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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잠시 공부자리에서
물러나 있지만,
좋은 이웃으로서,
장숙과 교유하며,
이번 지리산 봄 소풍을 함께 한,
효신으로부터 전해 온 말'입니다.
<효신>
이렇게 또 부끄러운 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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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의 봄
하늘길을 열고 지리산의 바람과 마주했다.
가장 멀리 있는 능선의 천왕봉을 지나온 바람인가
견딜 수 없는 그 무엇이 있어 여기에 당도했는지
어쩔 수 없는 우리들의 세속은 비겁하여
상처받은 사람들이 돌아와 쉰다는 이곳에도
꽃은 피고 물은 흘러
밤의 북두칠성을 지나 아침은 오고
새들의 소리 빗장을 열어 주었다
마을을 돌아 나오는 돌담의 틈으로
사라지는 다람쥐를 보며 무수히 닫혔던
순간들이 열리기를
문득,
수건을 머리에 둘러 쓴 노인이 둘레길 초입의 둔덕에 서있다
비어있음에 대한 연민이,
고마운 아침에
조용한 마을의 풍경 속에서 일어난다
머무르고 가지 못한 서러움을
한 사람의 그리운 품에 맡기지 못하여
갈 수 없는 막막함은 꽃비로 부려놓고
나는 견딜 수 없는 것들을 쉽게 잊어버리는구나
부끄러운 두 팔을 벌리어
바람 속으로
부드러운 대지 속으로
차가운 물길 속으로
어느덧
선명한 경계를 지우며 가까워진다
그러나 너의 얼굴을 만질 수 없고
너의 손을 잡을 수 없다
모든 풍경조차 지워지는 날,
비어있는 가슴에 바람을 담으리라
나의 바람으로 차올라 하늘길도 잊고
북두칠성도 잊고
너를 잊고,
나는 신발 벗고 고운 바람으로 뛰어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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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할 수 있는 자리를 내어주셔서 선생님과 숙인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부족한 글로 제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효신에게
아침에는
언제나 최초의 태양
저녁에는
하루분의 그림자를
떠나보내리,
바람 일어
그 걸음의 맨발을
어루만지니
온 곳을 모르고
갈 곳을 모르네,
지린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