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걷는 자의 몫,
『동무론』 3판이 출간되었습니다 !
“(...) 그것은 ‘미래적 형식’인 것이다.
친구도 애인도 동료도 동지도 혈연도 이웃도 아닌 동무 사이의 신뢰가 반反현실적 이념이라면
동무론이란 아직은 ‘길 없는 길’을 택해서 걷고 있는, 오직 그 걷는 자의 몫일 뿐이다.”
(『동무론』, 글항아리, 2025, 6쪽.)
절판된 책을 제본하고 함께 읽기를 권하며
여전한 실효로 현전(現前) 하던 『동무론』이 재출간 되었습니다.
처음 출판된 이후 얼추 스무 해가 되어가고 있지요.
이 땅의 문제를 우리의 언어로 사유하며 풀어낸 『동무론』을 읽을 때,
‘실재에 적중한다’(라캉)는 표징은 즉각적인 반응과 증상으로 표출되기도 하였습니다.
몸이 화끈거렸고 일순 무성한 말들이 사위였지요. 『동무론』의 비평은 잘 벼려진 칼처럼 방치되고 동화된 관계 형식을 내리쳤습니다. 그렇게 ‘한 번도 남이 되어보지 못한 관계’로부터 탈각되며 스스로 일구어야 하는 희망의 몫을 배당받았지요.
과연 ‘인문연대의 미래형식’으로써 <동무>가 가능할지,
이념으로써만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체념하는 이들도 더러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동무(同無)’는
‘위기지학(爲己之學)’의 우회길 속에서 무심히 그 존재를 알립니다.
번득이는 빛으로, 때로 누림의 형식으로 말이지요.
없는 길을 내고 계신 선생님,
순일한 노동과 성실로 점철된 삶을 목도하며
어떤 도움과 실효로써 여러 삶들을 이롭게 하시는지 『동무론』의 여정을 통해서 보고 또 배웁니다.
선생님처럼 “오직 되어본 자만이 안다고 여겨온 공부길”(5쪽)을 부지런히 따라 걸을 수 있기를 바라며,
『동무론』 3판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책과 함께 이식될 ‘정직한 절망’ 그리고 ‘단단한 희망’의 연대가 실로 기대됩니다.
요청하신 대로, 이 땅의 역사적 불우함은 학인 개인의 삶에서 극복될 것이며, 이윽고 사린(四隣)의 동무가 된 이들은 점점이 늘어날 것입니다. 『동무론』을, 어떤 活字를 만났으므로 !
동무론 3판 출간을 공부하는 시민들과 더불어 크게 축하하고 싶습니다. 첫 책이 이십 년 다 되어가 3판이니, 그 우람한 사상의 뿌리가 "한국말공동체"의 갖가지 증상과 강박을 넉근하게 뚫어내겠습니다. 숨통이 트이면서 바람이 불고, 정신의 성숙과 자람이 가능해지겠지요. 무엇보다 선생님께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 작고 낮게 정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