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시집 <옆방의 부처>가 출간되었습니다. 장숙행 출발 전날 막 나온 시집이 숙인재로 배달되었지요. 그래서 장숙행은 교재였던 선생님 시집과 함께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첫날은 물이 많은 숙소에서 둘쨋날은 숙인재에서 어울려 시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선생님은 "산책을 하면서 이 시집의 시들을 썼다"고 말씀하셨는데, 제게는 그 말이 당연하게 여겨졌고, 그 말을 들을 때는 사상 혹은 정신의 물줄기에서 시의 물방울들이 뚝뚝 떨어지는 듯하였습니다. 우리는 이 시집과 함께 강물의 근원인 작은 샘(섬진강의 근원인 데미샘)을 찾아갔고, 은진(恩津)에 가서 오래 묵은 미륵(彌勒)의 염원이 거대한 돌(石像)로 서 있는 것을 보기도 하였습니다. "옆방에 있는 부처는 이미 아득한데"(시 <옆방의 부처>에서) , 좀처럼 오지 못하는 미륵불은 천 년 동안이나 그렇게 거대하고 분명하게 사람 사는 마을에 서 있었습니다.
시집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 시집의 말들이 사람의 메마름으로, 한두 방울 그 충분함으로, 뚝뚝, 끊임없이 떨어져내리기를 기원합니다.
이번 장숙행에서,
아침, 밤새 사람이 빠져있던 사물과 장소, 비어진 몸에 감응하고,
그 낮고 차분한 곳에 가만히 머무르시는 선생님의 감수성을 배웠어요. 선생님을 통해서 詩와 같이 여린 순간이,
시작(始作)의 은총으로 살아나는 것을 보곤 합니다.
<옆방의 부처>시집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