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9.05.22 10:33

부재(不在)하는 신

조회 수 209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그림2.jpg


 

어느 가정을 덮친 폭력과 혼돈의 현장에 있어주기를, 골수암으로 자식을 떠나보내던 어미의 기도에 있어주시기를, 아니면, 오래된 상처의 주술적 반복... 스스로 끊을 수 없어 보이던 그()의 상처를 돌봐주시기를. 

동일시되었던 만큼 무섭고 간절했던 순간들이었다. 잠이 깨고 기도가 터져나오던 사건들 때문에 어깃장 놓으며 기도를 지웠던 시간을 지나 다시 무릎을 꿇었고 두 손을 모았다.  언제나처럼 신은 부재했다. 덕분에 걸음이 빨라졌다.

“...교회도 안가고 기도도 안 해. 신적인 존재에, 누군가에게 기대는 것 이전에 나 스스로 사랑하고 스스로 일어서려고 해” A의 문자를 받아 읽으며, 새삼 부재하던 내 신의 이력에 잠긴다. 선생님께서는 사전을 찾을 때, 무엇을 모르는 그 순간이 죄 없는(덜한) 순간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돌이켜보니 내게는 기도할때가 그래도 죄가 덜한 순간이었다.


신 없이 걷는다. 하지만 이 길 끝에 내 힘으로 건널 수 없는 강이 있다는 것을 안다. 아니, 오늘 내 속에도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무능이 변명이 되지 않도록 힘써 걷고 또 걷다보면, 무망(無望)속에 기도를 놓을 수 있을까.  잘 봐주시라, 조금만 도와주시라, 도우려했다는 것을 조금만 알아주시라는 기도를.



  • ?
    토우젠 2019.05.22 13:22
    여러 갈래의 능선이 있고 그 길을 오르는 사람들, 사람들. 세상의 끝에 서서 다시 길을 내어 갈 사람들, 사람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52 속속 157~159회 교재공부 갈무리: 촘스키-버윅 vs. 크리스티안센-채터, 혹은 구조와 게임 1 유재 2024.03.05 141
251 소유 懷玉 2022.01.27 195
250 서평, <적은 생활...>/ '소나기' 찔레신 2023.02.22 149
249 서율이의 '여유' 2 file 희명자 2020.07.15 117
248 생명의 나무 (1) 1 file 燕泥子 2022.04.14 232
247 살며, 배우며, 쓰다(정신의 형식) 더스트 2019.02.02 169
246 살며, 배우며, 쓰다(문화의 기원 편 1~6) 1 더스트 2018.11.13 265
245 산행 는길 2022.03.16 189
244 산책_ 외출1 1 肖湛 2020.06.01 130
243 산책_ 외출 2 허실 2020.05.18 110
242 산성산책 1 file 燕泥子 2022.08.27 185
241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2 토우젠 2020.05.15 227
240 빛나는 오늘 실가온 2021.04.16 147
239 비 오는 월요일의 단상 2 해완 2020.04.20 188
» 부재(不在)하는 신 1 file 형선 2019.05.22 209
237 별것 아닌(없는) 아침일기 (142회 속속 자득문) 수잔 2022.11.24 162
236 별강 실상사의 봄 零度 2022.05.13 186
235 별강 아름다움에 관하여 零度 2022.12.09 147
234 변명과 핑계없는 삶 오수연 2018.09.14 218
233 방학 file 형선 2019.03.27 181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 15 Next
/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