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2.03.12 07:14

근사(近思)

조회 수 13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숙인재에서 () 천산족 모임이 열렸습니다. 저는 어떤 바람이나 한 점 기대도 없이 천산족 모임에 참여를 하였습니다. 고요하고, 환한 방 한 칸이 있어서, 바쁘지 않게, 마음이 맞는 사람들 서넛이 모여 앉아서, 한나절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도란도란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는 옛 바람이 기억나기도 했습니다. 숙인재는 방이 많으니 이 작은 바람은 크게 이루어진 셈입니다. 차방에서 책을 읽으면서도, 명상방에서 읽을까? 강의장에서 읽을까? 숙인방에서 읽을까?, 하는 말을 했는데, 왠지 호사스럽게 여겨졌습니다. 삶과 사람에 대한 저의 옛 기대들도, 그리고 병적이었던 오랜 기다림도, 전봇대나 빨간 우체통이 서 있는 풍경처럼 지나가버렸습니다. 이제는 숙인재 화장실의 흰 휴지통이 깨끗하게 잘 닦여 있는 것이나, 신발장 안에 보관되어 있는 쓰레기종량제봉투가 훨씬 나은 방식으로 정돈되어 있는 모습이, 지나가버린 어떤 기대나 이미 스러져간 숱한 기다림보다 저를 훨씬 더 기쁘게 하였습니다.

 

천산족 모임에서는 오만과 편견』, 『세월』, 『벨자를 읽고 있습니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1813년에 첫 출판되었습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세월1937년에 첫 출판되었습니다.

실비아 플라스의 벨자1963년에 첫 출판되었습니다.

우리가 이 여성작가들의 문장을 읽자마자, 이 사람들은 그녀들이 딛고 살았던 그 시간과 그 "곳"을, 그리고 날카롭고 아름답게 그녀들 자신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지성의 힘으로, “근사(近思)”, “자신의 발밑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날 보지 말고 내가 무엇을 했는지 봐! 새 바람이 생깁니다. 압도되지 않으면서도, 그녀들의 문장을 통해서 우리 자신을 말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 발만이라도 들어, 그 밑을 대면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52 [一簣爲山(20)-서간문해설]與吳生 file 燕泥子 2023.02.06 67
251 곱게 보기/ 수잔의 경우 file 찔레신 2023.02.05 177
250 '밟고-끌고'의 공부길, 『적은 생활, 작은 철학, 낮은 공부』/ lector 찔레신 2023.02.05 121
249 길속글속 146회 연강(硏講) --- 해와 지구 그리고 달 1 file 수잔 2023.02.03 157
248 낭독적 형식의 삶 9 file 는길 2023.01.31 400
247 정신을 믿다 file 는길 2023.01.15 193
246 145회 속속 별강문 게시 1 유재 2023.01.06 163
245 <적은 생활, 작은 철학, 낮은 공부>, 청라의 독후감 1 찔레신 2023.01.03 298
244 금요일 아침, 알면서 모른 체 하기에 대한 단상 실가온 2022.12.30 154
243 <장숙>, 2023년 (1-3) file 찔레신 2022.12.26 255
242 <적은 생활...> 서평, 중앙일보 양성희 기자 찔레신 2022.12.12 180
241 별강 아름다움에 관하여 零度 2022.12.09 147
240 [一簣爲山(19)-서간문해설]與李儀甫 1 file 燕泥子 2022.11.28 111
239 별것 아닌(없는) 아침일기 (142회 속속 자득문) 수잔 2022.11.24 162
238 essay 澹 6. 타자성과 거짓말(141회 속속 별강문) 1 肖澹 2022.11.12 249
237 길속글속 140회 별강 ---그대, 말의 영롱(玲瓏) file 지린 2022.10.28 219
236 139회 강강.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 늑대와개의시간 2022.10.19 183
235 138회 자득문, <천(淺)하고 박(薄)한 자의 기쁨(悅)> 수잔 2022.10.19 260
234 130회 강강, <허리편> 수잔 2022.10.19 153
233 139회 별강 <리비도적 애착관계를 넘어 신뢰의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1 簞彬 2022.10.13 258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 15 Next
/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