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9.04.10 18:01

다시 기억하며

조회 수 15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그림1.jpg



아이들이 우리 부부 다툰 얘기를 했나 보다. 출산한 동생 문안을 다녀오는데 친정아버지 하시는 말씀.  ‘사람은 서로 잘못하며 살아... 그러니 잘못을 너무 따지지 말아라.’


잘못을 지적해 상한 마음을 풀려는 방식은 대게 어긋났다. 내용을 떠나 지적이라는 말의 형식을 소화하지 못한 탓이다. ‘지적에 취약하니 숙고되지 못한 말을 빌미 삼고 챙겨들어야 할 말도 앞다투어 회피한다. 아팠던 일에 대한 보상이 되받아치는 일로 되지 않던데, 서로의 깜냥 없음을 경쟁하듯 드러내는 세속의 가정. 밀착된 만큼 애써 돌()봐야 하는 대화의 에서 자주 넘어진다.

 

운전하다 말고 사람은 잘못하고 살아라는 말에 숙연해졌다. 승복(承服)의 말로도 들려 아빠의 옆얼굴이 쓸쓸하다. 그의 딸인 내가 잘못이 없을 리 없는데. 내 잘못을 가지고 멀어진 사람들이 있는데, 잊는다. 사람을 잃고 배운 것이 가벼울 수 없지만 자기를 위해 그 무엇도 잊을 수 있는 가벼움도 내 것이었다.


아빠의 낮은 목소리가, 제 잘못은 없는 듯 대상을 지목해 잘못배설하고 있는 나를 감쌌다

엉거주춤 의례를 하듯, 잊었던 과오를 다시 기억해 불쾌한 과거로 한 발을 뻗는다또 잊겠지만, 또다시 시작하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이 문제를 지라르의 표현을 좇아 말하자면, '개종(改宗)이라는 이름의 자기 성찰과 변혁을 두려워하고 기피하는 태도가 된다. 희생양 의식을 '자기 안의 죄와 오염을 투사를 통해 안이하게 청산하는 방식'이라고 했지만, 쉽게 말해 죄인인 자가 스스로 켕겨서 엉뚱한 사람을 박해하는 짓이다. 그리고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그가 말하는 개종은 켕겨서 남을 박해하는 짓을 돌려세우고 스로의 진상과 대면하는 일이다."  (<집중과 영혼>,893쪽)




  1. 밖은 없다

    Date2023.05.22 By지린 Views189
    Read More
  2. 물의 씨

    Date2018.11.28 By遲麟 Views176
    Read More
  3. 무지와 미지

    Date2020.05.29 By토우젠 Views147
    Read More
  4. 매실청 개시 기념,

    Date2020.10.14 By희명자 Views127
    Read More
  5. 말로 얻은 길. '몸이 좋은 사람'

    Date2020.10.16 By올리브 Views148
    Read More
  6. 만세! 만세! 만만세!!

    Date2022.02.26 By실가온 Views186
    Read More
  7. 마테오 리치(Matteo Ricci)

    Date2020.06.13 By희명자 Views140
    Read More
  8. 딴 생각

    Date2019.01.29 By형선 Views195
    Read More
  9. 들을 수 없음

    Date2019.04.25 By형선 Views203
    Read More
  10. 동시 한 편 소개합니다

    Date2019.09.30 By遲麟 Views127
    Read More
  11. 도로시(道路示)

    Date2019.10.29 By敬以(경이) Views188
    Read More
  12. 당신이 말이 되어 건네오면

    Date2021.06.15 By효신 Views223
    Read More
  13. 다시 기억하며

    Date2019.04.10 By형선 Views151
    Read More
  14. 녹색당 생각

    Date2020.05.06 By토우젠 Views121
    Read More
  15. 네가 연 창문으로

    Date2022.04.04 By실가온 Views166
    Read More
  16. 낭독적 형식의 삶 *2기 신청마감

    Date2023.05.24 By는길 Views222
    Read More
  17. 낭독적 형식의 삶

    Date2023.01.31 By는길 Views404
    Read More
  18. 낭독일리아스_돌론의 정탐편

    Date2019.10.17 By허실 Views122
    Read More
  19. 남성성과의 화해

    Date2020.09.11 By懷玉 Views133
    Read More
  20. 남성과 여성의 차이에 관한 불편함

    Date2019.07.31 By燕泥子 Views20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 15 Next
/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