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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여자들 #1. 페미니즘의 도전

 

세종시 '위험한 여자들과 함께 페미니즘의 도전’(정희진)을 읽었다. 모임의 이름과는 달리, 아직 그리 위험하지 않은 여자들에게 좀 더 위험해지자는 결기로 정희진의 책 읽기를 권했다. 체제의 안온함에 길들여진 유일 남성회원인 내가 그들에게 위험을 권할 만한 위치에 있지는 않았지만, 첫 번째 드라이브는 좀 강렬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바람도 있었다.

사실, 이 책을 여성에게 권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 여성은 내 어머니였다. 이 책이 처음 출간되었던 2005, 집안일에 바깥일까지 더해 이중노동을 마다하지 않으셨던 어머니는 급기야 과로로 쓰러지셨고,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으셨다. 어머니 병문안에 페미니즘의 도전을 선물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불효막심한 노릇이다.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할 상황에 이런 급진적인 사상으로 어머니의 심사를 흔들어보려 했으니 말이다. 다행히 어머니는 읽지 않으셨다. 아니, 서문을 읽으시고는 밀려오는 저항감에 읽기를 거부하셨다. 요즘 이런 (체제의 암면을 들추는) 책들만 보는거냐며 걱정을 하셨고, 세상이 그리 어둡지만은 않으니 너무 삐딱하게 보지 말라는 당부의 말씀을 하셨다.

나와 내 누이를 위해 일생을 살아오셨다는 어머니는 요즘에도 내게 무엇을 남겨주실까 고민하신다. 그 것이 진정 나를 위한 일이라 믿고 계신다나를 대신하여 체제의 모범시민, 명예남성으로 살아오신 어머니께 감사드린다. 보잘 것 없는 내가 별다른 불편 없이 이 세상을 살 수 있는 것은 모두 어머니의 희생 덕분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어머니의 이런 의도를 슬기롭게 어긋내야만 감사한 마음 이면에 움튼 원망을 조금씩 떨쳐낼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이 진정 어머니를 사랑할 수 있는 길이라는 직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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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遲麟 2019.11.20 09:50

    아침에 베란다에 나가 밖을 내다보니

    밤 사이에 서리가 내려 있었습니다. 

    빈 포도밭이 하얬습니다. 

    기와지붕도 하얬습니다.


    "세상이 그리 어둡지만은 않으니 너무 삐딱하게 보지 말라"는 어머니의 말씀이 

    쌀쌀한 날씨에 한 점 온기처럼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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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우젠 2019.11.21 02:28
    “내 몸과 맞지 않는(내 몸을 소외시키는) 개념과는 이별해야 한다.”
    알면서도 이별하지 못하고, 이동하지 못,하,는 고집이 있어요. 그 고립속에서 같은 자리를 맴돌다 해 지는 줄도 모르고 추위에 벌벌 떨 생각을 하니 제 자신이 좀 꺽정스럽습니다.

    저는 누구의 희생을 누리면서 여기까지 온 것일까요. 제가 기대어온 그 어깨들을 다 잊어버리고 살고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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