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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5 20:47

정신을 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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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청해 주신 분이 계셔서, 지난 송년회 영원한 자기 소개시간에 읽었던 문장을 옮겨 적었습니다.

지난해 어느 날이었어요. 절망이 무성하여지던 날어떤 절박함으로 나는 왜 공부하는가, 무엇을 원하는가?”를 묻게 되었습니다. 노트북 앞에 앉아 나는 이것을 원해’, ‘이것이 중요해’, 두서없이 긴박하게 적어 내린 석장 분량의 문장들을 얻었습니다. 한동안은 매일 시간을 구별하여 소리 내어 낭독했고 지금도 이따금 그렇게 합니다.

아래의 문장은 그중에서 공유할 만한 것들을 추려놓은 것이어요. 그래도 민망한 문장이 많습니다. 스스로를 일으키기 위해서 터져 나온 말들이니 동정적 혜안으로 봐주셨으면 해요.

혹시나 숙인이 아닌 분들이 읽게 되실 수 있어서, 그중 온전한 문장과 낱말이 딛고 있는 세계관은 공부하며 배운 말들,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것임을 밝혀둡니다.

  

/

나는 잘 될 것이다.

언제든 다시 시작한다.

아침, 나와 사물, 사린을 배려하며 마치 예배하듯 시작한다.

내가 만들어 나아갈 연구소는 세상에 없는 장소가 될 것이다.

내 실력이 곧 장소가 되어 사린을 보살필 것이다.

상처의 기억들이 그럴 수 있지라는 말로 바뀌었다. 그게 도움이 되었지, 그걸 통해, 배웠어, 그 시간이 있어서 지금이 가능했어.

짐작과 시기와 질투를 모른다.

애착이 아닌 정성 어린 연극으로 사랑한다. 순전하고 충실하게 돕는 연극으로.

다름의 긴장을 곡진하게 대하며 대화하는 기술을 익힐 것이다.

신뢰에 서 있다, 그곳에 서서 말한다.

끝까지 도울 수 있는 존재의 품이 생겨날 것이다.

미래에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생활을 일구어 낼 것이다.

물과 시간을 아낀다.

운기조식한다.

남에게서 배운다.

이론이 생활의 실천 속에 용해되도록, 실천적으로 번역한다. 이론을 배우되 이론과 맞싸운다.

좀 더 나은 존재가 되려는 열망이 끊임없이 샘솟는다.

낮은 중심의 주체가 될 것이다.

여기저기 시선을 끄는 것은 거인들뿐이다.

보라, 학인 다운 호흡과 몸, 말과 생활, 글과 시선, 희망을 알고 싶은 사람은 나를 보라.

진지한 질문으로 결절되며, 세속의 어긋남에 단련되고 있다.

존재론적 겸허로 내려앉는다.

배우며 비우고, 일구며 낮아지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아름다운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희망이 들어오는 길이 될 것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압도되지 않고 자신의 말을 할 수 있다.

한문을 어려움 없이 읽고 해석할 정도의 실력을 갖춘다.

먼 미래의 어느 날 누군가는 나를 보고 성인을 떠올릴 것이다.

내 존재가 거처할 언어의 집을 지을 것이다, 강철처럼 단단하고 투명하고 맑은 개념으로.

좋은 느낌의 환경을 조성하고, 언제나 나를 키우는 언어를 만지고 있다.

주변 관계에 대한 관심을 줄이고 남이 풀지 못하는 문제를 푸는 것으로 이바지한다.

청소하거나 비우거나 포기하면서 형성된 마음의 자리가 내게 있다.

허실생백이라는 개념으로 표상되는 다른 움직임, 다른 결의, 다른 노동이 내게 있다.

공부의 신호를 받기 위해서 무얼 버리고 자기를 비우는 학인이 될 것이다.

집중과 영혼을 살아낸다.

푹 자며, 긴장과 이완을 조절할 수 있다.

몸의 긴장을 살피고 헤아려 반드시 보살핀다.

호의와 호감을 꺾는다. 마음으로 관계를 맺지 않고, 약속과 실력을 주고받는다.

, 사린의 동무는.

작지만 책임 있는 사유로 떳떳하다.

인문적 가능성과 품을 키울 주제를 얻고 있고 그것에 헌신한다.

공부에의 헌신으로 촘촘하게 조직된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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