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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앞선 글 <행지(行知): 변화란 무엇인가>를 매개로 제미나이와 언어 패턴에 관해 대화한 후 이를 요약한 제미나이의 글에 살을 붙인 것이다. 이 글은 제미나이에게 빚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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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는 상투적 말 속에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다. 우리가 매일 입에 올리는 언어 패턴은 단순한 문법의 차이만 품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뇌가 자극을 받아 0.05초의 원시 감각에서 출발해 0.2초의 '운동 억제(Veto)'를 거쳐 최종 운동을 결정짓는 물리적 통로이자, 색인과 아교로서 세상을 낚아채고, 몸이 타자와 응하는 형식을 이끄는 알고리즘이다. 이 글의 관심사는 신경 패턴의 배치 차이로 인한 미세한 기울기—특히 문장 속에서 주어가 호출되는 방식, 어순, 어휘의 축중도, 그리고 이들이 얽혀 발화시 '운동 억제(Veto)'를 확정 짓는 시점—가 어떻게 우리의 인식 체계를 길들이고 행동의 템포를 갈라놓는지 그 궤적을 톺아보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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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주어-동사)가 문두에 배치되는 서양의 엄격한 언어 패턴은 문장을 열 때부터 특유의 선제적 질서를 부과한다. 말을 시작하는 그 찰나의 순간, 문장의 최전선에 '나(I)/너(You)'라는 주체, 즉 에고(Ego)를 강화하는 기표를 넣어야만 문장이 성립된다. 뒤이어 "can(not)"이나 "will (not)" 같은 '운동 억제(Veto)' 여부를 결정짓는 (조)동사가 초반 0.1초 만에 밖으로 뒤따라 나온다. 발화(Speech) 역시 기도 근육과 성대를 움직이는 고차원적 신체 운동이기에, 문장 초반에 던져진 동사는 전전두엽-기저핵 회로에 "운동 억제(Veto)" 여부를 선제적으로 분별해 버린다. 억제 여부가 일찍이 확정되어 뇌와 몸은 유예 없이 빠르게 행동으로 옮아가거나 대안적 행동(이유 설명, 대안 제시)으로 즉시 우회한다. '선판단-후설명'이라는 언어 패턴은 논리와 조리를 필수적으로 요구할 뿐만 아니라 발화중 타자가 개입할 틈조차 주지 않게 된다. 이런 언어 패턴이 수천 년간 문화로 축중(縮重)되면서, "세상의 중심은 독립된 주체인 나이며 내 의지와 행위가 모든 변화의 시발점이다"라는 개인주의적 가치관으로 부지중에 귀결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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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어나 일본어는 SOV(주어-목적어-서술어) 구조를 지녀 판단을 최후로 유예하는 패턴을 지닌다. 중국어는 표면적으로는 SVO의 어순을 취하나, 실질적 담화에서는 주어를 탈각시키고 맥락을 선제 배치하는 경향을 보인다. 비록 중국어의 어순은 SVO일지라도 격 조사나 시제 어미 변화가 없는 고립어 특유의 성격 때문에 단어의 축중도가 매우 높아 그 의미가 하나로 즉각 수렴되지 않은 채 맥락 속으로 발산된다. 따라서, 이들 언어적 패턴에서는 발화 중에 개입하는 타자의 정황과 제반 환경이라는 맥락이 켜켜이 적층된 뒤 문장의 결말부(서술어 혹은 어조사)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운동을 위한 판단이 결정되는 구조를 지닌다. 서술어가 결정되거나 문장이 완전히 닫히기 전까지 뇌는 그것이 긍정인지 부정인지, 수락인지 거절인지 판단을 확정짓지 못한 채 가능성의 시냅스 경로들을 양자 중첩처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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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언어 패턴은 서양과 다르게, "운동 억제(Veto)" 여부를 조기에 결정짓지 않고, 수용과 거절의 경계에서 상대의 눈빛과 대화의 공기를 상시 살필 틈으로서 유예적 회로를 지녀, 타자의 개입을 허용하는 개방성과 유연성을 지닌다. 이런 관계주의적 개방성의 언어는 뇌에 상당한 물리적 긴장과 부하를 청구한다. 판단을 조기에 확정짓지 않은 채 가능성의 중첩 상태를 길게 유지해야 하고, 대화의 분위기와 주변 맥락을 주의깊게 살펴야 하며, 문장 끝에서 결정되는 판단의 후과를 완화하기 위해 어미와 어조사를 조절하여 완곡어법을 가하는 노력 등은 신경망의 열역학적 긴장을 높이고 세포막 전위를 지속적으로 소모시키는 고비용의 작업이기 때문이다. 판단을 유예함으로써 타자가 개입 가능한 틈을 품은 언어 패턴은 "나라는 존재는 홀로 단절되어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둘러싼 맥락과 관계 속에서 변화한다"는 관계주의적 가치관 그 자체로 보아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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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패턴에서 중히 살펴야 할 것은 '언어가 운동의 억제(Veto) 여부를 언제 확정짓는가'이다. 이는 '발화 시 맥락 정보를 지닌 동시 자극이 개입할 여백이 존재하는가'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동사의 결정 시기, 어휘가 지닌 축중도, 말과 말 사이의 공백은 말을 하는 찰나의 순간에 타자의 개입을 허용하는 '물리적 틈'을 결정해 운동의 판단 시기에 영향을 미친다. 눈 깜짝할 사이의 발화 템포 속에서 타자의 개입을 얼마나 허용하는 언어 체계인가에 따라, 서양의 개인주의적 사고와 동양의 관계주의적 사고가 갈라져 나온다. 동서양이 지닌 가치관의 차이는 이념(내용)의 차이라기보다 언어가 지닌 패턴(형식)의 차이가 문화로 축적되며 상호 개입한 결과로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서양의 언어 패턴은, 판단을 조기에 확정짓기 때문에 판단의 근거를 대기 위한 논리와 조리가 뒤따라 올 것은 당연하다. 선행사를 한정짓기 위한 관계(대명)사의 존재가 이를 방증한다. 반면 동양의 언어 패턴은, 판단을 유예한 결과 단순한 이분법에 갇히지 않고 타자성의 개입에 맞춰 변화가능한 유연성을 품게 된다. 동양의 사상인 중도와 중용은 이런 언어 패턴과 뗄 수 없다. 언어의 패턴은 사유의 입체적 지형도이며, 언어 패턴의 템포와 틈새 속에는 문명이 신경망의 가소성을 통해 스스로를 빚어낸 존재론적 역사성이 오롯이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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