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장이 선생께 우물쭈물 그렇지만 진지하게 여쭈었다. "사람들이 간간이 제게 선생님 생활은 어떻게 하고 계시는가 묻기도 합니다만, 저는 아직까지 한번도 선생님께 생활은 어떻게 하고 계시는가 여쭤 본 적이 없습니다. (우물쭈물) 제가 무능력하기도 하고 (쭈물우물), 생활은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요?" 선생께서 응해서 답을 해주셨다. "내가 이미 말했잖아. 규칙적으로 살고 있다고." 반장은 선생의 대답에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한참을 크게 웃었다. 선생께서는 이어 번역하면 한국말로 [그는 한물간 무사이지만 규칙적으로 산다]가 될 중국말을 해주시고 계신다. 반장은 자기 웃음소리에 선생의 중국말소리가 묻히다가 사라지는 것을 생생하게 들었다. 자기 웃음소리만 남고 모든 게 사라진 것 같았다. 웃음소리만 남았다. 하루가 더 지나서 반장은 그 질문의 출발이 자기 스스로 짊어지고 있던 마음의 짐 때문이었다는 사실과, 선생의 대답으로 그 짐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선생께서는 규칙적으로 살고 계신다.] 이것을 잃어버리거나 잊지 말자. 반장은 이렇게 반성하는 것이었다. 거기다가 사람이 굳이 짐을 지고 살고 있는 까닭을 알것도 같은 것이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32 | 장면과 장면 사이의 개입 | 현소자 | 2020.10.30 | 115 |
131 | 踏筆不二(22) 빛 1 | 지린 | 2020.10.27 | 150 |
130 | 茶房淡素 (차방담소)-4 | 효신 | 2020.10.18 | 93 |
129 | 말로 얻은 길. '몸이 좋은 사람' | 올리브 | 2020.10.16 | 148 |
128 | 매실청 개시 기념, | 희명자 | 2020.10.14 | 127 |
127 | 吾問(5) 기억의 무게 | 敬以(경이) | 2020.10.12 | 190 |
126 | 踏筆不二(21) 自將巾袂映溪行 | 지린 | 2020.10.12 | 107 |
125 | 行知 연재 종료, | 희명자 | 2020.10.09 | 104 |
124 | 茶房淡素 (차방담소)-3 | 효신 | 2020.10.04 | 97 |
123 | 行知(13) 말로 짓는 집 1 | 희명자 | 2020.10.03 | 153 |
122 | 吾問(4) 거울놀이 | 敬以(경이) | 2020.10.02 | 83 |
121 | 踏筆不二(20) 詠菊 | 지린 | 2020.09.28 | 109 |
120 | < 86회 별강> 타자, 그 낯섦의 구원 | 해완 | 2020.09.25 | 143 |
119 | 吾問(3) 언어화 1 | 敬以(경이) | 2020.09.22 | 128 |
118 | 茶房淡素 (차방담소)-2 | 효신 | 2020.09.20 | 125 |
117 | 始乎爲士終乎爲聖人 | 희명자 | 2020.09.19 | 96 |
116 | 踏筆不二(19) 天生江水流西去 | 지린 | 2020.09.17 | 125 |
115 | 吾問(2) Listen to my question (제 질문을 잘 들으세요) | 敬以(경이) | 2020.09.12 | 233 |
114 | 남성성과의 화해 | 懷玉 | 2020.09.11 | 133 |
113 | 踏筆不二(18) 一句 | 지린 | 2020.09.11 | 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