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길의 가장 큰 난관 중의 하나가 에고와의 싸움, 특히 원념(怨念)을 대하는 방식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떼어내려 해도 떨어지지 않는 이 고집스런 자기중심성은 성인됨의 문턱에 이르지 못하고 그저 원망하고, 억울해하는 보통 인간에 머물게 만듭니다. 명상이나 심리이론 등 에고로부터 해방하려는 다양한 노력이 있을 수 있겠지만, 다름 아닌 ‘실력’을 통해 그 원념을 우회하는 방식에 대해 배웠습니다. 실력이 월등하다면 ‘보상의 위기’나 ‘본전 생각’을 비껴갈 수 있다는 것이지요.
실력을 키운다는 것은 물론 스스로가 느끼는 성장일 수 있겠고, 그 뒤에는 타인의 충분한 인정도 수반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 단계를 정직하게 넘어섰다면 그 다음엔 자기 존재가 바뀌는 지점일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헤겔 철학에서 말하는 신이 나를 매개하는, 신이 나를 통해 드러나게 되는 경지가 되겠지요. 실력은 골방에서 혼자 열심히 책만 보는 정신승리도 아니고, 억울함에서 추동되는 세속적인 출세도 아닙니다. 자신의 에고를 넘어서고, 타인의 인정조차 초월한 뒤, ‘하얗게 드러나는’ 그 어떤 도(道)일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