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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6 23:57

1월 천산족 모임 후기

조회 수 333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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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숙]에서의 공부(대화)자리가 끝나, 함께 어울렸던 사람들과 헤어지고 나면 나는 내 집 밖에서 내 집을 굳이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장숙]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여기에는 나의 고요가 있고 그곳에는 그곳의 고요가 차분하게 내려앉았을 거라고 여깁니다. 


*우리의 마음과 기억에서도 지난 천산족의 모임자리가 차분하게 내려앉도록 댓글 후기를 써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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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遲麟 2019.01.07 12:04

    * 엠마뉴엘 레비나스는 마루틴 부버를 인용하여 "타자의 타자성으로의 진정한 접근은 인식이 아니라 그에게 말하기(thou-saying)로 구성된다. 그에게 말한다는 것은 그로 하여금 자신의 고유한 타자성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나-그(I-Thou)관계가 외면화된 대상이 여전히 감금되어 있는 나-그(I-It)의 중력장으로부터 탈출한다."고 주장한다.
    권헌익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 261

    * 마침내 어떤 사람의 혀 끝으로 올라서서 허공으로 투신, 이윽고 사라지는 [말]은 궁극의 메타포일 것인데, 나는 그 사람의 말의 씨앗 혹은 말의 뿌리 혹은 그 말의 원천이 흐르는 강을 끝내 알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에 현기증이 인다.

    * 장숙 강연장 선생님 자리 가까이에 어디에서 흘러나왔는지 전혀 알 수 없는 물이 고여 있었다. 물이 어디에서 흘러나와 어디를 거쳐서 그 자리에 떨어져 고였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と는 그것이 "물의 씨앗"이라고 말했는데, 나는 집으로 돌아와서 홈피에 공지된 산새 장숙강의 [강]이 내가 예상했던 講이 아니라 江으로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나서야, と의 말이 신비한 메타포이구나, 하였다. 물은 늘 물길을 내며 흐르고, 강도 그렇지만, 우리가 다 어떻게 그것을 알겠는가. 


    *궁극의 메타포에 도달하여 마침내 혀 끝에서 투신하는 너의 지나 온 길을 내가 전혀 알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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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燕泥子 2019.01.09 00:03
    * 몸에 익숙한 각도를 넘어서려고 하는 순간엔 어김없이 즉각적인 자극이 온다. 숨 쉬기가 힘들고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밀려온다. 그 순간 나는 이미 날선 통증 앞에서 인간을 벗어던지고 흥분된 상태로 가뿐 호흡을 하고 있다. 그때 나에게 말이 들려온다.
    차분하게...흥분하지 말고, 호흡을 바라보라.

    *  차분해진다 함은 내 세상은 당장의 욕망으로 만 구성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고, 일시에 내 몸을 꿰뚫고 흐르는 정서의 에너지에 대한 즉발적인 응대가 사태의 우호적인 변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이며, 내 감각 앞에 연속으로 놓인 "있음"의 저 너머에는 (아직은) 없음"이라는 아득하고 풍요한 지평이 기다리고 있다는 발견이다. 손에 잡히지 않는 미래 속으로 쾌락을 연기 재배치하는 방식은 물론 리비도의 즉발적 해소나 자폐적 순환을 막는다. 차분해지고 연기함으로써 가능해진 삶의 새로운 지평은 인간들에게 최초의 정신적 해방을 준 것이다. <집중과 영혼,  p44>


    * 천산족 모임에서 우리의 낭독은 추위를 녹이고 긴 밤을 밝히었다. 달콤한 간식과 따뜻한 저녁은 더 많은 이야기 속으로 우리를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