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230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지금은,

잠시 공부자리에서

물러나 있지만,

좋은 이웃으로서,

장숙과 교유하며,

이번 지리산 봄 소풍을 함께 한,

효신으로부터 전해 온 말'입니다.

                                               



<효신>

2.jpg

 


지리산을 함께 다녀온 마음의 여운이 아쉬워 

이렇게 또 부끄러운 글을 드립니다.



*

지리산의 봄

하늘길을 열고 지리산의 바람과 마주했다.

가장 멀리 있는 능선의 천왕봉을 지나온 바람인가

견딜 수 없는 그 무엇이 있어 여기에 당도했는지

어쩔 수 없는 우리들의 세속은 비겁하여

상처받은 사람들이 돌아와 쉰다는 이곳에도

꽃은 피고 물은 흘러

밤의 북두칠성을 지나 아침은 오고

새들의 소리 빗장을 열어 주었다

마을을 돌아 나오는 돌담의 틈으로

사라지는 다람쥐를 보며 무수히 닫혔던

순간들이 열리기를

문득,

수건을 머리에 둘러 쓴 노인이 둘레길 초입의 둔덕에 서있다

비어있음에 대한 연민이,

고마운 아침에

조용한 마을의 풍경 속에서 일어난다

머무르고 가지 못한 서러움을

한 사람의 그리운 품에 맡기지 못하여

갈 수 없는 막막함은 꽃비로 부려놓고

나는 견딜 수 없는 것들을 쉽게 잊어버리는구나

부끄러운 두 팔을 벌리어

바람 속으로

부드러운 대지 속으로

차가운 물길 속으로

어느덧

선명한 경계를 지우며 가까워진다

그러나 너의 얼굴을 만질 수 없고

너의 손을 잡을 수 없다

모든 풍경조차 지워지는 날,

비어있는 가슴에 바람을 담으리라

나의 바람으로 차올라 하늘길도 잊고

북두칠성도 잊고

너를 잊고,

나는 신발 벗고 고운 바람으로 뛰어 가리라

 

**

동행할 수 있는 자리를 내어주셔서 선생님과 숙인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부족한 글로 제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고맙습니다


1.jpg

  • ?
    지린 2022.04.11 20:44

    효신에게

    아침에는
    언제나 최초의 태양

    저녁에는
    하루분의 그림자를
    떠나보내리,

    바람 일어
    그 걸음의 맨발을
    어루만지니

    온 곳을 모르고
    갈 곳을 모르네,


    지린 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56 약속할 수 있는가? file 찔레신 2018.09.06 423
255 Without Haste, Without Waste ! 1 file 찔레신 2021.07.12 271
254 茶房 - 깊이 file 올리브 2018.11.19 241
253 茶室 그리고 회화(槐花)나무 file 燕泥子 2022.05.12 217
252 茶室 공사 중 2 1 file 肖澹 2022.02.24 1278
251 茶室 공사 중 1 file 찔레신 2022.01.29 1403
250 황톳길 file 토우젠 2019.11.06 192
249 하염없이 배우고 하염없이 비우면 1 file 는길 2021.07.13 328
248 카뮈<정의의 사람들> + 호박수프 만들기 7 file 지린 2021.12.31 1508
247 칠판 칠 작업 (2022/09/19) 2 肖澹 2022.09.20 286
246 추사 김정희 생가(충남 예산) file 형선 2019.04.27 332
245 초록의 자리에서 밝음을 엿보다 file 효신 2020.12.10 104
244 청주 상당산성(淸州 上黨山城)을 걷다 1 file 찔레신 2022.04.26 275
243 창조 4 file 지린 2021.11.01 1329
242 차마, 깨 file 遲麟 2018.11.08 337
241 차라리 영혼은, file 형선 2019.06.07 211
240 차라리 '영혼'은 손에서 생긴다 * file 효신 2023.05.25 195
239 쪽속(15회) file 遲麟 2019.12.25 379
238 쪽속<破鱉千里> file 희명자 2020.03.22 144
237 짧은 볕뉘 하나에, file 는길 2024.03.25 87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3 Next
/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