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3.01.15 20:47

정신을 믿다

조회 수 19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요청해 주신 분이 계셔서, 지난 송년회 영원한 자기 소개시간에 읽었던 문장을 옮겨 적었습니다.

지난해 어느 날이었어요. 절망이 무성하여지던 날어떤 절박함으로 나는 왜 공부하는가, 무엇을 원하는가?”를 묻게 되었습니다. 노트북 앞에 앉아 나는 이것을 원해’, ‘이것이 중요해’, 두서없이 긴박하게 적어 내린 석장 분량의 문장들을 얻었습니다. 한동안은 매일 시간을 구별하여 소리 내어 낭독했고 지금도 이따금 그렇게 합니다.

아래의 문장은 그중에서 공유할 만한 것들을 추려놓은 것이어요. 그래도 민망한 문장이 많습니다. 스스로를 일으키기 위해서 터져 나온 말들이니 동정적 혜안으로 봐주셨으면 해요.

혹시나 숙인이 아닌 분들이 읽게 되실 수 있어서, 그중 온전한 문장과 낱말이 딛고 있는 세계관은 공부하며 배운 말들,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것임을 밝혀둡니다.

  

/

나는 잘 될 것이다.

언제든 다시 시작한다.

아침, 나와 사물, 사린을 배려하며 마치 예배하듯 시작한다.

내가 만들어 나아갈 연구소는 세상에 없는 장소가 될 것이다.

내 실력이 곧 장소가 되어 사린을 보살필 것이다.

상처의 기억들이 그럴 수 있지라는 말로 바뀌었다. 그게 도움이 되었지, 그걸 통해, 배웠어, 그 시간이 있어서 지금이 가능했어.

짐작과 시기와 질투를 모른다.

애착이 아닌 정성 어린 연극으로 사랑한다. 순전하고 충실하게 돕는 연극으로.

다름의 긴장을 곡진하게 대하며 대화하는 기술을 익힐 것이다.

신뢰에 서 있다, 그곳에 서서 말한다.

끝까지 도울 수 있는 존재의 품이 생겨날 것이다.

미래에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생활을 일구어 낼 것이다.

물과 시간을 아낀다.

운기조식한다.

남에게서 배운다.

이론이 생활의 실천 속에 용해되도록, 실천적으로 번역한다. 이론을 배우되 이론과 맞싸운다.

좀 더 나은 존재가 되려는 열망이 끊임없이 샘솟는다.

낮은 중심의 주체가 될 것이다.

여기저기 시선을 끄는 것은 거인들뿐이다.

보라, 학인 다운 호흡과 몸, 말과 생활, 글과 시선, 희망을 알고 싶은 사람은 나를 보라.

진지한 질문으로 결절되며, 세속의 어긋남에 단련되고 있다.

존재론적 겸허로 내려앉는다.

배우며 비우고, 일구며 낮아지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아름다운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희망이 들어오는 길이 될 것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압도되지 않고 자신의 말을 할 수 있다.

한문을 어려움 없이 읽고 해석할 정도의 실력을 갖춘다.

먼 미래의 어느 날 누군가는 나를 보고 성인을 떠올릴 것이다.

내 존재가 거처할 언어의 집을 지을 것이다, 강철처럼 단단하고 투명하고 맑은 개념으로.

좋은 느낌의 환경을 조성하고, 언제나 나를 키우는 언어를 만지고 있다.

주변 관계에 대한 관심을 줄이고 남이 풀지 못하는 문제를 푸는 것으로 이바지한다.

청소하거나 비우거나 포기하면서 형성된 마음의 자리가 내게 있다.

허실생백이라는 개념으로 표상되는 다른 움직임, 다른 결의, 다른 노동이 내게 있다.

공부의 신호를 받기 위해서 무얼 버리고 자기를 비우는 학인이 될 것이다.

집중과 영혼을 살아낸다.

푹 자며, 긴장과 이완을 조절할 수 있다.

몸의 긴장을 살피고 헤아려 반드시 보살핀다.

호의와 호감을 꺾는다. 마음으로 관계를 맺지 않고, 약속과 실력을 주고받는다.

, 사린의 동무는.

작지만 책임 있는 사유로 떳떳하다.

인문적 가능성과 품을 키울 주제를 얻고 있고 그것에 헌신한다.

공부에의 헌신으로 촘촘하게 조직된 생활.


그림1.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92 < 86회 별강> 타자, 그 낯섦의 구원 해완 2020.09.25 143
291 <107회 별강 > 1 해완 2021.07.22 207
290 <82회 별강> 여자의 말을 배운다는 것 燕泥子 2020.08.01 187
289 <83회 별강> 능력주의 신화는 아직도 진행 중? 冠赫 2020.08.14 191
288 <84회 별강> 2년 6개월 공부의 성과와 위기 1 懷玉 2020.09.03 479
287 <89회 속속 별강> ‘約已, 장숙(藏孰) 가다’ 약이 2020.11.12 272
286 <90회 속속 별강> 말(言)을 배운다 侑奏 2020.11.27 179
285 <91회 별강>집중에 들어서다-낭독하는 삶 효신 2020.12.11 163
284 <藏孰> 천안시대, 晦明齋를 열며 2 file 찔레신 2019.07.11 335
283 <동무론>, 전설의 책 ! 3 file 찔레신 2022.10.04 336
282 <장숙>, 2023년 (1-3) file 찔레신 2022.12.26 255
281 <적은 생활, 작은 철학, 낮은 공부>, 청라의 독후감 1 찔레신 2023.01.03 298
280 <적은 생활...> 서평, 중앙일보 양성희 기자 찔레신 2022.12.12 180
279 <조선, 1894 여름> 의제 지린 2020.07.30 55
278 <최명희와 『혼불』제1권> 발제문을 읽고 2 file 는길 2024.03.29 120
277 <틈셋학교>를 연기합니다, file 희명자 2020.02.21 293
276 '글쓰기'라는 고민 해완 2022.01.05 399
275 '밟고-끌고'의 공부길, 『적은 생활, 작은 철학, 낮은 공부』/ lector 찔레신 2023.02.05 121
274 '실력 있음"이 죄가 될 때 1 해완 2020.06.24 163
273 (155회 속속 硏講) 가장자리에서 지린 2023.06.10 195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5 Next
/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