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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얻은 길.                                                         

                                                 ‘몸이 좋은 사람

 

 

1.

공부는 나(1)에서 시작합니다. (1)는 '틀'이 없는 입니다. 그래서 아직 아무것도 아닙니다. (2), 혹은 타인(2+)과 더불어 공부의 '틀이 생깁니다. '틀'은 그 가치를 인정받은 형(型)들로 구성되는데, 이 형들을 체득한 꼴은 이윽고 '본'이 됩니다. 공부의 대체는 나와 너(들), 즉 1과2(+) 사이에서 어울리며 벌어지는 지난한 대화적 수행입니다. 이 대화의 너머를 일러 ’(3)라고 부릅니다. (1)-(1-2)의 연쇄고리를 깨는 그(3)의 도래를 통해 공부는 나(1)의 가능성을 완결시키는 것입니다.

 

 

2.

모든 것은 몸에 얹혀 있습니다. 문명도 정신도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부도 몸의 분화이자 정화(精華)이며 그 열매입니다. 가령 알면서 모른 체하기도 필경 이러한 몸의 이치에 터한 것입니다. 제 몸을 무시한 채 길고 깊은 공부길을 갈 수 없습니다.

 

3

몸이 좋은 사람이라는 개념은 우선 이 몸의 사실에 대한 인식, 그 몸의 정치성에 대한 체감에 근거합니다. 그 누구도 쉽사리 체계의 바깥으로 외출하지 못한다고 하듯이 그 누구도 임의로 자신의 몸 바깥으로 나갈 수는 없습니다.

 

 

4.

생각이나 기원, 작심이나 반성은 대체로 얕게 흐르고 몸으로부터 미끄러지기 마련입니다. 변화는, 그러므로 공부는 심리와 초월적 타자의 사잇길 속에서 상호모방과 인정의 세속적 관계를 차근차근, 지며리 뚫어 가는 일기일경(一機一境)의 노력과 실천 속에서 가능해집니다.

 

5.

몸이 좋은 사람이란, 걸으면서 그 걷는 방식만으로, 살면서 그 사는 방식만으로, 그리고 존재하면서 그 존재하는 방식만으로 통속적으로 유형화된 욕망과 열정의 소비/분배구조를 깨트릴 수 있는 결기와 근기를 스스로의 몸속에 기입한 사람입니다.

 

  

6.

마음이 좋은 사람은 아직 공부가 아니며 그것은 몸이 좋은 사람이라는 이념과 그 실천을 통해 마음그 자체가 아득히 사라지는 지경 속에서야 공부의 구체적인 족적을 남길 수 있게 됩니다.

 

7.

그러므로 무엇보다도 기질을, 성향을 그리고 버릇과 몸의 운용 방식을 바꾸어야 합니다. 그로써 공부의 축을 이루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한 뜻에서, 평생, 그리고 언제 어디서라도 그 무엇이든 자신의 한 가지 버릇을 바꾸고 있어야 합니다.

 

 

8.

공부는 갖은 수행(遂行)의 총체로서, 실로 '길없는 길'입니다. '되는 것이 아는 것'이라는 어렵고 먼 수행의 지경을 연상할 수 있듯이, 길을 찾는 게 결국 길을 내는 일이며, 길없는 길을 얻는 게 결국 길이 되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