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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과 생활극


2024.03.21_ 숙비랑


 무대 위에 올려진 연극하는 인간은 연극하기를 멈추지 않음으로 극을 중단 없이 전개시킨다. 약속된 시간이 끝날 때까지, 정해진 극의 진행만이 극인의 인생이 되며, 이로써 무대 위 ‘존재 일반’은 한편의 단일한 서사를 완성하는데 동원된다.

 반면, 시공간의 동선이 무수히 겹쳐진 생활극의 현장은, ’존재일반‘이 상호 간섭하며 영향을 주고 받는 다중의 중층극이다. 다중의 복합성은 ‘무대 아래’가 없기에 확보된 연속성과 함께, 시점의 이동에 따른 수많은 장르의 서사를 만들어낸다. 이에 더해, 극인과 극인 혹은 서사와 서사사이의 상관 관계로서 드러나는 인간성과 제3의 서사는 부수적 필연으로 따라온다.

 삶은 자/타의 극(행위)이 구성적으로 얽혀 사후성을 띠며 완성되어 나아가는 한편의 생활극이다.  생활극이라는 다중의 복합성과 시간성 아래 부여된 끊임없는 변화는, 극인의 인격, 극인의 인생, 극인의 세상이 결코 고정되어 있을 수 없음을 말한다. 그래서 생활극인의 고정된 자아상에 금이 가고 표상되는 세상에 균열이 생길때, ‘이 극 속의 너는 무엇이었는가’라는 물음은 유효하다. 이 물음은, 제 극적 세상을 부수고 극을 재편하는 주체가 될 것인가, 단일한 서사에 동원된 고정인물이 될 것인가를 생활극인에게 묻는다. ‘이 극 속의 너는 무엇이 될 것인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