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도없이 아파트가 생겨난다. 불안도 냉소도 지쳐 마비된 눈빛을 가진 여자와 동물의 감각을 향해 인간임을 내던지며 초월과 전체를 꿈꾸는 남자를 다독이러 늦은밤 택시를 타고 서해바다로 가는 길, 이 좁은 땅위에 아직도, 여전히, 더욱더, 가열차게 허공을 향해 몸을 부풀리는 아파트들 곁에서 나는 왜 죽지 못하고 있는가, 죽지 않고, 이 생명 다하도록 살아야 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아파트들이 방언을 쏟아낸다. 미얀마 말 같기도 러시아 말 같기도 하다. 대낮에 전쟁이 일어났다고 한다. 희생자를 추모하는 밤의 소식에 귀 있는 자 잠든 척 한다. 모두에게 태양은 공평하겠지. 자동차 핸들은 여우처럼 차선을 바꿔놓겠지. 달의 공전은 지구의 자전으로 묻히고 캄캄한 바다위에 코푼 휴지를 버리는 자도 있겠지. 그리고 체신을 갖춘 양 아파트들은 하늘을 향해 노래를 부르며 밤을 앗아가겠지. 서해바다로 가는 길, 내가 버리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 아파트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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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연 창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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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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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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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말이 되어 건네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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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시(道路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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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한 편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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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을 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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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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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오 리치(Matteo Ric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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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 만세!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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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얻은 길. '몸이 좋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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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청 개시 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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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와 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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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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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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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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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과 핑계없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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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강 아름다움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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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강 실상사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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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 아닌(없는) 아침일기 (142회 속속 자득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