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9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회명재의 가을, 창 밖으로 감나무가 보이고 고양이 한 마리가 느리게 지나갑니다. 풍경은 고양이의 느린 걸음으로 한결 부드러워지고 어여뻐집니다. 그리고 곧 어둠은 그곳을 차분히 물들이고, 푸짐하고 건강하며 성실한 그들의 저녁식탁이 나의 저녁과 더불어 편안한 미소를 머금게 합니다. 실가온의 청귤청과 커피향 그윽한 원두, 희명자의 고구마, 연니자의 국수가 언시(焉市)의 공간을 채우고 다시 비워집니다. 공부길의 장소는 숙인들의 부지런한 손길로 닦여지고 씻겨지며 매끄러워집니다. 가야할 사람들은 분주해지고 바람은 다시 잠잠해집니다.

차방에 남은 우리들은 방풍차를 마십니다, 홍차를 마십니다, 진진과 영도의 김치부침개를 맛나게 먹습니다. 어디 먼 강기슭 노을을 바라보며 걷는 것 같은 꿈 속입니다. 에 대한 꿈, 꿈에 대한 , 달라지고 바뀌어야 할 공부를 몸에 얹고 부유하는 사유를 붙드는 우리들의 찰진 낭만도 헤겔의 시간성에서는 어떤 부표(浮標)가 될 수 있을까요. 언젠가는 그러한 낭만도 쓸쓸하고 나직하게 끝나, 또 다른 시간을 잇는 누군가에게는 낯설지만 또한 아름다운 표적(表迹)으로 남겨지길 바랍니다. 헤겔의 시간이 우리에게 와 닿은 것처럼 말이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2 茶房淡素 (차방담소)-7 file 효신 2021.04.18 152
151 빛나는 오늘 실가온 2021.04.16 147
150 99회 속속의 별강 <弋不射宿> file 지린 2021.04.02 185
149 五問(8) - 날마다 근육통 file 隱昭(은소) 2021.03.28 174
148 學於先學 4_ 다산과 신독 혹은 그의 천주에 관한 짧은 정리적·상상적 글쓰기 肖澹 2021.03.25 289
147 吾問-(7) 어떤 약함 隱昭(은소) 2021.03.10 158
146 學於先學 3_ 茶山 丁若鏞,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읽고 肖澹 2021.02.17 474
145 절판된 책 제본신청 (그리고) 30 file 희명자 2021.01.31 1014
144 에고와 공부 영도물시 2020.12.25 208
143 茶房淡素 (차방담소)-6 효신 2020.12.13 179
142 <91회 별강>집중에 들어서다-낭독하는 삶 효신 2020.12.11 163
141 踏筆不二(26) 林末茶烟起 지린 2020.12.10 113
140 吾問(6) - 노력의 온도 敬以(경이) 2020.12.09 142
139 <90회 속속 별강> 말(言)을 배운다 侑奏 2020.11.27 179
138 踏筆不二(25) 謫下人間 지린 2020.11.27 107
137 With file 희명자 2020.11.20 170
136 <89회 속속 별강> ‘約已, 장숙(藏孰) 가다’ 약이 2020.11.12 272
135 踏筆不二(24) 다시, 달 지린 2020.11.09 100
134 踏筆不二(23)-깨진 기왓장과 넝마 지린 2020.11.03 416
133 茶房淡素 (차방담소)-5-달의 집으로 가다 1 효신 2020.11.01 121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15 Next
/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