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선생님 <서숙> 강연, 藏講(35회)
'양심의 기원과 자살(自殺):
노무현, 노회찬, 박원순에 관하여'
자살(自殺)은 인간의 삶에서 어떤 지표(指標)가 될 수 있을까요. 시간 속의 변화는 피할 수 없는 사실이고, 그 변화의 끝은 돌이킬 수 없는 죽음이긴 해도, 자살은 그 변화에 임의의 매듭을 만들어 그 ‘무엇’을 표시합니다. ‘바람 속의 재(ashes in the wind)’와 같은 자연사(自然史)로부터 솟아오른 이 의지(意志)는 그의 삶을, 그 지향을, 그리고 그 어긋남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그 지표와 지향은 그의 자살-수행과 더불어 잠시의 진실이 되었다가 영영 해석의 미궁으로 사라지고 맙니다. 자살자는 늘 그 행위의 적실성이나 파문(波紋)을 충분히 감안하지 못하고, 남은 자는 이미 닫힌 문 너머의 진실과 그 타자성에 전율할 수밖에 없습니다.
노무현(1946~2009), 노회찬(1956~2018), 그리고 박원순(1956~2020)은 셋 다 경상남도 출신의 정치인입니다. 그리고 셋은 모두 60대 초반에 스스로 세상을 버렸습니다. (그래서 올해 예순 하나가 되는 경남출신의 조국이 그 모진 모욕에도 불구하고 자살의 강을 넘어서서, 심지어 創黨까지 한 일은 흔연한 일입니다.) 셋 다 어떤 ‘의혹’의 그림자를 뒤로 한 채 쫓기 듯, 혹은 비운 듯 목숨을 버렸지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 사람은 모두 긴 세월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사회적 약자들과 소수자들을 위한 삶을 살아왔습니다.
이번 강의는 노무현, 노회찬, 그리고 박원순의 죽음을, 그러므로 그 삶의 성격과 지향을 다룹니다. 이와 함께 그들의 자살에 관련된 몇가지 인문지리학적 추정을 바탕으로 공통된 이치를, 그 의미를 살피고자 합니다. 그러므로, 이른바 ‘애매한 텍스트’의 주변을 깊고 느리게 배회하면서 그 속에서 배어나오는 이치와 맥락을 살피는 일은 이번 강의에서도 역시 중요한 관건이 됩니다. 세상에는 도덕조차 짐스러운 듯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스스로 제 윤리(倫理)를 만들어 죽음을 선택하는 이도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윤리에 수반되는 양심은 때로 유일회적 실존의 불확실성(existential precariousness)을 번개처럼 뚫어버리곤 합니다. 그래서 양심은 ‘사건적’입니다. 그러나 이 세 사람의 자살 속에는 어떤 사건적 양심이 번득이었을지, 누가 알 수 있을까요.
장소/ 서울 서촌, <서숙>
일시/ 2024/3/30(토), 오후 3시~6시 30분
정원/ 선착순 20명
신청/ 문의/ 숙비, 010-2436-8760 (chodamy/daum.net)/ 단빈, 010-7150-5441 (mhk97@naver.com)
회비/ 2~4만 (서숙의 월세 후원금입니다. 개인 사정에 따라 스스로 정해 입금해 주어요.)
[출처] 양심의 기원과 자살(自殺): 노무현, 노회찬, 박원순에 관하여|작성자 찔레신
* 강연 신청은 마감되었습니다. 이후 신청자는 대기자로 올려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