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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회 속속 복습 문장 모음

 

1. 액자 속의 글들

1.1. 독하

장숙 액자 <靑敬>의 뜻을 살필 수 있는 적청화경(寂靑和敬)에 대한 글을 <자본과 영혼>에서 일부 적바림하였습니다.

(), 즉 고요함은 시속과 유행에 얹혀 서두르지 않고 시간과 더불어 삶을 조형하는 태도를 말한다. 기술과 제도의 방대한 체계마저 인간의 내면 풍경을 다 채울 수 없다는 그리움이며 또 시간의 와류 속에 부식되어가는 아쉬움이다. 무엇보다 그 그리움과 아쉬움을 사회의 문화적 바탕에 깔아놓는 일이다.

()은 그저 청소를 가리킨다. 청의 문화는 바깥을 치우면서 빈터를 얻어가려는 노력을 말한다. 옛사람들이 청소를 일러 도()라고 하는 것은, 그것이 철저히 실천 속에서만 발아하는 이치이기 때문이다. ()이 한 사회가 채택할 수 있는 시간의 철학이라면, ()이란 장소의 철학이 된다.

()란 임기응변의 역동적인 지혜를 필요로 한다. 지혜라는 것 자체가 어울림의 산물이며, 어울림을 위한 것이고, 또 어울림에 의해 나날이 조율, 개선되는 것이다. 산중이나 골방이 아니라 잡다한 어울림에 터한 지혜는 관용처럼 안이하지 않고 평화처럼 안돈하지 않다. 차라리 지혜는 오해받는 일이며, 박해받는 일이고, 내내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은 적(), (), ()에다가 무언가 낯설고 명백한 것을 더하는 게 아니다. 속을 비우고 겉을 치우면서, 내남없이 어울려 살아가는 지혜로써 삶의 길을 밝히면 자연스레 솟아나는 것, 피어오르는 것, 어느새 떠올라 있는 것, 그리고 아침이슬처럼 맺히는 것일 뿐이다.

 

1.2. 지린

지난 속속의 고전강독 시간에는 숙인재 곳곳에 놓여 있는 글자(액자)들에 대해서 강의해주셨다. 숙인재가 어떤 장소인가를 표현하고 있는 글자들이었다. 모두 아홉 개였는데, 이때 들은 강의를 정리하는 것으로 복습한다. 

- 有若無實若虛

虛虛實實같이, 노자에서 비롯된 글귀지만,

노자는 전쟁의 체험을 통해서 생긴 이치, 즉 병가가 그 원천이라고 하셨다.

병가가 원천이라는 말씀을 이전에도 서너 차례 들었는데,

원천을 잃어버린 사상은 이상하게 오해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 轉識得智

모든 것이 삶이고, 인간의 일이고, 생활이니, 실상에서 차이를 내는 식으로 공부를 하자고 하셨다. 공부하는 동학들 사이에서 책을 안 본 사람이 제갈량이었고, 이 사람은 누워 있거나 딴 생각을 많이 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하셨다. 

- 눈 어둡고 길 좁다

인생이 도상(道上)에 있다는 길의 비유는, 고정된 자리를 믿지 않아 "정진하라"던 부처님의 말씀이며, 길이 끝나는 탤로스가 있는 것이 아니라 길이 영원한 것이므로, 걷는 게 능사, 걷는 것 밖에는 별 도리가 없다는 거다. 

- 淵而靜

인간은 감당할 수 없는 말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일상에 맞는 것은 야무진 선택(中庸)이다. 실력이 기반이 되어, 자기 존재도 실력으로 세운다고 강의해주셨다. 

- 淸敬

寂淸和敬이다. 조용하고 깨끗한 곳(寂淸)이며 그래서 인간의 마음이 높아진 경지(和敬)이다. 은 기본이라고 설명해주셨다. 

- 시시한 에고 시시한 너

이 글자를 두고는 윤치호를 다시 언급하셨다. 윤치호는 심하게 고문을 당했다. 당대 최고의 지식인으로서의 이 모멸감은 어찌할 것인가, 고문을 당한 경험이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겠는가, 이 사람은 무엇을 해 본 사람인 것이다. 나를 넘어가는 단계, 그런 대의에 몸을 던져보는 체험을 말슴하셨는데, 모든 창조적인 나르시시즘을 넘어서자고도 하셨던 것 같다. 

