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0.04.01 11:03

踏筆不二(11) 米色

조회 수 135 추천 수 0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J1nSX2xtxd.jpg


*

쌀의 색(米色)은 조금 알고 있습니다. 도정기에서 껍질이 벗겨져서 쏟아져내려오는 쌀, 바닥에 놓인 붉은자주색 고무 다라이에 쌓이던 쌀의 색에 홀딱 빠져서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제 마음이 아주 환해졌습니다. 쌀에서는 맑고 고소한 냄새가 났습니다. 쌓인 쌀에 손을 넣어보면 온기는 온유했습니다.


*

저는 또한 조개와 눈과 학의 빛깔을 알지요, 깜짝 놀라지 않고도 찔레꽃 흰빛을 웃으며 지나가기도 했지요.


*

[부처님의 생애]를 공부하면서 우연히 읽게 된 아래 열반경(涅槃經)의 한 구절 앞에서, 아 내가 쌀색은 알아도 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 먹었던 엄마 젖빛(乳色)은 영영 모르는 것이구나, 나를 먹여살렸던 그 빛과 냄새는 기억에는 있을 수 없는 것이구나,(意不能得識其乳色)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

故涅槃經說

如盲人不識乳色

他人爲說展轉

譬喩貝米雪鶴

意不能得識其乳色

그러므로열반경에서말하기를

맹인이젖빛을알수없는것과같이

다른사람이조개,쌀,눈,학을비유로써위하여펼쳐전해말해도

의미로는그유색을깨닫지못한다


*

사람은 모두 어느 정도는 맹인이 아닌가 합니다.

맹점(盲點)이 있는 것처럼요.


*

내가 영영 알지 못하는 곳에만 있는

나를 먹여살리는 것들을 잠시

불가능할지라도 

헤아려보았습니다. 






  • ?
    遲麟 2020.04.01 11:59
    짧은 글을 다시 읽어보면서 저는 "사람은 모두 어느 정도는 맹인이 아닌가 합니다"라는 문장을 "사람은 아주 많이 맹인입니다"라고 고치고 싶어졌습니다.
  • ?
    토우젠 2020.04.01 22:25
    불가능, 불가능, 불가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2 당신이 말이 되어 건네오면 2 file 효신 2021.06.15 223
71 도로시(道路示) 8 file 敬以(경이) 2019.10.29 188
70 동시 한 편 소개합니다 1 遲麟 2019.09.30 127
69 들을 수 없음 1 file 형선 2019.04.25 203
68 딴 생각 file 형선 2019.01.29 195
67 마테오 리치(Matteo Ricci) file 희명자 2020.06.13 140
66 만세! 만세! 만만세!! 실가온 2022.02.26 186
65 말로 얻은 길. '몸이 좋은 사람' 올리브 2020.10.16 148
64 매실청 개시 기념, file 희명자 2020.10.14 127
63 무지와 미지 1 토우젠 2020.05.29 146
62 물의 씨 1 file 遲麟 2018.11.28 176
61 밖은 없다 1 file 지린 2023.05.22 189
60 방학 file 형선 2019.03.27 181
59 변명과 핑계없는 삶 오수연 2018.09.14 218
58 별강 아름다움에 관하여 零度 2022.12.09 147
57 별강 실상사의 봄 零度 2022.05.13 187
56 별것 아닌(없는) 아침일기 (142회 속속 자득문) 수잔 2022.11.24 163
55 부재(不在)하는 신 1 file 형선 2019.05.22 209
54 비 오는 월요일의 단상 2 해완 2020.04.20 188
53 빛나는 오늘 실가온 2021.04.16 147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 15 Next
/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