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선생님께서는 새로운 산책로를 발견하거나 개척할 때마다 정신의 길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하셨다. 그때 나는 속으로 떠올려 보았는데 취향대로 찾는 커피숍뿐, 찾는 노동이나 거하는 방식, 머무는 장소가 어떤 길과 맞닿아 있지 않아서 잠시 머쓱했다.
여러 해가 지났고 특별히 이번 장숙행에 참여하며 조금 더 단정한 걸음으로 다시 가고 싶은 장소들을 알게 되었다. 오래 바라보고 싶은 석탑과 깊게 걷고 싶은 빈터, 넉넉하게 자리를 내주는 서원 툇마루와 정원 한편 속 깊은 오래된 나무들, 재바르게 사진기를 끄고 삼가야 하는 낮은 생활의 자리 그리고 우연히 만나 더욱 감탄하였던 길 옆 경주 여인의 밥과 반찬. 내 정신의 집 안팎에 정성스레 들여놓고 싶은 장소와 사물, 그리고 사람들이 있다. 어쩌면, 공부한다는 것 그리고 정신이 커나간다는 것은 찾고 싶은 장소와 사람을 만나고 사귀며 청하여 모시는 노동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