- 此人不可無一二

이런 사람이 한 두 사람쯤 없을 리 없다. 그래로 이런 사람 한 두 명은 있다. 

- 어긋내고 어울리며 어리눅다

말에는 계시적인 데가 있는데, 계시는 주체가 남이다. 말을 듣는 사람의 각도에서 계시가 생긴다. 타자의 계시적인 선물이다. 약간 뒤에서 사람을 볼 대 그 사람이 잘 보인다. 

- 늘지 않는다고 생각될 때가 바로 느는 때

사람의 정신은 누가 안 볼 때 자란다. 실력은 언제 느는가? 아이의 에고가 엄마에게 완전히 노출되어 다른 기동을 전혀 못한다면, 무의식도 사라진다. 에고는 누구에게 붙잡혀 있거나 조명되면 기동을 못하고 무의식을 잠근다. 무의식도 활동을 못 시킨다. 아이들의 에고를 강력한 빛을 쬐면 안된다. 아이는 엄마가 잘 때 큰다. 네가 잘 때 달이 뜨고 옥수수가 자란다. 


1.3. 연이정

- 轉識得智

지식을 몸에 익혀 지혜를 얻는다. ‘모든 것이 삶이고 생활이니 인간의 맥락에서 살펴 실상에서 생활의 차이를 만들 수 있는 공부가 되어야 한다하셨다. 결국 이란 되기를 위한 이어야 하겠다. 

- 눈 어둡고 길 좁다

진리란 고정되어 있는 것 아니고 길 위에서 걸으면서 생성, 재편되는 것그 길은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때문에 공부하는 학인은 모른다, 모른다, 모른다의 태도로 고정된 진리 어디에 있다고 믿는 과거의 관습에서 벗어나 계속 걸어야 한다. 

- 淵而靜

깊고 고요하다는 의미이지만, 단순히 마음 비운다거나, 애써지 말라거나, 노력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고 말씀하시며 이것은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말이 아니고, 잠깐 보는 진리의 얼굴일 뿐이니 그것에 현혹되지 말기를 당부하셨다. 실용성의 차원에서 공부가 우리 일상에 맞는 야무진 선택으로 실력이 기반 되어 자기 존재까지도 실력이 되게 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실력 가운데 깊고 고요해져야 한다.

 

1.4. 아무

- 有若无 實若虛 : 허허실실의 공부태도. 낮은 자세로 실력을 갖추라.

- 轉識得智 : 문자에 구애되지 않고 사람의 실상에 처한 그 지혜를 구하라

- 눈어둡고 길좁다 : 고정된 진리는 없다(도상에 있는 지혜). 길은 영원하다. 정진하라(걸어라).

- 淵而靜 : 깊고 고요하게. 공부는 실력을 자기존재와 결부시키는 일이다. 애쓰지마라 마음을 비우라 에 현혹되지마라. 그것은 잠깐의 진리의 얼굴이고 우리의 일상이 아니다.

- 청경(寂淸和敬) : 청소에서 출발하여 자연스레 피어오르는 높은 경지

- 시시한 에고 : 올바른 일을 위해서 목숨이 끊어지는 단계에까지 가본 체험. 공부로 소비자와 가족을 넘어가는 삶.

- 此人不可无一二 : 숙인은 남다르게 사는 사람이다.

- 어긋내고 어울리고 어리눅다 : 어울려 공부하는 이점은 말의 계시(듣는 각도에서 계시가 생긴다)

- 늘지 않는다고 생각될 때가 늘 때다(공부론) : 에고가 노출되어 억압되고 시들해지면 무의식도 잠겨진다. 정신은 안 볼 때 자란다.

 

1.5. 박ㅇ름

숙인재 내에 놓인 액자에 씌인 글을 공부하는 시간에 선생님께서는 청경(淸敬)’에 대해 설명해 주시며 청()은 기본적인 것이고 일단 청()이 안되면 아무것도 안되는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또한 조용하고 깨끗한 것에서부터 출발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곱씹어 보았을 때 불필요한 것이 많고 정돈이 안 된 저의 집 상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장숙의 공부를 생활화하고자 일상의 배치를 고민할 때에 청소(淸掃)’에 대한 것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청소(淸掃)도 하나의 공부인데 놓치고 있던 걸 이번 기회에 바로 잡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을 계기로 올 한 해의 목표를 세우기도 하였습니다. 그것은 집 청소로 공부의 기반 다지기!’, 일 년 동안 집 안의 불필요한 걸 버리고, 사물의 알맞은 위치를 찾아 배치하고, 곳곳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방법과 그 주기를 정해 청()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1.6. 여일

