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179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겨울 장숙행 사진 몇 장을 올립니다.

서해 바닷가를 걸으며 셀 수 없이 많은 아기 고동을 보았어요. 난생처음 굴을 따보기도 하였습니다. 파도와 해풍으로 작아지는 예쁜 돌을 찾아 허리를 몇 번 굽히기도 하였지요. 섬 둘레 길에는 동백꽃이 새초롬히 움트고 있었답니다. 저 멀리 반지락(바지락)을 캐는 어촌 어르신들의 곡선 진 등이 지평선과 겹치기도 하였어요.

노을이 지자 숯불을 피웠습니다. 조개를 구웠고 시원하고 맑은 해물탕도 있었어요. 모처럼 바다향을 머금은 음식을 풍족하게 누렸답니다. 그리고 밤. 길고-가만히 그 약음(約音)*에 유의하며 인간의 미래를 살피고 계신 선생님의 글을 맞이하였습니다. 새 글에 응하는 몸/말들의 역동으로 시간은 온전하고 깊어져 갔어요. 인문 철학, 우리가 할 수 있는 일(beruf)과 연결되며 가슴이 뛰기도 하였습니다.

12일 동안 더불어 걷고 담소하며 배울 수 있도록 곁을 내어주신 선생님, 감사드립니다. 앞서 자리를 마련하고 어제나 오늘이나 숨은 노동을 감수해 주고 있는 실무, 숙장의 애씀과 숙유의 살뜰한 챙김에도 고마운 마음을 표해요. 빈 곳을 가만히 두기도 하고 채우기도 하며 어울리던 동학의 존재가 따듯하고 든든하였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 “기미(幾微)를 읽어 길고 가만히 살피면서 그 약음(約音)에 유의하는 것. 이것이 곧 알면서 모른 체하기공부의 단예(端倪)인 것이다.” (옆방의 부처, 글항아리, 2021, 16)



 사본 -1.jpg   사본 -사본 -2.jpg   사본 -사본 -3.jpg

사본 -사본 -4.jpg   사본 -사본 -5.jpg   사본 -사본 -6.jpg



  • ?
    零度 2023.02.14 11:09
    서산 바닷가에서 보낸 1박2일은 짧지만 시간의 두께는 결코 얇지 않았던 잊지 못할 여행이었습니다. 귀한 시간을 함께 해주신 선생님과 동학에게 고맙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56 약속할 수 있는가? file 찔레신 2018.09.06 423
255 Without Haste, Without Waste ! 1 file 찔레신 2021.07.12 271
254 茶房 - 깊이 file 올리브 2018.11.19 241
253 茶室 그리고 회화(槐花)나무 file 燕泥子 2022.05.12 218
252 茶室 공사 중 2 1 file 肖澹 2022.02.24 1278
251 茶室 공사 중 1 file 찔레신 2022.01.29 1403
250 황톳길 file 토우젠 2019.11.06 192
249 하염없이 배우고 하염없이 비우면 1 file 는길 2021.07.13 328
248 카뮈<정의의 사람들> + 호박수프 만들기 7 file 지린 2021.12.31 1508
247 칠판 칠 작업 (2022/09/19) 2 肖澹 2022.09.20 286
246 추사 김정희 생가(충남 예산) file 형선 2019.04.27 332
245 초록의 자리에서 밝음을 엿보다 file 효신 2020.12.10 104
244 청주 상당산성(淸州 上黨山城)을 걷다 1 file 찔레신 2022.04.26 275
243 창조 4 file 지린 2021.11.01 1329
242 차마, 깨 file 遲麟 2018.11.08 338
241 차라리 영혼은, file 형선 2019.06.07 211
240 차라리 '영혼'은 손에서 생긴다 * file 효신 2023.05.25 196
239 쪽속(15회) file 遲麟 2019.12.25 379
238 쪽속<破鱉千里> file 희명자 2020.03.22 144
237 짧은 볕뉘 하나에, file 는길 2024.03.25 95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3 Next
/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