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449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겨울 장숙행 사진 몇 장을 올립니다.

서해 바닷가를 걸으며 셀 수 없이 많은 아기 고동을 보았어요. 난생처음 굴을 따보기도 하였습니다. 파도와 해풍으로 작아지는 예쁜 돌을 찾아 허리를 몇 번 굽히기도 하였지요. 섬 둘레 길에는 동백꽃이 새초롬히 움트고 있었답니다. 저 멀리 반지락(바지락)을 캐는 어촌 어르신들의 곡선 진 등이 지평선과 겹치기도 하였어요.

노을이 지자 숯불을 피웠습니다. 조개를 구웠고 시원하고 맑은 해물탕도 있었어요. 모처럼 바다향을 머금은 음식을 풍족하게 누렸답니다. 그리고 밤. 길고-가만히 그 약음(約音)*에 유의하며 인간의 미래를 살피고 계신 선생님의 글을 맞이하였습니다. 새 글에 응하는 몸/말들의 역동으로 시간은 온전하고 깊어져 갔어요. 인문 철학, 우리가 할 수 있는 일(beruf)과 연결되며 가슴이 뛰기도 하였습니다.

12일 동안 더불어 걷고 담소하며 배울 수 있도록 곁을 내어주신 선생님, 감사드립니다. 앞서 자리를 마련하고 어제나 오늘이나 숨은 노동을 감수해 주고 있는 실무, 숙장의 애씀과 숙유의 살뜰한 챙김에도 고마운 마음을 표해요. 빈 곳을 가만히 두기도 하고 채우기도 하며 어울리던 동학의 존재가 따듯하고 든든하였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 “기미(幾微)를 읽어 길고 가만히 살피면서 그 약음(約音)에 유의하는 것. 이것이 곧 알면서 모른 체하기공부의 단예(端倪)인 것이다.” (옆방의 부처, 글항아리, 2021, 16)



 사본 -1.jpg   사본 -사본 -2.jpg   사본 -사본 -3.jpg

사본 -사본 -4.jpg   사본 -사본 -5.jpg   사본 -사본 -6.jpg



  • ?
    零度 2023.02.14 11:09
    서산 바닷가에서 보낸 1박2일은 짧지만 시간의 두께는 결코 얇지 않았던 잊지 못할 여행이었습니다. 귀한 시간을 함께 해주신 선생님과 동학에게 고맙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46 심검(尋劍), 차방에 앉아 계신 선생님 2 file 수잔 2023.04.13 680
245 ‘이미 복(福 )을 얻었으므로’(밀양보속 51회) file 는길 2023.04.08 529
244 그 같은 공부의 길을 걸어본 적이 있었습니까? * file 효신 2023.04.06 548
243 Ein alter Hase 2 file 효신 2023.03.27 550
242 148회 첫 외)속속, 그 시작 file 수잔 2023.03.21 388
241 수잔의 사진(4)/ 침채, 그 옛날처럼 2 file 찔레신 2023.02.20 526
240 수잔의 사진(3)/ 조별토의, 저 너머 file 찔레신 2023.02.19 458
239 수잔의 사진(2)/ 차방, 붉은 1 file 찔레신 2023.02.19 462
238 수잔의 사진(1)/ 그릇들, 푸른 3 file 찔레신 2023.02.19 430
237 겨울을 배웅하는, 두물머리 산책 7 file 윤경 2023.02.19 446
236 146회 속속(2023.02.04.) 후기 file 윤경 2023.02.17 301
235 주후단경(15) 146회 속속 file 懷玉 2023.02.13 297
» 겨울 장숙행, 서산 웅도 1 file 는길 2023.02.13 449
233 주후단경(14) 145회 속속 file 懷玉 2023.01.25 397
232 145회 속속(2023.01.07.) file 윤경 2023.01.25 377
231 今古覺不二 file 찔레신 2023.01.21 385
230 In the realms unknown but trustworthy file 찔레신 2023.01.19 567
229 144회 속속(2022/12/24) file 윤경 2023.01.07 383
228 주후단경(13) 143회 속속 file 懷玉 2022.12.20 320
227 143회 속속(2022/12/10) file 윤경 2022.12.20 341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4 Next
/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