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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아이러니스트(Liberal Ironist)


 


  타인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건 깊은 인식에 앞서 상식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것은 우리가 어릴 때부터 배워온 것들 즉 '남을 속이지 말고 정직하라, 남의 처지를 헤아려라.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라, 남에게 잘 대하라"와 같은 아주 단순하고 명료한 윤리적 실천들인 것 같다.거대한 진리(Truth)가 아닌 최소의 인간다운 진리(truth)만으로도 우리는 타자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을 가져야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나 일상의 삶 속에서는 이기적 본능이 늘 재빠르게 작동하면서 그 실천은 어렵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과 윤리적 책임감을 느끼는 것-자유주의자-과는 별개로 자기완성을 위한 사적 추구-아이러니스트-'병행'이 가능하다는 로티 (R.Rothy)의 개념은 내게 매력적으로 와 닿는다. 아이러니스트로서의 삶은 진부한 상식을 넘어서 자아의 경계를 끊임없이 확장하고자 하는 삶이다. 속속의 공부는 그런 의미에서의 내 사적 수양과 지적 단련을 위한 시도다. 80년대 학생운동 시기에 대학을 다닐 때는 내 심한 개인성향이 부끄러웠다. 데모에 참가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게 여겨지던 시절, 운동권 친구들에 대한 미묘한 반감까지 더해져 나는 제대로 데모 한번 해본 적이 없다. 그런 나를 스스로 오랫동안  비겁자로 낙인했었는데 살면서 점점 나의 내적 편향을 오히려 좋아하게 됬다. 우리는 광장의 삶을 원하는 똑같은 진실로, 개인의 일기장과 저녁에 벗어 놓은 채 새벽에 잊고 간 애인의 장갑이 얹힌 침대에 걸터 앉아 있는 시간을 원한다.

  속속이라는 바다로 들어와 이제 막 기슭에 발을 담근 나는 깊고 넓은 대양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다시 되돌아와 예전처럼 혼자 '조개껍질을 만지작거리며 해안을 바장'이게 되지는 않을까. 오래 멀리 가야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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