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8.09.13 15:10

나를 보다

조회 수 19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격주로 하는 속속 공부는 너무 빨리 다가온다. 책을 온전히 읽고 간 적이 많지 않다.

  집에서는 불량주부고 속속에서는 불량학생이다. 다행히 집에서도, 속속에서도 쫓겨나진 않았다.

불량주부는 어쩌다 취미로 하게 된 그림에 빠져들면서 집안 살림을 등한시 한 나에게 남편이 지어준 것이고, ‘불량학생은 속속에서 공부(복습)를 전혀 하지 않아 k님이 지어준 말이다.

   결혼 초에 남편에게 아주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대신 그 여백을 그림으로 채웠다. 그 뒤 두 남자(남편과 아들)가 능숙하게 하는 집안일은 나에게 질투와 부러움을 가져왔다. 이젠 나도 쫓겨날 염려는 하지 않는다.

나에게는 학창 시절부터 생긴 나쁜 버릇들이 있다. 책을 읽으면서 머리카락을 한 올씩 뽑는 것과 같은 책을 두 번씩은 읽기 싫어하는 것이다. 공부를 하지 않는 변명으로 충분하다.

   머리카락을 뽑는 버릇은 중2때 생겼다. 그 이유를 밝히기엔 서술이 길다. 지금도 책 읽을 때면 어느덧 손이 머리에 가 있다. 그땐 몰랐지만 집중이 안 되는 이유로 생각한다. 출근시간에 틈틈이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는 것이 편안하다. 사람들이 지켜보는 지하철 안에서까지 머리카락을 뽑지는 않는다. 그 연유로 지금 남들보다 머리숱이 훨씬 적다. 고민이다.

집중과 영혼을 틈틈이 다시 읽고 있다. 매번 새로운 활자로 다가온다.

   처음 그림을 시작할 때 내 그림은 남편과 아이의 좋은 놀림감이었다. 지금 그들은 내 그림에 대해 웃지 않는다.

   공부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작년 속속 공부한다고 했을 때도 식구들은 웃었다. 몇 개월 다니다가 그만 둘 거라고 장담했단다. 1년이 지난 지금, 난 여전히 큰 가방을 메고 씩씩하게 공부 하러 간다.

  “한 십년 죽으라고 쫓아다니니까 비로소 선생님을 이해할 수 있겠더라고.”(다석(多夕) 유영모(1890~1981)의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인 김흥호 선생이 자신의 공부 경험을 되새기며 K님에게 한 말이다-공부론, P89)

   “제 마음대로 구는 짓이 즐겁지 않을 때가 오면 그제서야 공부의 기별을 받은 셈이다. 이는 자유에 대한 다른 감각을 얻는 일과 닮은 체험이다. 그러나 그런 기별은 대체로 이미 늦었다. 그렇기에 공부는 진작에 강제로(勉強)’, 가까스로 하는 것이다. 그것을 일러 공부(勉強, べんきょう )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복종이 미덕이 되는 경로도 이렇게 생성될 뿐이다. 공부가 즐겁다는 것은 역()-증상이다. 공부가 즐거운 것, 복종과 의무를 즐길 수 있는 것, 그리고 좁은 길이 잘 보이는 것은 자아가 증상인 세속 속에서 증상을 넘어선 자아의 빈터를 흘깃 드러낸다.” (복종과 의무를 즐길 수 있는가-k님 블로그 글. 2018.4.16)

 

  이 공부가 언젠가는 내 몸에 생활양식에 그대로 내려앉기를 바란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2 133회 별강 <그대라는 詩> 윤경 2022.07.22 140
71 134회 별강 <거울방을 깨고 나아가자> 수잔 2022.08.05 165
70 135회 별강 <두려워하는 것과 기쁘게 하는 것은 만난다> 2 늑대와개의시간 2022.08.19 156
69 [一簣爲山(17)-서간문해설]答李善述 file 燕泥子 2022.08.21 167
68 Luft und Licht heilen 1 찔레신 2022.08.24 199
67 산성산책 1 file 燕泥子 2022.08.27 185
66 137회 별강 <40년 동안의 여성 대학진학율과 혼인율의 통계를 통해 본 여성의 변화> 1 燕泥子 2022.09.17 271
65 작은 공부의 빛/ 사여경 2 찔레신 2022.09.30 231
64 138회 별강 <연극적 삶의 진실> 1 내이 2022.09.30 168
63 애증의 휴대폰/ 사윤수 2 찔레신 2022.10.03 259
62 <동무론>, 전설의 책 ! 3 file 찔레신 2022.10.04 339
61 [一簣爲山(18)-서간문해설]與宋雲峯仲懐書 3 file 燕泥子 2022.10.04 253
60 139회 별강 <리비도적 애착관계를 넘어 신뢰의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1 簞彬 2022.10.13 258
59 130회 강강, <허리편> 수잔 2022.10.19 154
58 138회 자득문, <천(淺)하고 박(薄)한 자의 기쁨(悅)> 수잔 2022.10.19 263
57 139회 강강.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 늑대와개의시간 2022.10.19 183
56 길속글속 140회 별강 ---그대, 말의 영롱(玲瓏) file 지린 2022.10.28 220
55 essay 澹 6. 타자성과 거짓말(141회 속속 별강문) 1 肖澹 2022.11.12 249
54 별것 아닌(없는) 아침일기 (142회 속속 자득문) 수잔 2022.11.24 163
53 [一簣爲山(19)-서간문해설]與李儀甫 1 file 燕泥子 2022.11.28 111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 15 Next
/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