선생님은 有若無 実若虛에서 남모르는 실력을 갖췄으나 드러내지 않는 고수의 태도를 말씀하셨다. ‘늘지 않는다고 생각될 때가 늘 때다에서 실력은 언제 크는가에 대한 말씀은 무척 흥미롭다. “아이의 에고가 엄마 앞에 전부 노출되면 아이의 정신은 크지 못한다. 에고는 강력한 빛에 쏘이면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무의식은 기동할 수 없다.아이는 엄마가 잘 때, 옥수수는 달이 높이 뜬 한밤중에 불쑥불쑥 큰다. 사람의 정신도 이상하게 안볼 때 자란다”(k선생님) 고수의 若無 若虛는 우선 자기 에고를 노출하지 않는 것이다.

 

2. 실천으로 나아가기

2.1. 숙비

이론에서 나오려면 실천을 하는 게 좋거든요, 그래야만 본인에게 유익하고 남에게 득이 됩니다. 학문을 한다는 것이 남에게 겁을 주는 심오한 일로 오해가 되기도 하는데, 실천을 반드시 해야만이 자기 증명이 된다는 생각을 해요. 그런데 실천을 하지 않고 대학강단에 서면서 심오한 책을 쓰는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다만 대학의 담론이 아니고 인류사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심오한 개념을 탐닉하는 것은 좋은 데 실천의 문이 열려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를 바랍니다.(선생님)”


2.2. 상인

선생님의 말/글은 항상 행동/태도와 결합되어 있다. 지난 시간 동학들과 함께 웃으며 들은 말씀, 화장실을 쓰고 난 후 화장실을 한 번도 돌아보지 않고 정리와 청소를 하지 않는 이들에 대한 명랑한 꾸짖음이 내게는 지나칠 수 없는 죽비로 다가왔다. 앞으로 화장실을 쓰고 나서는 반드시 한 번 둘러보고 깨끗이 정리 정돈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화장실이 어디 있는 것인지를 불문하고.


2.3. 권ㄷ환

학인(學人)의 삶은 세속의 소비자 혹은 가족과 같은 생활양식이 아닌 자신을 더 큰 나로 바꿔나가는 길 위를 걷는 사람이다. 마지막까지 정진(부처), 시작(k 선생님)해야 한다. 까딱하다간, 에고의 변덕을 반복하고 생활의 차이를 만들지 못했으나 월 회비 11만 원의 돈을 소비하고 선생님과 동학을 몇 주마다 반복해서 만나 위로와 구원을 얻는 또 다른 중독에 빠지기 십상이다.

기존의 말과 몸의 버릇을 죽여가며 외국어를 학습하고 **영원히** 자신을 새로운 몸과 언어로 재서술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모든 것이 번역이듯, 몸을 끄--고 매일같이 변화시킬 새 언어는 나를 다르게 해석할 것이다. 선생님께서는 비우고, 깨끗이 하는 것이 무엇보다 먼저라고 말씀 하셨는데, 이는 오랜 세월 방치해두어 끈적해진 리비도를 청소하는 것에도 적용될 것 같다.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버릇을 고치고 해야 할 말을 하고 스승님의 가르침과 동학의 말과 글을 듣고 읽으며 낭독을 실천하는 것이 그 방편이다.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 물으면 자조적으로 '죽은 사람만 존경하죠.'라고 말했던 오래전의 나. 직접 접할 순 없더라도 살아있는, 혹은 마음에 품을 본보기(Role model)만이라도 생기길 간절히 바랬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 가르침을 주시는 (따라할)스승님을 만나고 함께 공부하는 (끊임없이 응할)동무가 생기고 소중한 (만들어갈)공간마저 주어졌다. 더 이상 몰랐다거나, 방법이 없었다거나, 불운했다는 둥 아무 핑계도 댈 수가 없다. 역사적 주체화에 실패한 나에게 스스로 형식적인 주체화를 해야 하는 숙제는, 스승과 동학을 가족으로 만들지/대하지 않기 위해 중요한 과제이다. 내 안의 모순들이 지양(止揚)될 수 있도록 큰 정신을 향해 공부해야 하는데, 그 의욕조차 스승님께 받았기에(2년 전 잡동사니 같은 방을 정리하고 하얀빛이 들어오게 해주신 선생님-상인) 내 의지는 "조심ㆍ조심ㆍ조심" "모른다ㆍ모른다ㆍ모른다"하며 자만하지 않는 태도만 가지려 할 뿐이다. 그런데 이 태도조차(!) 주어진 것이라 느껴진다. 그렇기에 그저 스승의 틀을 온전히ㆍ남김없이ㆍ전부 따라 해야 하는 건가 싶다. 반복은 있지도 않은 단전도 있게 하는데, 연극적 실천이 더 큰 나를 못 만들까.


