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2.03.03 16:28

essay 澹 3. 安寧

조회 수 19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essay 3.  

 

“I’m not fully known to myself. 'cause part of what I’m is the enigmatic traces of others”(Judith Butler)

 

1. ‘그 복사기의 이름은, R-2025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R-2025, 다수의 똑같은 모양과 성능으로 생산 된 제품의 모델명 이다. 침팬지를 사랑하여, 차마, 침팬지에게 실험체 번호를 붙일 수 없었다던 어느 동물행동학 박사처럼, 그만의 이름으로 불러주지는 않았지만, 복사기를 만지고 다루며, 문제가 생길 때 마다 속까지 열어 보았던 관계인지라, ‘복사기라 명명 되던 그 사물은, 여타의 복사기와는 사뭇, ‘의미가 달랐다.

 

2. ‘그 사물이 옆에 있음으로, 가능해 지는 미래가 있었다. 이런 비유가 적정한지는 모르겠으나, 그 자리에 그가 있음으로, 알게 되는 미래. 인간의 손길과 눈길이 미치는 개입의 윤리가 시간의 온통을 아울러 삶을, ()구성하지만, 그 되어져 감의 여정에 인간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자기 옆의 한 존재가 사라짐으로 알게 되는, 잃어버린 것들의 흔적만큼이나 자명하다. 지척의 이웃이 함께 만들어 가는 자기自己가 있다.

(물론 대개의 경우, 인간이 가장 큰 영향을 주겠지만)


3. 자연 상태로부터 멀리 떨어져 나와, 복잡하게 가공되어, 쓰임에 한정限定이 생긴 사물이 돌아가게 될 곳은 어디일까. , 그와 관계 맺었던 탓으로 생긴 책임의 윤리가 작동될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 일까. 맺어진 관계에서, 눈 돌리고, 등 돌리면서 생기는 탁함은, 왜 가라앉아 다시 맑아지지 않는 것일까. 삶의 장면 장면이 분절되어, 마침내, 삶에서 죽음까지 삭제 시킬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내는 이별은, 왜 아름답지 못할까.

 

4. 얼마 전 흙에 묻어준 고양이가 다시 무엇인가로 돌아가고 있듯, 사람의 손길과 눈길이 마지막까지 배웅 한 헤어짐에는여기 남은 것도 없고, 거기에 묻혀 따라가는 것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더불어 맺힌 것 없이 맑아질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안녕~.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72 (身詞) #1. 글쓰기의 어려움 4 榛榗 2019.11.05 327
271 (속속 130회 별강) 정서가 자란다 file 는길 2022.06.11 341
270 (속속) 연극성(Theatricality)과 진정성(Authenticity) 榛榗 2020.02.26 789
269 (위험한 여자들) #1. 페미니즘의 도전(정희진, 2013) 2 榛榗 2019.11.19 174
268 (희명자 연재) 行知(1) 듣기의 수행성 1 희명자 2020.04.10 209
267 102회 속속 별강 <삶의 미학, 그 직관의 토양> 내이 2021.05.14 193
266 103회 속속 별강, 답례를 해야 하는 절대적 의무 1 는길 2021.05.29 218
265 104회 속속 별강 <What women want> 1 file 燕泥子 2021.06.12 187
264 105회 속속 별강 <청소로 시작의 문을 연다> 1 mhk 2021.06.21 227
263 108회 속속 별강 (유물론자의 다른 세상 보기) 1 懷玉 2021.08.06 258
262 110회 속속 별강 <변신(變身)하기 위해 장숙(藏孰)에서 장숙(藏熟)하기> 2 수잔 2021.09.03 369
261 113회 속속 별강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면> 1 약이 2021.10.15 204
260 114회 별강-<유령들의 요청> 실가온 2021.10.28 314
259 115회 별강 <경험가설> 1 지린 2021.11.12 222
258 118회 별강 <자기소개에 대하여> 燕泥子 2022.01.05 158
257 119회 별강<장숙에서의 공부가 내 삶에서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가> 簞彬 2022.01.05 481
256 121회 별강<부사적 존재와 여성> 내이 2022.02.08 171
255 122회 별강 < 마음은 바뀐다> 1 지린 2022.02.18 155
254 123회 <별강>-과거의 눈빛 실가온 2022.03.05 190
253 124회 별강 존재에서 느낌으로 ,그리고 앎(지식)으로 懷玉 2022.03.18 146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5 Next
/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