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장이 선생께 우물쭈물 그렇지만 진지하게 여쭈었다. "사람들이 간간이 제게 선생님 생활은 어떻게 하고 계시는가 묻기도 합니다만, 저는 아직까지 한번도 선생님께 생활은 어떻게 하고 계시는가 여쭤 본 적이 없습니다. (우물쭈물) 제가 무능력하기도 하고 (쭈물우물), 생활은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요?" 선생께서 응해서 답을 해주셨다. "내가 이미 말했잖아. 규칙적으로 살고 있다고." 반장은 선생의 대답에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한참을 크게 웃었다. 선생께서는 이어 번역하면 한국말로 [그는 한물간 무사이지만 규칙적으로 산다]가 될 중국말을 해주시고 계신다. 반장은 자기 웃음소리에 선생의 중국말소리가 묻히다가 사라지는 것을 생생하게 들었다. 자기 웃음소리만 남고 모든 게 사라진 것 같았다. 웃음소리만 남았다. 하루가 더 지나서 반장은 그 질문의 출발이 자기 스스로 짊어지고 있던 마음의 짐 때문이었다는 사실과, 선생의 대답으로 그 짐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선생께서는 규칙적으로 살고 계신다.] 이것을 잃어버리거나 잊지 말자. 반장은 이렇게 반성하는 것이었다. 거기다가 사람이 굳이 짐을 지고 살고 있는 까닭을 알것도 같은 것이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54 | 절망으로 | 형선 | 2019.01.15 | 259 |
53 | 애증의 휴대폰/ 사윤수 2 | 찔레신 | 2022.10.03 | 259 |
52 | 139회 별강 <리비도적 애착관계를 넘어 신뢰의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1 | 簞彬 | 2022.10.13 | 259 |
51 | [一簣爲山(15)-서간문해설]與權章仲 2 | 燕泥子 | 2022.06.26 | 260 |
50 | 惟珍爱萬萬 3 | 燕泥子 | 2019.07.18 | 261 |
49 | 살며, 배우며, 쓰다(문화의 기원 편 1~6) 1 | 더스트 | 2018.11.13 | 265 |
48 | 이번 교재 공부를 통하여, 1 | 는길 | 2024.02.07 | 265 |
47 | 138회 자득문, <천(淺)하고 박(薄)한 자의 기쁨(悅)> | 수잔 | 2022.10.19 | 266 |
46 | 자유주의자 아이러니스트 (Liberal Ironist} | 구절초 | 2018.09.19 | 267 |
45 | <89회 속속 별강> ‘約已, 장숙(藏孰) 가다’ | 약이 | 2020.11.12 | 272 |
44 | 「성욕에 관한 세편의 에세이」에 대한 단상 9 | 허실 | 2019.10.07 | 274 |
43 | 137회 별강 <40년 동안의 여성 대학진학율과 혼인율의 통계를 통해 본 여성의 변화> 1 | 燕泥子 | 2022.09.17 | 274 |
42 | ㄱㅈㅇ, 편지글(2) 2 | 찔레신 | 2023.05.03 | 284 |
41 | 이상한 표정 | 영도물시 | 2018.09.10 | 285 |
40 | [一簣爲山(11)-서간문해설]與牛溪書 2 | 燕泥子 | 2022.04.05 | 286 |
39 | essay 澹 2. 존재의 온도 | 肖澹 | 2022.02.02 | 287 |
38 | 行知(6) 후배-되기 2 | 희명자 | 2020.06.19 | 292 |
37 | 學於先學 4_ 다산과 신독 혹은 그의 천주에 관한 짧은 정리적·상상적 글쓰기 | 肖澹 | 2021.03.25 | 292 |
36 | <틈셋학교>를 연기합니다, | 희명자 | 2020.02.21 | 293 |
35 | [一簣爲山(01)-서간문해설]與栗谷書 10 | 燕泥子 | 2021.06.15 | 29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