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0.02.24 19:47

시 읽기(71회) (1-6)

조회 수 43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장시 1
                        김수영
겨자씨같이 조그맣게 살면 돼
복숭아가지나 아가위가지에 앉은
배부른 흰새모양으로
잠깐 앉았다가 떨어지면 돼
연기나는 속으로 떨어지면 돼
구겨진 휴지처럼 노래하면 돼

가정을 알려면 돈을 떼어보면 돼
숲을 알려면 땅벌에 물려보면 돼
잔소리날 때는 슬쩍 피하면 돼
-채귀가 올 때도-
버스를 피해서 길을 건너서는 어린놈처럼
선뜻 큰길을 건너서면 돼
장시만 장시만 안 쓰려면 돼
​오징어발에 말라붙은 새처럼 꼬리만 치지 않으면 돼
입만 반드르르하게 닦아놓으면 돼
아버지 할머니 고조할아버지 때부터
어물전 좌판 밑바닥에서 결어있던 것이면 돼
유선합승자동차에도 양계장에도 납공장에도
미곡창고 지붕에도 달려있는
썩은 공기 나가는 지붕 위의 지붕만 있으면 돼
⌜돼⌟가 긍정에서 의문으로 돌아오면 돼
의문에서 긍정으로 또 돌아오면 돼
이것이 몇바퀴만 넌지시 돌면 돼
해바라기 머리같이 돌면 돼

개꽃이나 샐비어나 마찬가지 아니냐
내일의 채귀를
죽은 뒤의 채귀를 걱정하는
장시만 장시만 안 쓰려면 돼
셀비어 씨는 빨갛지 않으니까
장시만 장시만 안 쓰려면 돼
영원만 영원만 고민하지 않으면 돼
오징어에 말라붙은 새처럼 5월이 와도
9월이 와도 꼬리만 치지 않으면 돼

트럭소리나 나면 돼
아카시아 잎을 이기는 소리가 방바닥 밑까지 울리면 돼
라디오소리도 거리의 풍습대로 기를 쓰고 크게만 틀어놓으면 돼

겨자씨같이 조그많게 살면 돼
장시만 장시만 안 쓰려면 돼
오징어발에 말라붙은 새처럼 꼬리만 치지 않으면 돼
트럭소리가 나면 돼
아카시아 잎을 이기는 소리가 방바닥 밑까지 콩콩 울리면 돼
흙묻은 비옷이 24시간 걸려있으면 돼
정열도 예측 고함도 예측 장시도 예측
경솔도 예측 봄도 예측 여름도 예측
범람도 예측 범람은 화려 공포는 화려
공포와 노인은 동일 공포와 노인과 유아는 동일......
예측으로만 그치면 돼
모자라는 영원이 있으면 돼
채귀가 집으로 돌아가면 돼
성당으로 가듯이
채귀가 어젯밤에 나 없는 사이에 돌아갔으면 돼
장시만 장시만 안 쓰려면 돼


<暮热游池上>

mù rè yóu chí shàng


楊萬里(yáng wàn lǐ )


細草摇頭忽報儂

xì cǎo yáotóu hū bào nóng

披襟攔得一西風

pī jīn lán dé yì xīfēng

荷花入暮猶愁熱

héhuā rù mù yóu chóu rè

低面深藏碧傘中

dī miàn shēncáng bì sǎn zhōng 




私の詩


八木重吉(1898~1927)


裸になってとびだし

基督のあしもとにひざまづきたい

しかしわたしには妻と子があります

すてることができるだけ捨てます

けれども妻と子をすてることはできない

妻と子をすてぬゆえならば

永劫の罪もくゆるところではない

ここに私の詩があります

これが私の贖(いけにえ)である

これらは必ずひとつひとつ十字架を背負ふてゐ(い)

これらはわたしの血をあびている

手をふれることもできぬほど淡々しくみえても

かならずあなたの肺腑へくひ(い)さがって涙をながす



Pas mourir

 

Pas mourir

pas encore

trop tôt le couteau

le poison, trop tôt

Je m’aime encore

J’aime mes mains qui fument

qui écrivent

Qui tiennent la cigarette

La plume

Le verre.

J’aime mes mains qui tremblent

qui nettoient malgré tout

qui bougent

Les ongles y poussent encore

mes mains

remettent les lunettes en place

pour que j’écrive

 

Agota Kristof (1935-2011)




                                                                             For whom the bell tolls


by John Donne


No man is an island,

Entire of itself.

Each is a piece of the continent,

A part of the main.

If a clod be washed away by the sea,

Europe is the less.

As well as if a promontory were.

As well as if a manor of thine own

Or of thine friend's were.

Each man's death diminishes me,

For I am involved in mankind.

Therefore, send not to know

For whom the bell tolls,

It tolls for thee.






조선 이옥봉<七夕>


無窮會合豈秋思

不比浮生有別

天上却成朝暮會

人間作一年期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5 쪽속(20회) '破鱉千里'(절름발이 자라가 천리를 간다) 8 file 지린 2020.05.05 413
124 시읽기(76회)(1-5) 지린 2020.05.02 352
123 <西方에서 온 賢者> 2 file 찔레신 2020.04.28 530
122 길속글속(76회), 2020/05/09 4 찔레신 2020.04.28 300
121 시읽기 (75회) (1-4) 1 지린 2020.04.16 248
120 쪽속(19회) '破鱉千里'(18일, 천안인근산소풍) 2 file 지린 2020.04.15 313
119 길속글속(75회), 2020/04/25 2 찔레신 2020.04.13 317
118 <칸트의 생애와 사상> file 찔레신 2020.04.07 344
117 시읽기(74회) (1-5) 遲麟 2020.04.03 298
116 길속글속(74회), 2020/04/11 6 file 찔레신 2020.03.31 404
115 쪽속(19회) 자진한잎 2중주(대금,거문고)<락,편> (신청마감) 7 file 遲麟 2020.03.23 407
114 시 읽기(73회)(1-5) 1 遲麟 2020.03.20 301
113 73회, 길속글속, 2020/03/28 4 file 찔레신 2020.03.17 374
112 쪽속(18회)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의 [작가미상](2020) 관람 7 file 遲麟 2020.03.17 486
111 시 읽기 (72회) (1-5) 遲麟 2020.03.05 303
110 길속글속(72회), 2020년 3월 14일 3 file 찔레신 2020.03.03 405
109 破鱉千里 찔레신 2020.03.03 272
» 시 읽기(71회) (1-6) 遲麟 2020.02.24 431
107 길속글속(71회), 2020년 2월 29일 6 찔레신 2020.02.18 781
106 <쪽속>(17회), 2020년 2월 22일(토) 6 찔레신 2020.02.18 526
Board Pagination Prev 1 ...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 21 Next
/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