2.4. 여일

문장은 쓰는 사람의 정신과 연관되고, 하나의 몸이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는 말씀이 하나의 과제로 다가온다. 책을 읽고 만나는 것은 단순히 내용만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낭독으로서 책읽기는 어떤 응하기의 방식일지 오래 해보아야 알 수 있겠다.

 

3. 유ㅅ진

선생님께서 일상적으로 쓰는 말을 공부하면서도 계속 쓰는 것은 마치 칼을 쓰는 장인이 칼을 갈지 않고 쓰는 것과 같다고 하셨다. 무딘 칼을 쓰는 장인의 생활은 보지 않아도 짐작이 가듯, 내가 쓰는 말속에서 나의 생활이 그대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묵언 수행을 해야 할 것 같은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4. 단빈

<모순을 품어가는 것>.

선생님께서 모순을 품어가는 것에 대하여 말씀해 주셨습니다. "작은 정신은 모순되는 것에 주눅이 들지만 큰 정신은 모순이 무섭지 않습니다. 공부는 모순되는 것을 품는 정신을 키우는 것입니다. 어떤 모순이 와도 품을 수 있는 마음을 키워야 합니다. 사람이 커지만 수많은 모순을 품게 됩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속속에 앞서 지난 장강에서도 모순이 없다면 나아감도 없고 정신이 자리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모순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그 안에서 억울함이나 원망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모순을 품는다 하니 그것의 위상이 달라지는 듯 합니다. 모순을 품어가다 보면 눈 녹듯이 사라지며 더이상 모순이 아니게 될 것 같습니다. 다만 '모순을 품을 수 있는가'가 문제입니다. 모순을 달리 대접하며 공부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실력을 키워가고 싶습니다.

 

5. 김ㅁ국

자기소개 시간에 선생님께서 응해서 말씀해주신 것을 기억하려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평등과 자유가 극단화된 것이 각각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라고 하셨는데요. 이는 모두 중용의 이치를 놓친 것으로, ‘극단화는 사람을 살지 못하게 한다고도 하셨습니다. 아울러 공부에 관해서는 모든 것이 사람의 일이다라고 덧붙여 말씀해 주셨습니다. ‘모든 것이 사람의 일이므로, 공부에 있어서도 극단화를 경계해야겠습니다.

 

6. 는길

사적인 관계에 에너지를 쏟는 것이 자기의 공부에 어떤 영향을 행사할까.” (198회 속속, 선생님)

여성의 삶은 남성의 욕망과 언어로 구성된 세계에 놓여 있습니다. 배제와 구별에 대처하면서 여성의 삶이 시작되었지요. 관계에 매달리고 관계에 집착하였던 것은, 어딘가에 속한 존재가 되려는 열망이 아닐까 합니다. 애초의 결락에 시달리는 여성에게 소속감은 생존 감각과 같은 것일 수도 있지요.

여성의 역사를 헤아리면서도 한편 사적인 관계에 에너지를 쏟는 것이 자기 삶에 대한 나태와 무능일 수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자기의 욕망, 불안, 과업 등, 자신의 문제를 회피한 채 딴짓을 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렇든 저렇든 에너지의 배열이 그렇다면 단번에 물길을 돌리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소진을 반복하면서 그 후과를 응시해야 하겠지요. 관계에 에너지를 투여할수록 정작 자기 자신과는 만나지 못한다는 역설도 직면하면서요.

사적인 관계는 공부-활동에서 어디쯤에 배치되어야 좋을까요. 공부의 과정에서 에너지를 쏟고 매진해도 괜찮은 나의 일도 있었으면 합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에너지를 쏟는다고 관계가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대상은 소외되고 에너지의 방출이 목적인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7. 임ㅁ애

우리는 모두 길 위에 있는(道上, On the Road) 존재다. 이 길의 끝에 어떤 진리가 우뚝 서 있는 것은 아니다. 선생님은 부처의 이야기를 꺼내셨다. "진리라는 것도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생성되고 있는 것(The truth is in the making.)이기에, 항상 변하는 것이 진리"라고 하셨다. 그리고 "부처가 '정진하라'라고 말하는 것이 놀라운 부분"이라며, "왜 단박 진리를 말하지 않고, 그저 정진하라 했겠느냐"고 물으셨다.

