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회 속속 복습문장 모음
1. 연이정 <말의 구제>
말할 때는 야물게 하고, 들을 때는 잘 듣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이 어려우면 다시 물어야 합니다. 한 장소에서의 온전한 대화는 그 장소를 구원한 것이며, 그것은 한 세상을 구제한 것과 같습니다. 피할 수 없는 오해로써 ‘인식’의 구멍이 생기더라도 오히려 ‘존재’의 깊이를 더하는 수행이 있어야 합니다. 수행의 하나로 자신도 다 알지 못하는 말의 어떤 오해는 삼키는것이 좋다는 말에 깊이 공감되었다.
2. 상인
2.1. 나는 가끔씩 선생님의 얼굴이 빛날 때를 본다. 이번 속속에서 성인들이 남겨둔 빛나는 기억들을 일상에서 재현해 보자고 말씀하실 때도 그랬다. 한 때 사람의 아들, 신의 아들이 아닌, 예수를 동경하기도 했었다. 간통한 여인 사건 당시 땅 위에 뭔가를 쓰시던 예수. 그 장면이 떠올랐다.
2.2. 강우규 의사. 잊고 있었던 그 이름을 선생님께서 불러내 주셨다. 옳은 일에 나이가 없듯이 공부에도 나이가 없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는 것을 깨우쳐 주셨다. 고마울 따름이다.
3. 유ㅅ진
3.1. 연이정의 자기소개에 선생님께서 응하시어 말씀하셨다. "관심은 정신 세계의 원자와 같다, 어디에 딱 착안하여 관심을 갖는 것, 이것이 쌓이고, 모이고, 깊어지면 어떤 식의 변화를 이루어 낸다, 새로운 관심을 갖는 것이야말로 기록을 이루어 내는 것이다."
3.2. 이덕무의 한시를 배우면서 '志不可满,乐不可极'라는 말씀을 하셨다. 적당함의 어려움 '度'를 지키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새긴다.
4. 숙비
“빛나는 순간들이 휙 사라져 버리고 말고 하는데, 그 순간들을 위해서 오히려 정성껏 하는 노력들이 나는 정말 귀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일년 동안 모아 무언가를 성취할 수 있지만, <우리가 몇 년 동안 애를 써서 빛나는 순간을 생성하는 기계가 되는 거죠.> 기계라는 말이 이상하지만, 어쨌든. (…)성인들이 남겨놓았던 빛나는 순간들을 자기 일상을 통해 자기 공부를 통해 재현해볼 수 있는 상상을 해보기를 바랍니다.”
5. 단빈
"志不可滿(지불가만), 樂不可極(낙불가극) 뜻을 가득 채워서도 너무 즐거워하지도 말라는 것은 적절하게 하라는 것입니다. 긴장하지 않고, 힘을 뺀 상태로, 적당함 가운데 심오함이 있습니다. 적당함이 세상 만사를 칩니다.“
6. 여일
장숙 명예의 전당에 오른 첫번째 인물은 夢陽 여운형입니다. 지난 시간에 몽양의 연표를 살펴보는 데 그의 활동의 범위와 중국, 일본, 동남아, 러시아, 미국 등 여러 나라에 미친 영향은 실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3.1 만세운동으로 한껏 벼르고 있던 일본의 적진 한복판에서 조선독립의 당위성을 당당히 외치는 그 기개와 담대함은 상상만으로도 통쾌합니다. 인간 여운형은 어떤 내면을 가지고 살았는지 궁금했습니다. ‘날지 못하는 것은 운명이지만, 날지 않으려는 것은 타락이다.’(k) 몽양은 끊임없이 날고자 하였고 타락은 사치였습니다. 몽양에게 냉소와 패배주의는 찾기 어렵습니다. “나는 성질이 별나서 남이 무서워하는 것은 무서워하지 않고, 남이 무서워하지 않는 것을 무서워합니다...나는 다만 청년들이나 이 앞에 앉은 소년들 같은 사람을 보면 그만 겁이나 어쩔 줄 모르겠습니다. 그들을 만나면 어쩐지 두려운 생각이 나서 내 몸을 두루두루 살피게 됩니다. 그들이 나의 잘못을 본받지나 않을까 해서 두려워 못 견디겠단 말입니다. 그저 나는 이 세상 어떤 것보다 청년들이 제일 두렵고 그들을 만나면 어쩐지 기쁘고 든든한 생각이 납니다.” 몽양의 좌우합작운동이 실패한 이후로, 무서워 할 줄 모르는 자의 횡포 아래 이 땅의 수많은 목숨들이 잃은 것을 생각하면 실로 통탄스런 일이다.
