변명 따위는 아무 소용이 없고 오직 실력을 연마하여 '잘 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선생님의 무사적이라는 개념이 여기에도 적용되지 않나 가끔 생각 해보곤 한다. 만약 어떤 술식에 내가 숙련되 있지 않다면 이익에 대한 욕심과 자존심을 버리고 더 잘 하는 다른 치의에게 얼른 보내야 한다. 실력은 부족한 데 붙잡고 있다면 그건 환자  입장에서는 최악의 재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에 못지않게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있다. 얼마 전 사십대의 여성이 지인의 소개로 내원했다. 다니던 치과가 있었는데 일 년 전 그 곳에서 하라는 치료를 많은 비용을 들여 다 했는데도 왠지 점점 불편하고 아프다고 했다. 여러 번 가서 하소연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단다. 살펴보니 고가의 치아 치료는 아주 잘 되어 있었다. 원인은 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 치아를 유지해주는 가장 중요하고도 기초가 되는 치료가 되어 있지 않았고 평소 집에서 해야 하는 구강관리에 대한 교육도 전혀 되어 있지 않은 데 있었다. 당연하게도 기초가 부실하면 무너지는 건 시간 문제이다. 그런데 이런 치료는 투입되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수가가 상대적으로 낮고 환자가 금방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며 눈으로 잘 보이지도 않기 때문에 그냥 넘어간 것이다. 다행히 많이 진행하지 않아서 몇 번의 치료만으로도 좋아져서 그 분은 만족해 하였고 그 곳에 오래 다녔지만 한 번도 이런 치료를 받은 적도 자세한 설명도 들은 적이 없다고 하며 원망의 말을 덧붙였다. 치의가 실력이 있으면서도 이익을 지나치게 추구하다 보니 정작 꼭 해야 할 중요한  치료와 설명을 하지 않은 전형적인 경우였다.

자신의 이익과 욕망을 추구하는 건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윤리를 버려 두고 사적 이익만을 위하여 방향을 잘못 잡을 때, 타인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를 짓게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새삼스레  생각해 보게 된 일이었다.

  • ?
    희명자 2020.06.28 08:38

    최근 치과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데, 힘도 필요한 시술이어서 치과의학의 종합적인 능력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약간 놀라기도 했답니다.
    잘은 모르지만, 의학에서는 '환자'의 고통과의 관계에서 '윤리'가 발생하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 보았어요.  
    해완의 분석처럼 이익과 욕망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유보하거나 다르게 배치하면서 '방향'을 지키는 것이 더욱 '실력'이 되는 시대인 것 같아요.  그래서 더욱,  존재가 곧 어떤 방향성이 되는 지점도 상상해 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2 산책_ 외출 2 허실 2020.05.18 110
211 行知(4) 여성 희명자 2020.05.22 147
210 무지와 미지 1 토우젠 2020.05.29 146
209 [나의 지천명]_1. 연재를 시작하며 2 燕泥子 2020.05.31 140
208 산책_ 외출1 1 肖湛 2020.06.01 130
207 行知(5) 비평에 의지하여 희명자 2020.06.05 108
206 踏筆不二(14) 瑞麟 1 file 지린 2020.06.09 142
205 踏筆不二(15) 曉乃還 file 지린 2020.06.11 117
204 마테오 리치(Matteo Ricci) file 희명자 2020.06.13 140
203 [나의 지천명]_2. 안다는것 3 燕泥子 2020.06.14 211
202 行知(6) 후배-되기 2 희명자 2020.06.19 292
201 踏筆不二(16) 耿耿 2 file 지린 2020.06.24 117
» '실력 있음"이 죄가 될 때 1 해완 2020.06.24 163
199 우리의 아이 1 토우젠 2020.06.28 128
198 行知(7) '거짓과 싸운다' 희명자 2020.07.03 145
197 서율이의 '여유' 2 file 희명자 2020.07.15 117
196 行知(8) '마테오리치'와 '현장법사'를 마무리 하는 별강문 희명자 2020.07.18 161
195 “조선, 1894 여름” 의제 冠赫 2020.07.30 65
194 <조선, 1894 여름> 의제 지린 2020.07.30 55
193 82회 속속을 준비하는 의제, 희명자 2020.07.30 67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 15 Next
/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