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2.03.26 08:40

횡단보도를 마주하고

조회 수 11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KakaoTalk_20220326_080503206.jpg


*

어제 열렸던 천산족 모임의 작문시간(오후3시30분~4시30분)에 적어 보았던 몇 문장을 옮기면서,

한두 마디 덧붙이는 것으로 모임 후기를 대신 할까 합니다.  

저는 어제 이 문장들을 쓰면서 여리고 부드러우면서도 민감한 감성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받았습니다.  


*

온양온천역 앞 횡단보도 앞에 서 있었습니다. 

건너편에 서 있는 사람들 중, 청바지를 입고 있는 사람이 여섯이었습니다. 

청바지를 입고 있지 않은 사람도 여섯이었는데, 그들은 모두 검정색 바지를 입고 있었습니다.  


*

전철플랫폼에 서 있는 데, 어떤 여자가 전화통화를 하면서 지나갔습니다. 

내 옆을 지나갈 때, "정말 창피해" 하고 말하는 소리가 봄바람처럼 나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그 여자는 흰색 윗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

익산역에서 출발하여 용산으로 향하는 무궁화호가 온양온천역에 도착하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 아버지를 뵈러 갔을 때, 아버지는 내게 익산역을 지나가는 기차들의 시간표를 주셨습니다. 

기차시간표를 만지작거리고 계시다가 내 눈길이 거기에 머물자, "이것 줄까?" 하셨습니다. 

나는 "네, 주세요." 하고 말하며 손을 내밀었습니다.  

종이에 인쇄된 그 "익산역기차시간표"는 제 집 냉장고 냉동실 문에 붙어 있습니다. 


*

그렇더라도 한 점 온기와 한 점 빛은 있는 법이고, 

찾아내보자면 우수수수 쏟아져내리는 법이니, 

가까스로, 용기를 내어서, 거의 침묵으로라도, 

끊임없이 무너져가는 삶을 찬양하고 싶었습니다.  


*

"그럼, 나 혼자 가야겠어." 신발주머니를 펼치며 로즈는 마음 먹었다. 

마틴이 나와 함께 가주지 않는다면, 나 혼자라도 갈 거야.  

버지니아 울프 『세월』 37  


*

위 인용 문장에 나오는 로즈는  아직 어린 소녀입니다. 

위 인용 문장이 나오는 대목에서 로즈는, 

상상의 힘으로, 어린아이들은 나다닐 수 없는 가로등 켜지는 저녁거리로 튕겨나가듯 나갔다가,

자신을 향해 알 수 없는 제스처를 해보이는 낯선 남자가 있는 풍경에 들어섰습니다. 

로즈는 달렸고,  달렸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다시 상상의 힘으로, 

자신이 지나왔던 이상한 낯섦과 공포에서  빠져나와 어린여자아이의 부드러운 감성을 회복합니다. 

 







  1. 153회 속속(2023/05/13) 후기

    Date2023.05.26 By고하(皐霞) Views101
    Read More
  2. 行知 연재 종료,

    Date2020.10.09 By희명자 Views104
    Read More
  3. 踏筆不二(13) 牧丹開

    Date2020.05.12 By지린 Views106
    Read More
  4. 149회 속속 연강글-모든 사진이 '푼크툼'이 되는 순간

    Date2023.03.18 By윤경 Views106
    Read More
  5. 踏筆不二(21) 自將巾袂映溪行

    Date2020.10.12 By지린 Views107
    Read More
  6. 踏筆不二(25) 謫下人間

    Date2020.11.27 By지린 Views107
    Read More
  7. 行知(5) 비평에 의지하여

    Date2020.06.05 By희명자 Views108
    Read More
  8. 장독후기(24회) 2023/4/23

    Date2023.05.02 By簞彬 Views108
    Read More
  9. 踏筆不二(20) 詠菊

    Date2020.09.28 By지린 Views109
    Read More
  10. 踏筆不二(9) 돌

    Date2020.03.03 By遲麟 Views110
    Read More
  11. 산책_ 외출

    Date2020.05.18 By허실 Views110
    Read More
  12. [一簣爲山(19)-서간문해설]與李儀甫

    Date2022.11.28 By燕泥子 Views111
    Read More
  13. 踏筆不二(18) 一句

    Date2020.09.11 By지린 Views113
    Read More
  14. 行知(9) <속속, 2017년 겨울>

    Date2020.07.31 By희명자 Views114
    Read More
  15. 길속글속 152회 연강(硏講) --- 일상의 단상들

    Date2023.04.25 By懷玉 Views114
    Read More
  16. 장면과 장면 사이의 개입

    Date2020.10.30 By현소자 Views115
    Read More
  17. 踏筆不二(26) 林末茶烟起

    Date2020.12.10 By지린 Views115
    Read More
  18. 踏筆不二(15) 曉乃還

    Date2020.06.11 By지린 Views117
    Read More
  19. 踏筆不二(16) 耿耿

    Date2020.06.24 By지린 Views117
    Read More
  20. 서율이의 '여유'

    Date2020.07.15 By희명자 Views11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5 Next
/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