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12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k님과 30년 전 스승과 제자로 인연이 있었던 ㅈㅅㄱ교수님이 차방담소에 함께 하셨다. 말이 오가는 사이가 길어지고 밤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고요해지는 순간을 교수님은 낯설어 하셨다. 담소는 서로 웃으며 이야기함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장숙의 차방담소는 談笑(담소)가 아닌 淡素(담소)이므로 소박하고 깨끗한 비어 있음이어도 좋다. 여백은 비어있음으로 자연스럽다. 어색하여 채우려는 순간, 이미 있었던 꼴들은 더 어지러워지고 제 빛을 잃는다. 그러했던 적이 무수하다. 가리기 위해 덧붙이고, 덧붙여 본래의 의미도 잃어버린 채, 허상(虛像)만 무성하게 피어나던 상처의 자리들. 허실생백(虛室生白)이라 했던가, 방이 비면 빛이 쏟아져 들어와 환하게 밝아진다고, 무상무념으로 진리에 도달하기는 이를 수 없는 진경(眞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 각자의 빛으로 둘러앉은 사람들, k님과 제자님의 문틈으로 흰말이 빠르게 지나가고(若白駒之過䧍), 빈 자리에 가을밤은 꾸밈없이 내려 앉는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32 밖은 없다 1 file 지린 2023.05.22 186
231 물의 씨 1 file 遲麟 2018.11.28 176
230 무지와 미지 1 토우젠 2020.05.29 146
229 매실청 개시 기념, file 희명자 2020.10.14 127
228 말로 얻은 길. '몸이 좋은 사람' 올리브 2020.10.16 148
227 만세! 만세! 만만세!! 실가온 2022.02.26 186
226 마테오 리치(Matteo Ricci) file 희명자 2020.06.13 140
225 딴 생각 file 형선 2019.01.29 195
224 들을 수 없음 1 file 형선 2019.04.25 203
223 동시 한 편 소개합니다 1 遲麟 2019.09.30 127
222 도로시(道路示) 8 file 敬以(경이) 2019.10.29 188
221 당신이 말이 되어 건네오면 2 file 효신 2021.06.15 223
220 다시 기억하며 file 형선 2019.04.10 151
219 녹색당 생각 토우젠 2020.05.06 121
218 네가 연 창문으로 1 실가온 2022.04.04 166
217 낭독적 형식의 삶 *2기 신청마감 file 는길 2023.05.24 220
216 낭독적 형식의 삶 9 file 는길 2023.01.31 400
215 낭독일리아스_돌론의 정탐편 1 허실 2019.10.17 122
214 남성성과의 화해 懷玉 2020.09.11 133
213 남성과 여성의 차이에 관한 불편함 1 燕泥子 2019.07.31 201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 15 Next
/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