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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or Fati !! 네 운명을 사랑하라!!

(정치가 정조 독후감)

초담

 

 

니체는 아모르 파티!!를 말했다. 운명을 사랑하라!! 제가 선 자리, 그 필연성을 사랑하라는 말이다. 삶이라는 것이 부단한 우연성과 이미 정해져 바꿀 수 없는 필연성의 직조물이라면, 인간의 발끝에서 그려지는 삶의 무늬는 씨실과 날실 그 어느 하나 부정함이 없을 때, 비로소 성숙한 열매를 맺을 것이다.

 

1. 유교적 계몽군주 정조

 

(정조 개혁정치의 특징 부분) 첫째, 정조는 국왕의 행동반경을 제약하는 제도적. 이념적 조건들을 부정하기보다는 그 조건의 틀 안에서 그 문제점을 개혁하거나 재해석함으로써 왕권을 강화하는 방식을 취했다. 즉 조정의 법과 제도를 폐기하는 대신, 그것을 자신의 목적에 맞게 변형하여 이용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박현모, 정치가 정조, 푸른역사, 379)

 

정치가 정조의 저자 박현모씨는 정조라는 인물을 이해하는 데 있어, ‘성왕경장두 용어를 꼽았다. 성왕이, 기존 사대부를 실질적 정치주체로 보고, 국왕은 도덕적 모범이 되는 성인으로 규정한 성학론에 반()하여 국왕을 정치가’-‘성인으로 해석하여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개혁정치를 꿈 꾼 정조의 지향을 규정한 말이라면, 경장은 말 그대로 잘못된 관행이나 법·제도를 바··어서 그 혜택을 백성들에게 베푼다라는 말이다. 정조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경장이 함의한 바가 적지 않다.

 

한 국가의 책임 있는 왕이었던 정조는, 정치적 운신에서, 기존의 것들을 엄폐하고 폐기시키기 보다는 고쳐 쓰고, 다시 쓰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자기 정당성을 획득했다. 당위에 있어서 필연성의 구실은, 자기 근거 안에서 자가동력하는 힘을 만들어 낸다. 이는 정조의 권도權道가 단순하고 얄팍한 꾀부림에 지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가 되기도 했다. 필연에 뿌리박은 몸짓은 우연이라는 격랑에 휘말리지 않으면서도 유연하게 상황을 타개 시킨다.

정조는 할아버지(영조_1694~1776)에게 아버지(사도세자_1735~1762)가 죽임당하는 것을 목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인간적으로 혹은 붕당이라는 정치적 입지 속에서, 자기선택이 아닌 비극적 가족사를 겪은 그는 다시 한 번 경장의 태도를 엿보인다. 당면한 현실, 그 안에서 그는, 상처라는 수렁에 매몰되어 자기존재를 망실하는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았고, 상처를 폐제시켜 회피하고 가려버리지도 않았다. 자기를 구성하는데 있어, 이미 전제 조건이 된 자기 운명의 한 가운데에서 걸어 나아갔다. 그래서 그는 자기 자신이 되고, 조선 계몽의 횃불을 밝힌 성군이 된다.

 

 

2. 계약이행자 오디세우스

 

오디세우스는 사이렌을 피할 수 있는 다른 항로를 택하려고 하지 않는다. 또한 그는 자신의 우월한 지식에 자만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유가 자신을 보호하기에 충분하다는 환상을 품고 자신을 결박하지 않은 채 사이렌의 노래를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을 겸손하게 낮추고는 그의 배가 미리 정해진 운명의 항로를 택하도록 한다. 그는 아무리 눈을 똑바로 뜨고 자연으로부터 거리를 유지하려 해도 사이렌의 소리를 들으면 거기에 빠져들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 그는 자연에 대해서는 자신이 노예의 처지에 있다는 계약을 준수한다. 오디세우스는 돛대에 묶인 상태이기는 하지만 파멸로 인도할 사이렌의 품에 뛰어들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계약 속에서 작은 빈틈을 발견하며, 이 빈틈을 이용해 계약을 이행하면서도 계약으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는 것이다. () 묶여 있다는 것은 이미, 구속이란 바로 그 자리에서 죽이지는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단계에 속하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계몽된 오디세우스는 자신을 묶도록 만듦으로써 태고의 노래가 갖는 우세한 힘을 인정한다.

(Th.w.아도르노/M.호르크하이머, 계몽의 변증법, 문학과지성사, 2017, 101~102)

 

오디세우스는 계약을 파괴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건널 수 없던 해협을 지나며 우회하는 길을 선택하지 않고, 약간의 꾀로써 앞으로 나아간다. 기존에 합의 된 사항들을 충실히 따른 그는, 성실한 계약 이행자이자 자기 운명의 필연을 회피하지 않은 개척의 인간정신, 오디세우스가 된다. 그의 방식이 회피와 변명, 타협과 굴복으로 점철되어 사이렌이 있는 해협을 건너지 않았다면, 그는 더 이상 우리가 아는 오디세우스가 아니었을 것이다. 자연과 신화라는 자기 필연의 역사를 해체시키지 않고, 그 사잇길로 나아간 오디세우스의 일화는 자기 선 자리에서, 그 토대를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 새로운 역사를 쓴 정조와 겹이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3. 오디세우스가 자연 앞에 묶인 자임을 인정함으로 우디세우스가 되었듯, 정조는 비참한 가족사를 동반한 끊임없는 정치적 위기 속에서도 유교 국가, 조선의 국왕으로서 자기 앞에선 운명을 생()으로 품은 정조가 되었다. 제 필연을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터져 나오는 삶의 창발(創發)은 새로운 미래에 대한 예감이 현실이 되게 한다. 니체도 말한 바,

아모르 파티!!!

 

  • ?
    실가온 2021.08.24 13:24
    ‘타협’, ‘회피’, ‘굴복’을 모른 체하고 성큼성큼, ‘정조가 되었다’ 이 구절앞에 놓인 주체와 객체들의 水心과 愁心으로부터의 도약이 지어놓은 징검다리. 그러나 여전히 말은 너무 가볍고, 몸은 너무 무겁습니다. 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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