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8.10.23 00:05

시간

조회 수 334 추천 수 0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44541291_1392703750863082_2336562737028530176_o.jpg


              그대가 풀어놓은 양들이 나의 여름 속에서 풀을 뜯는 동안은

              삶을 잠시 용서할 수 있어 좋았다


              기대어 앉은 눈빛이 지평선 끝까지 말을 달리고

              그 눈길을 거슬러오는 오렌지빛으로 물들던 자리에서는


              잠시 인생을 아껴도 괜찮았다 그대랑 있으면


              그러나 지금은 올 것이 온 시간

              꼬리가 긴 휘파람만을 방목해야 하는 계절


              주인 잃은 고백들을 들개처럼 뒤로하고

              다시 푸르고 억센 풀을 어떻게 마음밭에 길러야 한다


              우리는 벌써 몇 번의 여름과 겨울을 지나며


              두발로 닿을 수 있는 가장 멀리까지

              네 발 달린 마음으로 갔었지


              살기 위해 낯선 곳으로

              양들이 풀을 다 뜯으면 유목민은 새로운 목초지를 찾는다


              지금은 올 것이 오는 시간

              양의 털이 자라고 뿔이 단단해지는 계절


                - 이현호 <양들의 침묵>

  • ?
    형선 2018.10.24 10:56

    모든 지점은 중계점이며 중계점으로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들뢰즈의 말(속속 복습 문항)이 생각나는 詩! ^__^

  • ?
    토우젠 2018.10.24 21:20
    ‘나’는 ‘너’다. 너없이는 나도 없었을 것!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6 손, file 희명자 2020.05.25 198
75 송년 속속, 속초 겨울 바다! file 는길 2021.12.16 1299
74 수잔의 사진(1)/ 그릇들, 푸른 3 file 찔레신 2023.02.19 185
73 수잔의 사진(2)/ 차방, 붉은 1 file 찔레신 2023.02.19 182
72 수잔의 사진(3)/ 조별토의, 저 너머 file 찔레신 2023.02.19 177
71 수잔의 사진(4)/ 침채, 그 옛날처럼 2 file 찔레신 2023.02.20 266
70 숙인재의 정원 2 file 燕泥子 2022.04.28 203
» 시간 2 file 토우젠 2018.10.23 334
68 시독40회 file 遲麟 2020.01.17 241
67 시독밥상 file 희명자 2019.12.16 248
66 식사 명구(名句) file 희명자 2020.04.16 161
65 file 형선 2019.02.17 185
64 신(神)은, file 지린 2022.01.05 1342
63 실습(實習) file 는길 2022.07.26 133
62 심검(尋劍), 차방에 앉아 계신 선생님 2 file 수잔 2023.04.13 315
61 아득한 곳을 향해 1 file 형선 2018.11.26 295
60 아름다운 것은 5 file 현소자 2018.12.09 350
59 어둠을 깨치다 file 효신 2020.12.15 162
58 어떤 실험, 혹은 실천 file 형선 2019.08.17 246
57 언시焉市, 어찌 시장이! 1 file 시란 2018.11.06 368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Next
/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