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9.02.27 00:56

Hirt der Sprache

조회 수 223 추천 수 0 댓글 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인간의 언어일까, 언어의 인간일까. 나의 말인가 싶다가도 어느새 말은 나를 비켜선다

같은 말도 누구에 따라 울림과 파장이 달라지는 현상은 발화자의 삶을 지시하는 듯했다. 주로 설교를 들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설교가 좋으면 좋은 대로 불편하면 불편한 대로 말하는 이의 삶과 연결지었다. 언어와 삶의 밀착을 포착하긴 했지만 인과적으로 대상과 언어를 판단했고 그렇게 개입하곤 했다.

그런데 현대 철학과 비트겐슈타인('Auch Worte sind Taten')‘speech-act’라는 명제를 전한다. 처음듣기에도 말이 곧 행동이라는 설명은 현실과 더 가까웠다. 존재를 흔들고 문을 열기도 닫기도 하고, 묶기도 풀기도 하는 활동으로서의 말(행동). 어떤 말은 계시적 성격을 가지고 미래에 와 있다. 인간이 복잡 미묘해지는 사이 그러한 인간성이 언어에도 반영된 걸까? 여튼 나는 ‘speech-act’라는 낱말에 흔들려 활동하는 언어를 경험하고 있다.

<속속>에서 이뤄지는 자기소개시간, 학인들의 말을 듣는다. 적실한 언어를 고르려는 노력에 물들어 나도 그런 말을 하고자 했다. 하지만 (프로이트가 설명한 대로) 하고자 했던 말보다 말해진 것에 내가 있다.  몸에 내려앉지 않은, 나도 남도 소외시키는 말, 후과를 책임지지 못한 말들로 엉뚱하게 나는 나를 잘도 소개했다.  하고서 알게 되니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말해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다. 그곳은 거듭 '시작(始作)'하는 공부의 자리가 된다

말이 적극적인 활동이라면, 듣기도 적극적인 개입이다. ()도 나처럼 말에 흔들리고 어긋나며 이동, 이동 중이라는 이해는 다른 듣기의 개입을 요구한다. ()도 나처럼, 나도 그()처럼 구성될 미래의 말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듣는다.  

몇 개월 전 sns 아이디 문구 란에 ‘Hirt der Sprache(언어의 목자)’라고 옮겨 적었다. (왜 그랬을까?) 로운 말을 배우고 사전을 찾고 글을 쓰고 노동하는 사이, 타자의 언어(라캉)가 인격을 얻고 재서술 될 수 있으면 좋겠다.   거짓 아닌 말, 변명아닌 말이 머무는 장소에 '언어의 목자'도 있다.



 "알면서 숨긴 말과  변명으로부터  스스로 삭제한 말과  

너무 고와 바람속에  날려버린 말들이 쌓여서  정신의 화석이  생기는 것이다." 

(<집중과 영혼> 중에서)




  • ?
    遲麟 2019.02.27 20:33
    "그곳은 거듭 '시작(始作)'하는 공부의 자리가 된다. "
  • ?
    토우젠 2019.02.28 15:56
    채 익지 않은 말을 했다가 그 말에 넘어져 버리곤 해요.
    넘어지지 않으려고, 혹은 책임을 피하기 위해 벙어리가 되기로 했던 것 같아요. 말과 함께 나란히 명랑할 수 있는 날이 올까요. ‘언어의 목자’라는 말을 읊조려 봅니다.
  • ?
    영도물시 2019.02.28 19:46
    ..너무 고와 바람속에 날려버린 말들..
    그동안 사라졌다고 생각한 말들이 내안에
    고스란히 쌓여 있음을 알게 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2 별강 아름다움에 관하여 零度 2022.12.09 147
51 <적은 생활...> 서평, 중앙일보 양성희 기자 찔레신 2022.12.12 180
50 <장숙>, 2023년 (1-3) file 찔레신 2022.12.26 255
49 금요일 아침, 알면서 모른 체 하기에 대한 단상 실가온 2022.12.30 154
48 <적은 생활, 작은 철학, 낮은 공부>, 청라의 독후감 1 찔레신 2023.01.03 298
47 145회 속속 별강문 게시 1 유재 2023.01.06 163
46 정신을 믿다 file 는길 2023.01.15 193
45 낭독적 형식의 삶 9 file 는길 2023.01.31 400
44 길속글속 146회 연강(硏講) --- 해와 지구 그리고 달 1 file 수잔 2023.02.03 157
43 '밟고-끌고'의 공부길, 『적은 생활, 작은 철학, 낮은 공부』/ lector 찔레신 2023.02.05 121
42 곱게 보기/ 수잔의 경우 file 찔레신 2023.02.05 177
41 [一簣爲山(20)-서간문해설]與吳生 file 燕泥子 2023.02.06 67
40 길속글속 147회 '말하기 심포지움' 별강문 --- 말하기와 관련한 작은 노력들 수잔 2023.02.17 169
39 길속글속 147회 '말하기 심포지움' 별강문 --- '말(言)'을 하기 위하여 나는 무엇을 했는가 유재 2023.02.17 118
38 길속글속 147회 '말하기 심포지움' 별강문 --- 잘 말하기 위한 노력들 燕泥子 2023.02.17 125
37 길속글속 147회 '말하기 심포지움' 별강문 --- 말을 할 수 있었다면, 肖澹 2023.02.17 100
36 글속길속 147회, ‘말하기 심포지움’ 별강문 는길 2023.02.18 92
35 서평, <적은 생활...>/ '소나기' 찔레신 2023.02.22 149
34 147회 속속(2023.02.25.) 후기 file 윤경 2023.03.03 147
33 장독후기 (20회), 2023/2/26(일) 2 簞彬 2023.03.07 155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 15 Next
/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