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12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k님과 30년 전 스승과 제자로 인연이 있었던 ㅈㅅㄱ교수님이 차방담소에 함께 하셨다. 말이 오가는 사이가 길어지고 밤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고요해지는 순간을 교수님은 낯설어 하셨다. 담소는 서로 웃으며 이야기함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장숙의 차방담소는 談笑(담소)가 아닌 淡素(담소)이므로 소박하고 깨끗한 비어 있음이어도 좋다. 여백은 비어있음으로 자연스럽다. 어색하여 채우려는 순간, 이미 있었던 꼴들은 더 어지러워지고 제 빛을 잃는다. 그러했던 적이 무수하다. 가리기 위해 덧붙이고, 덧붙여 본래의 의미도 잃어버린 채, 허상(虛像)만 무성하게 피어나던 상처의 자리들. 허실생백(虛室生白)이라 했던가, 방이 비면 빛이 쏟아져 들어와 환하게 밝아진다고, 무상무념으로 진리에 도달하기는 이를 수 없는 진경(眞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 각자의 빛으로 둘러앉은 사람들, k님과 제자님의 문틈으로 흰말이 빠르게 지나가고(若白駒之過䧍), 빈 자리에 가을밤은 꾸밈없이 내려 앉는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56 踏筆不二(20) 詠菊 지린 2020.09.28 121
255 진실은 그 모양에 있다 file 遲麟 2019.10.02 122
254 녹색당 생각 토우젠 2020.05.06 122
253 茶房淡素 (차방담소)-5-달의 집으로 가다 1 효신 2020.11.01 122
252 낭독일리아스_돌론의 정탐편 1 허실 2019.10.17 123
251 '밟고-끌고'의 공부길, 『적은 생활, 작은 철학, 낮은 공부』/ lector 찔레신 2023.02.05 123
» 茶房淡素 (차방담소)-2 효신 2020.09.20 126
249 踏筆不二(19) 天生江水流西去 지린 2020.09.17 127
248 우리의 아이 1 토우젠 2020.06.28 128
247 매실청 개시 기념, file 희명자 2020.10.14 128
246 길속글속 147회 '말하기 심포지움' 별강문 --- 잘 말하기 위한 노력들 燕泥子 2023.02.17 128
245 동시 한 편 소개합니다 1 遲麟 2019.09.30 129
244 吾問(3) 언어화 1 敬以(경이) 2020.09.22 129
243 踏筆不二(0) 2 遲麟 2019.10.22 130
242 踏筆不二(3) 원령(怨靈)과 이야기하는 사람 2 file 遲麟 2019.11.15 130
241 산책_ 외출1 1 肖湛 2020.06.01 131
240 장독후기(22회) 2023/3/26 1 簞彬 2023.04.08 131
239 남성성과의 화해 懷玉 2020.09.11 133
238 [一簣爲山(10)-서간문해설]寄亨南書 file 燕泥子 2022.03.22 134
237 自省 file 지린 2023.05.08 134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 15 Next
/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