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장숙행 사진 몇 장을 올립니다.
서해 바닷가를 걸으며 셀 수 없이 많은 아기 고동을 보았어요. 난생처음 굴을 따보기도 하였습니다. 파도와 해풍으로 작아지는 예쁜 돌을 찾아 허리를 몇 번 굽히기도 하였지요. 섬 둘레 길에는 동백꽃이 새초롬히 움트고 있었답니다. 저 멀리 반지락(바지락)을 캐는 어촌 어르신들의 곡선 진 등이 지평선과 겹치기도 하였어요.
노을이 지자 숯불을 피웠습니다. 조개를 구웠고 시원하고 맑은 해물탕도 있었어요. 모처럼 바다향을 머금은 음식을 풍족하게 누렸답니다. 그리고 밤. 길고-가만히 그 약음(約音)*에 유의하며 인간의 미래를 살피고 계신 선생님의 글을 맞이하였습니다. 새 글에 응하는 몸/말들의 역동으로 시간은 온전하고 깊어져 갔어요. 인문 철학, 우리가 할 수 있는 일(beruf)과 연결되며 가슴이 뛰기도 하였습니다.
1박 2일 동안 더불어 걷고 담소하며 배울 수 있도록 곁을 내어주신 선생님, 감사드립니다. 앞서 자리를 마련하고 어제나 오늘이나 숨은 노동을 감수해 주고 있는 실무, 숙장의 애씀과 숙유의 살뜰한 챙김에도 고마운 마음을 표해요. 빈 곳을 가만히 두기도 하고 채우기도 하며 어울리던 동학의 존재가 따듯하고 든든하였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 “기미(幾微)를 읽어 길고 가만히 살피면서 그 약음(約音)에 유의하는 것. 이것이 곧 ‘알면서 모른 체하기’ 공부의 단예(端倪)인 것이다.” (『옆방의 부처』, 글항아리, 2021년, 1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