7. 지린
여운형을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지만, 그 이름 앞에는 이미 헤아릴 수 없는 갖가지 수식의 장막들이 쳐져있어서, 그것들을 다 들추고 다가서서 동시대성과 보편의 한 마디를 끄집어내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그것은 안팎에서 벌어지고 있었는데, 내 내면도 그 꼴이었다. 똑같은 형국으로, 정서가 난무하고, 검열과 번명이 쉼없었다. 나는 속속 강연 중에 들었던 말씀을 기조로 다시 여운형 읽기를 시작해야만 한다.
"여운형을 아는 것은 역사의 수수께끼를 푸는 것이며, 이것은 무의식이며, 억압되어 있는 것이다. 민족사가 바뀌게 된 역정을 이해하는 중요한 키로서, 이만한 인물은 세종이나 이순신 못지 않다, 북한에서 김원봉을, 남한에서 여운형을 죽인 것이 민족사의 큰 비극이다."
속속이 끝나고 뒷정리 이후에 이어진 짧은 차담에서, "그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고 하셨는데, 나는 정신이 번쩍 드는 것처럼 다시 여운형을 읽어나갈 힘을 얻었다. 신념과 이데올로기는 이미 박물관으로 갔으나, 인문의 정신은 도도하게 흐를테지. 사람(사린) 관계의 최상급은 "신뢰"이며, 최종 하한선이 "잔인하지 않기"라고 배웠다. 나는 힘을 얻었으니, 잔임함이 필연이었던 격동기를 살아나가면서 차마 잔인할 수 없었던 한 선각자의 행보를 다시 읽어내보려고 한다.
8. 아무
자기 통합을 위해서 자기 윤리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 종교나 이데올로기도 잘 택하면 되는데, 공부하는 사람은 이데올로기보다 자기 윤리를 가지고 남다르게 살면 된다. 자기의 스타일로 자기를 시험해 보려면 자기 윤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자기윤리가 있는 사람은 어떤 것을 남은 다 하는데 자신은 절대 하지 않고 또 남은 아무도 안 하는데 자기는 열심히 하는 그런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이 선택이 훌륭하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정말로 주위를 도울 수 있고 많은 사람이 따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될 것이다. 이걸 택해서 실천할 때는 첫 번째는 일관성이 있어야 된다.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은 창의성이 있어야 되고, 세 번째는 경우에 따라서는 비도덕성을 감내해야한다.
9. 독하
적절함[志不可滿 樂不可極]을 배웠다. 뜻이 가득하거나 쾌락이 극에 달아서는 다른 것을 살필 여지와 여력이 없다. 적절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부 조건에 응하면서도[物至而應 事起而辨] 허실생백(虛室生白)의 자리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여지와 여력이 요구되어진다. 실용성이 배치의 변화를 통해 ‘일이 되게 하는 것’에 있다면, 가득차거나 극에 달아서는 변화를 이끌 여지와 여력이 부재하게 된다. 몽양이 자신의 노선을 흔들리는 배 속에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나침반에 비긴 사유도 여기에 있을 법하다.
10. 김ㅅ연
선생님께서는 독일속담 바보같은 질문은 없다. 바보같은 대답만 있다를 알려주셨습니다. 맺힌 마음없이 평심하게 오직 응하기 실력을 키워야겠습니다.
11. 김ㅁ아
선생님께서는 우리의 시시한 자아에서 나오려면, 자신이 살고 공부하는 자리가 세계 최고와 통하게끔 여기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마음을 비우고 누군가(여운형과 같은)가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함께 살며 공부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것을 낭독으로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낭독은 나의 목소리를 내가 마주해야하기에 어색하여 시도하기 어려웠는데, 오히려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집중하는 것이 나의 자아의 세계, 시시한 자아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작일 수 있겠다.
12. 조ㅇ남
근본적 실용성이란 무엇인가? 근본은 뿌리를 친다는 것이고, 실용성이란 쓸모가 있다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뿌리까지 쓸모가 있다' 라는 의미이다. 뿌리까지 쓸모가 있으려면 무엇을 배워야 하고 무엇을 배우지 말아야 하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공부는 쓸모가 없는 것을 용인하는 것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闇然而章(37), 바람이 새지 않는 울타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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