그러니까 진리는 도달해야 할 종착지가 아니라, 각자의 길 위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in the making)이었다. "내가 움직이면서 생성되고 재편되는 지혜 속에서" 그 길의 지형과 경계가 비로소 드러난다. 그 길은 어느 누가 아닌, ''가 걸어야 하는,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누구의 길에 올라탈 수도, 무작정 따라갈 수도 없는 길이다.

"길은 영원히 계속되며, 걷는 게 능사"라는 방향을 제시하고 기꺼이 지표가 되어주는, 스승이라는 존재를 생각해 본다. 스승은 대신 걸어줄 수 없다. 그 애달픔을 알면서도 "걷다가 죽어버려라"고 말해야 하는 자리다. 아프고 헤매는 아이를 대신해서 아파줄 수도 없는 어미의 마음이 순간 겹쳐졌다.

부처도 알았을 것이다. 어느 누구도 자신이 갔던 그 길을 그대로 갈 수는 없다는 것을. 다만 제자들이 "전체가 '모순'"인 이 세속에서 주눅 든 채 "소소한 자아(Petty Ego)"로 남지 않기를. 모순을 명랑히 마주하고 큰 정신으로 통합하기를. 스승은 그 누구보다 헤매이고 고민하며, 그렇게 기원했을 것이다.

 

8. 조ㅇ남

공이란 것은 중을 설명하려고 있는 것입니다. 모든 것(사건, 사물, 사람)은 응하기인데, 이 때 애착을 갖지 않고 대해야 합니다. 공의 반대가 애착입니다. 인간 에너지의 전부인 리비도를 방치하지 말고, 가끔 청소해서 과도하게 집착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인간과 우주에서 중()을 잘 부리면 미소와 같은 지혜와 같습니다. 내가 말했던 현복지, 몸이 좋은 사람, 공동의 노동 개념도 중을 잡는 것과 같습니다.

 

9. 유재

아무는 고전 무용을 배우고 있다. 치마를 입고, 몸으로써 여성의 역할을 연기한다. 그 입문入門은 몸을 통해 무의식을 건드려보는 것에 대해 알려주셨던 선생님의 말씀 때문이었다고 했다. 3개월 정도의 활동을 통해 문득 알게 된 것을, 그는 다음과 같이 소개해주었다: “나는 본래 남성도 여성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붙들려 살고 있구나, 세상의 모든 것을 그에 맞추어 보고 있구나.”

선생님께 응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실 의 활동은 이미 그 자체로 무대화되어 있고, 나의 말은 누가 묻지 않아도 이미 응답하는 양형성되어 있습니다. 내가 이것을 느낀 것은 25년 전 이화여대에 강의하러 갔을 때 마주친 어떤 풍경을 통해서였어요. 거기에서 나는, ‘남자와 함께 있지 않은 여성들의 무리를 보게 되었던 거지요. 그들은 내가 아는 여자가 아니었어요. 나는, 내가 아는 여자들이란 대답하고 있는 여성들이란 것을 알게 되었지요. 내가 있기 때문에 여자는 바뀌어 있었던 것이지요. 그러니, ‘내가 아는 여자는 그냥 그 자체로서의 여자가 아니라, ‘이미 나 때문에 변질된, 왜곡된, 긴장한 그런 여자들로 보는 것이 마땅하겠지요. 이걸 아는 것, 이걸 이해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한 공부란 생각이 듭니다.”

역할이 허망하다는 것을 아는 것비록 그것이 종의 생명이 영원하기 위해 개체가 죽음과 맞바꾼 생식의 역할이라 할지라도은 아마도 공일 것이다. 하지만 또한 '함께' 끼이고 어긋나고 어긋내며 사는 사람으로서 어떤 역할이든 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아는 것이 아마도 중일 것이다. 를 알고, 스스로 중이 된다면, 그는 알맞은역할이 무엇인지를 알 것이다. 그리고 그때 나의 역할로 인해 맺어진 다른 역할의 상()을 알 수 있고, 그 앎 속에서 모른다고 겸허하게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은 어떤 앎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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