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28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essay 澹 2. 존재의 온도


-„Man wird nicht dadurch erleuchtet, daß man sich Lichtgestalten vorstellt, sondern durch Bewusstmachung der Dunkelheit.“(K. G. Jung)

 (사람은 빛의 형상을 상상함으로써가 아니라 어두움을 의식화함으로써 스스로 밝아지는 것이다.)

 

1.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을 내게 꼽아보라고 한다면, 나는 단연코, 바뀌지 않는 나의 어리석음下愚不移이라고 하겠다. 내 의식이 명령하고 통제할 수 없는 자기 외부의 사건들은 그야말로 수많은 우연의 산물이니, 내가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외부의 사건을 해석·평가·종합하여 응하는 내 마음의 형식은 오롯이 내 마음 안의 일이기 때문에, 내 탓이라는 말을 피하기 어렵다. 물론,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태어난 내 조국, 내 부모, 내가 속한 사회의 상황이라는 불우를 외면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찌 할 수 없는 필연을 사랑하여, ‘춤추며걸어 갈 수 없는, 내 자신에 대한 우울한 슬픔을 말하는 것이다.

 

2.  상도想到의 공부만을 취한 다면, 그 길을 가는 걸음이 가벼울까. 번번이 몸을 바닥까지 추락시키는 일상의 무게는 몸을 소외시키지 않는 공부의 형식을 요구한다. 배치 된 일상의 형식으로써, 몸을 --나아가는 공부. ’자기를 내용으로 인식하는 한 에고의 번다함을 벗어 날 수 없(K선생님)‘듯, ’스스로 밝아지기自知自明를 선택한 학인이라면, 정한대로 약속을 이행함으로, 그 형식을 따라, 자기 마음의 길을 알고, 응할 도리 밖에 없다라는 사실을 안다.

 

3.  행하는 것과 아는 것 사이의 자기 개입, 그것은 자기 인식의 눈에 보이지 않는 어두움이 작용한다. 그 어둠을 들출 혜안과 용기를 가지고,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어둠을 부정하지 않으며, 자기 어리석음을 용서할 수 있는 깜냥은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4.  최근 동학 중 한 명이 연극의 주연을 맡아 공연했다. 그의 초대로 연극이라는 것을 관람하였다. 연기를 지망하던 그가 비로소, 진짜들의 세계에 들어갔고, 연극의 매 회, 기존의 자기 자아가 아닌, 완전히 다른 자아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을 체감하였다. 과거에 형성 된 자아에서 탈피해, 연극하는 그 순간만큼은 오롯이 다른 자아인 것이었다. 혹자는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행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연극은 그 형식 속에서, 행함으로 되어가는 연극적 실천의 현장되었다. 다른 자아로 옮겨가는 연습을 할 때 그는, 왜 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했고, 연습의 과정에서, 자기 마음에 응결 된 경험의 결과/원인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게 되었다고 한다.

 

5.  자기 어리석음을 용서할 수 있는 깜냥은 어디로부터 오는가.(자기 용서가 자기 관대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자기 어둠을 은폐시키는 에고의 번성으로부터, 연극적 실천이라는 그 형식 속에 순하게 응할 수 있게 될 때, 그 때, 겸허해지는 존재의 온도에서, 그 마음이 오는 것은 아닐까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72 여성 file 형선 2019.03.13 194
271 방학 file 형선 2019.03.27 181
270 다시 기억하며 file 형선 2019.04.10 151
269 들을 수 없음 1 file 형선 2019.04.25 203
268 부재(不在)하는 신 1 file 형선 2019.05.22 209
267 정체성과 수행성 2 file 형선 2019.06.05 238
266 花燭(화촉) file 형선 2019.06.20 463
265 <藏孰> 천안시대, 晦明齋를 열며 2 file 찔레신 2019.07.11 335
264 惟珍爱萬萬 3 燕泥子 2019.07.18 261
263 남성과 여성의 차이에 관한 불편함 1 燕泥子 2019.07.31 201
262 Dear 숙인, 10 file 형선 2019.08.06 333
261 동시 한 편 소개합니다 1 遲麟 2019.09.30 127
260 진실은 그 모양에 있다 file 遲麟 2019.10.02 120
259 Do not be surprised if they try to minimize what happened/ Abigail Van Buren on Oct 2, 2019 1 찔레신 2019.10.03 141
258 「성욕에 관한 세편의 에세이」에 대한 단상 9 허실 2019.10.07 270
257 踏筆不二(연재예고) file 遲麟 2019.10.13 137
256 낭독일리아스_돌론의 정탐편 1 허실 2019.10.17 122
255 踏筆不二(0) 2 遲麟 2019.10.22 129
254 踏筆不二(1) 3 file 遲麟 2019.10.24 165
253 도로시(道路示) 8 file 敬以(경이) 2019.10.29 188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5 Next
/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