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22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지난 금요일에 열린 천산족모임에서는 

버지니아 울프『세월』을 함께 읽었습니다. 


*

"내가 보았거든 ········." 로즈가 되뇌었다. 

버지니아 울프『세월』56


*

로즈는 어린 여자아이입니다.  

보았지만, 그 본 것에 대해 말하지는 못합니다. 

그 아이의 마음 속에는 아직,  본 그것을 가리키는 말이 없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로즈가 자라면서 말을 더 배우고, 

과거에 본 것을 지칭하는 말들을 짐작하게 되었을 때 겪게 되는 두 번째 경험이 있을 테지요, 

본 것을 벗어나면서, 본 것을 잃어버리게 되는 대신에 얻게 되는 안정된 말들, 

가령 이 두 번째 경험이 상식과 이데올로기의 학습에 의한 것이라면, 

대개 우리는 이러한 두 번째 경험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세 번째 말을 배우고, 두 번째 말이 세운 의식과 무의식의 내적 구조를 

끊임없이 허물어뜨리는 공부와 산책을 궁리해봅니다.  


아래 글은, 

1936년 4월 4일(일), 『세월』을 언급하는 버지니아 울프의 일기입니다. 

54세 때의 일기입니다. 


*

또 다른 괴상한 특이성. 

메이너드는  『세월』이 내 책 중에서 최고라고 생각한다. 

엘리너와 크로스비의 한 장면은 체홉의 『 벚꽃 동산』보다 더 낫다고 말한다. 

이 의견은 매우 뛰어난 두뇌의 한가운데서 나온 것이기는 하지만, 

뮤어의 공격만큼 내 마음을 흔들어 놓지는 않는다. 

그러나 천천히, 그리고 깊숙이 잦아든다. 

이것은 다른 한 쪽에 대한 반응처럼, 허영심에서 나온 반응이 아니다. 

다른 쪽 것은 『리스너』의 금주 판이 지나가면 곧 사라질 것이다. 

L은 틸턴으로 가서 친구들과 오랫동안 조용한 잡담을 하고 왔다. 

메이너드는 『세월』이 매우 감동적이라고 말한다. 

나의 다른 어떤 책보다도 다정하다고. 

『 파도』처럼 어리둥절하게 만들지 않는다고. 

아직 다 읽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두 의견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단 말인가? 

나의 가장 인간적인 책이라는 의견과, 가장 비인간적인 책이라는 의견을. 

아, 이 모든 것을 잊고 글을 쓰고 싶다. 

내일부터는 그래야겠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3 行知(7) '거짓과 싸운다' 희명자 2020.07.03 145
212 124회 별강 존재에서 느낌으로 ,그리고 앎(지식)으로 懷玉 2022.03.18 146
211 무지와 미지 1 토우젠 2020.05.29 147
210 빛나는 오늘 실가온 2021.04.16 147
209 147회 속속(2023.02.25.) 후기 file 윤경 2023.03.03 147
208 말로 얻은 길. '몸이 좋은 사람' 올리브 2020.10.16 148
207 별강 아름다움에 관하여 零度 2022.12.09 148
206 踏筆不二(22) 빛 1 지린 2020.10.27 150
205 서평, <적은 생활...>/ '소나기' 찔레신 2023.02.22 150
204 길속글속 153회 연강(硏講) _'장소의 가짐'과 돕기의 윤리 未散 2023.05.13 150
203 다시 기억하며 file 형선 2019.04.10 151
202 [一簣爲山(06)-서간문해설]與盧玊溪 file 燕泥子 2021.07.21 151
201 왜 소개하지 않았을까? (속속 151회 연강글) 는길 2023.04.15 151
200 茶房淡素 (차방담소)-7 file 효신 2021.04.18 152
199 行知(4) 여성 희명자 2020.05.22 153
198 行知(13) 말로 짓는 집 1 희명자 2020.10.03 153
197 어느 잃어버린 장소의 복원 해완 2022.02.03 154
196 제목 3 file 토우젠 2020.04.18 155
195 122회 별강 < 마음은 바뀐다> 1 지린 2022.02.18 155
194 금요일 아침, 알면서 모른 체 하기에 대한 단상 실가온 2022.12.30 155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 15 Next
/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