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0.02.24 19:47

시 읽기(71회) (1-6)

조회 수 33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장시 1
                        김수영
겨자씨같이 조그맣게 살면 돼
복숭아가지나 아가위가지에 앉은
배부른 흰새모양으로
잠깐 앉았다가 떨어지면 돼
연기나는 속으로 떨어지면 돼
구겨진 휴지처럼 노래하면 돼

가정을 알려면 돈을 떼어보면 돼
숲을 알려면 땅벌에 물려보면 돼
잔소리날 때는 슬쩍 피하면 돼
-채귀가 올 때도-
버스를 피해서 길을 건너서는 어린놈처럼
선뜻 큰길을 건너서면 돼
장시만 장시만 안 쓰려면 돼
​오징어발에 말라붙은 새처럼 꼬리만 치지 않으면 돼
입만 반드르르하게 닦아놓으면 돼
아버지 할머니 고조할아버지 때부터
어물전 좌판 밑바닥에서 결어있던 것이면 돼
유선합승자동차에도 양계장에도 납공장에도
미곡창고 지붕에도 달려있는
썩은 공기 나가는 지붕 위의 지붕만 있으면 돼
⌜돼⌟가 긍정에서 의문으로 돌아오면 돼
의문에서 긍정으로 또 돌아오면 돼
이것이 몇바퀴만 넌지시 돌면 돼
해바라기 머리같이 돌면 돼

개꽃이나 샐비어나 마찬가지 아니냐
내일의 채귀를
죽은 뒤의 채귀를 걱정하는
장시만 장시만 안 쓰려면 돼
셀비어 씨는 빨갛지 않으니까
장시만 장시만 안 쓰려면 돼
영원만 영원만 고민하지 않으면 돼
오징어에 말라붙은 새처럼 5월이 와도
9월이 와도 꼬리만 치지 않으면 돼

트럭소리나 나면 돼
아카시아 잎을 이기는 소리가 방바닥 밑까지 울리면 돼
라디오소리도 거리의 풍습대로 기를 쓰고 크게만 틀어놓으면 돼

겨자씨같이 조그많게 살면 돼
장시만 장시만 안 쓰려면 돼
오징어발에 말라붙은 새처럼 꼬리만 치지 않으면 돼
트럭소리가 나면 돼
아카시아 잎을 이기는 소리가 방바닥 밑까지 콩콩 울리면 돼
흙묻은 비옷이 24시간 걸려있으면 돼
정열도 예측 고함도 예측 장시도 예측
경솔도 예측 봄도 예측 여름도 예측
범람도 예측 범람은 화려 공포는 화려
공포와 노인은 동일 공포와 노인과 유아는 동일......
예측으로만 그치면 돼
모자라는 영원이 있으면 돼
채귀가 집으로 돌아가면 돼
성당으로 가듯이
채귀가 어젯밤에 나 없는 사이에 돌아갔으면 돼
장시만 장시만 안 쓰려면 돼


<暮热游池上>

mù rè yóu chí shàng


楊萬里(yáng wàn lǐ )


細草摇頭忽報儂

xì cǎo yáotóu hū bào nóng

披襟攔得一西風

pī jīn lán dé yì xīfēng

荷花入暮猶愁熱

héhuā rù mù yóu chóu rè

低面深藏碧傘中

dī miàn shēncáng bì sǎn zhōng 




私の詩


八木重吉(1898~1927)


裸になってとびだし

基督のあしもとにひざまづきたい

しかしわたしには妻と子があります

すてることができるだけ捨てます

けれども妻と子をすてることはできない

妻と子をすてぬゆえならば

永劫の罪もくゆるところではない

ここに私の詩があります

これが私の贖(いけにえ)である

これらは必ずひとつひとつ十字架を背負ふてゐ(い)

これらはわたしの血をあびている

手をふれることもできぬほど淡々しくみえても

かならずあなたの肺腑へくひ(い)さがって涙をながす



Pas mourir

 

Pas mourir

pas encore

trop tôt le couteau

le poison, trop tôt

Je m’aime encore

J’aime mes mains qui fument

qui écrivent

Qui tiennent la cigarette

La plume

Le verre.

J’aime mes mains qui tremblent

qui nettoient malgré tout

qui bougent

Les ongles y poussent encore

mes mains

remettent les lunettes en place

pour que j’écrive

 

Agota Kristof (1935-2011)




                                                                             For whom the bell tolls


by John Donne


No man is an island,

Entire of itself.

Each is a piece of the continent,

A part of the main.

If a clod be washed away by the sea,

Europe is the less.

As well as if a promontory were.

As well as if a manor of thine own

Or of thine friend's were.

Each man's death diminishes me,

For I am involved in mankind.

Therefore, send not to know

For whom the bell tolls,

It tolls for thee.






조선 이옥봉<七夕>


無窮會合豈秋思

不比浮生有別

天上却成朝暮會

人間作一年期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86 <잃어버린 조상의 그림자Shadows of Forgotten Ancestors> 2 찔레신 2022.01.31 272
385 함께 읽을 책, 설문 결과 file 찔레신 2022.04.01 190
384 칼 융, '사이-학기' 찔레신 2022.02.09 222
383 쪽속(8월 17일) 고전강독 인용문(1-50) 1 찔레신 2019.08.14 322
382 쪽속(7회), 2019년 2월 23일 <벤야민, 산책자(flâneur)와 변증법적 이미지> 2 file 찔레신 2019.02.05 545
381 쪽속(6회), <아도르노, 문화비평과 부정변증법> 2 file 찔레신 2019.01.14 521
380 쪽속(5회), 송년회 5 file 찔레신 2018.12.04 975
379 쪽속(4회) 1 찔레신 2018.10.29 667
378 쪽속(3회), ‘현대사상 속의 철학입문’ (후반) 5 찔레신 2018.09.24 627
377 쪽속(2회), 2018년 9월 22일---‘현대사상 속의 철학입문’ 2 찔레신 2018.09.18 681
376 쪽속(25회) 12월19일(토) (신청마감) 12 지린 2020.12.15 316
375 쪽속(24회) 11월 21일(신청마감) 11 지린 2020.11.17 231
374 쪽속(23회/10월10일) <집중과 영혼>+<현대철학특강>+<금계필담> (신청마감) 26 지린 2020.08.01 621
373 쪽속(22회) <집중과 영혼> + <금계필담> (신청마감) 11 file 지린 2020.07.08 566
372 쪽속(21회) 破鱉千里(절름발이 자라가 천리를 간다) 안내, 8 file 지린 2020.06.23 296
371 쪽속(20회) '破鱉千里'(절름발이 자라가 천리를 간다) 8 file 지린 2020.05.05 315
370 쪽속(19회) 자진한잎 2중주(대금,거문고)<락,편> (신청마감) 7 file 遲麟 2020.03.23 297
369 쪽속(19회) '破鱉千里'(18일, 천안인근산소풍) 2 file 지린 2020.04.15 206
368 쪽속(18회)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의 [작가미상](2020) 관람 7 file 遲麟 2020.03.17 393
367 쪽속 (23회) 10월 24일, (신청마감) 12 지린 2020.10.11 446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0 Next
/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