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づれ
尾崎喜八 (1892- 1974)
君と僕とが向ひあつてゐる此処から、
深い静かな夏の空の一角が見える。
おなじ深い静かなものが
此頃の互の友情を支配してゐるのを僕等も知つている。
肩をならべて歩きながら、花を摘んでは渡すやうに、
たがひの思想を打明けあふ。
それは未だいくらか熟すには早いが、
それだけ新しくて、いきいきして、
明日の試練には耐へさうだ。
君の思想が僕の心の谷間へながれ、
僕の発見が君の頭脳の峯を照らす。
君と僕とを全く他人だつた昔へ返して、
ここまで来た今日を考へるのはいい。
そして僕等が遂に沈黙するタベが来たら、
肩をならべてゐるだけで既に充分なタべが来たら
晩い燕の飛んでゐる町中の
婆娑とした葉むらの下を並木の道に沿つて行かう、
明日につづく道の上を遠く夜のはうへ曲つて行かう
暮景 mùjǐng
黄庚 huánggēng
浮雲開合晚風輕
fúyúnkāi héwǎn fēngqīng
白鳥飛邊落照明
báiniǎo fēibiān luò zhàomíng
一曲彩虹橫界斷
yīqū cǎihóng héngjiè duàn
南山雷雨北山晴
nánshān léiyǔ běishān qíng
獨夜
朴文逵 조선/박문규
一穗寒燈獨夜心
西風吹葉冷森森
秋蟲似解詩人意
凉月虛窓伴苦吟
이곳에 숨어산 지 오래되었습니다
송찬호(1959~)
이곳에 숨어산 지 오래되었습니다
병이 깊어 이제 짐승이 다 되었습니다
병든 세계는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황홀합니다
이름 모를 꽃과 새들 나무와 숲들 병든 세계에 끌려 해메다 보면
때로 약 먹는 일조차 잊고 지내곤 한답니다
가만, 땅에 엎드려 귀 대고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를 듣습니다
종종 세상의 시험에 실패하고 이곳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습니다
몇 번씩 세상에 나아가 실패하고 약을 먹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가끔씩 사람들이 그리우면 당신들의 세상 가까이 내려갔다 돌아오기도 한답니다
지난번 보내 주신 약 꾸러미 신문 한 다발 잘 받아보았습니다
앞으로는 소식 주지 마십시요
병이 깊을 대로 깊어 이제 약 없어도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병든 세계를 헤매다 보면
어느덧 사람들 속에 가 있게 될 것이니까요
시집<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1989년 민음사 출간) 수록
시읽기 84회의 한국어 시는, 발표자의 심사숙고 후, 8월 25일(화)에 교체되었다는 사실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