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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6 23:05

[또다공] 뜸의 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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뜸의 쓸모

발제자 여일

인간의 몸은 생로병사를 겪는다. 생로병사는 자연의 이치이지만 세월의 풍파를 겪으면서 누구나 건강하게 살다가 편안하게 떠나기를 바라게 된다.

 

어느 날, 낡은 자전거를 즐겨 타시던 아버지는 얼굴을 쓸리고 팔을 부여잡은 채 집에 들어 오셨다. 낙상 사고였다. 그 이후로 번번이 넘어지시고 몸은 갑자기 무너져갔다. 파킨슨증후군으로 점점 몸을 스스로 가누지 못하고 얼굴은 표정이 사라지고 사람을 몰라보기도 하였다.

병원도 한의원도 어떤 약들도 별무소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가정 내 돌봄이 어려우면 보통은 요양원과 요양병원으로 들어가고 다시 회복되어 집으로 돌아온 경우는 거의 드물다. 20대에 잠깐 인연이 있었던 구당 김남수 옹의 뜸이 생각나서 2-3일마다 수백장씩 뜸을 떴다. 아버지는 기적처럼 얼굴에 다시 표정이 돌아오고 다시 걷게 되었다.

 

어머니는 오래 전부터 날이 궂으면 어김없이 드러누우셨다. 이유모를 통증이 몸을 돌아다니며 엉치를 치거나 머리를 친다는 것이었다. 어머니의 통증에 대한 하소연에도 병원에서는 별다른 시원한 답을 해주지 못하고 진통제 몇 알 처방해줄 뿐이다. 어느 해부터인가 우울증 약을 드시기 시작했고 어느 날부턴가 부쩍 충동적인 감정에 내몰려 아버지에게 한바탕 악다구니를 쏟아내곤 하였다. 어머니의 억울한 말들은 과거 실제 있었던 일이지만 어느 정도 망상적인 말도 섞이었다. 아버지에게서 뜸의 효과를 본 나는 어머니에게도 뜸을 뜨기 시작했다. 일본의 세계적인 심장병 권위자의 '가슴에 뜸을 뜨는 것보다 심장에 좋은 것이 없다'는 말이 떠올라 가슴 중앙에도 뜸을 떴다. 이제는 궂은 날에도 이유모를 통증이 확연히 줄어들고, 악다구니로 험악했던 표정은 어느 순간 부드럽고 차분하게 달라져 있었다.

 

나는 몇 년 간 허리통증으로 갖은 치료 방법을 찾아다니다가 별 효험을 못보고 포기하고 있던 참이었다. 현대의학으로도 치료가 어려운 파킨슨증후군을 뜸으로 큰 효과를 본 나는 여동생에게 뜸을 떠달라고 부탁했다. 간단한 설명으로 뜸을 뜨는 게 가능했다. 두어 차례 뜨고 난 후 1시간 운전조차 힘들었던 허리가 이제는 2~3시간도 두렵지 않게 되었다.

 

뜸은 쑥을 특정 경혈이나 통증 부위에 놓고 태워서 온열 자극과 약물 효과를 이용해 기혈 순환을 돕고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전통 치료법이다. 현대의학에서는 경락이나 혈자리는 입증되지 않는 비과학적 개념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오랜 시간 임상적으로 증명된 이론임에는 틀림없다. 뜸을 비롯한 다양한 전통의학과 현대의학의 교집합은 임상의학이다. 모든 지식은 과학적인 것이 기본토대이지만 그것만이 합리성(쓸모)의 유일한 것이 되지 못한다. 전통의학이든 현대의학이든 권/꾀의 차원에서 '되는 것'을 방편으로 삼아 쓸모가 있으면 족하다.

뜸의 장점은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들고 시술이 간단하다. 침은 좀 더 숙련된 실력이 필요하지만 뜸은 유투브 보고 몇 번 연습하면 된다. 특히, 구당 김남수의 무병장수한다는 '무극보양뜸'은 기본 뜸자리 8자리 정도만 알아도 충분하다. 그 외에 질병에 따라 1~2개 뜸자리를 추가 하면 된다. 간접뜸보다는 직접뜸이 치료 효과가 크다. 다만, 뜸 자국이 남는 게 미용 상 유일한 흠이다.

평상 시 가정상비약처럼 집안에서 뜸을 수시로 활용한다면 병원 갈일이 많이 줄어 들 것이다. 과도한 외래진료가 사라지고 의료비가 크게 절감되리라 본다. 병원은 정말 몸이 불편할 때 가면 된다. "건강은 100%가 없다"(k)는 말씀처럼 건강의 주체는 의사도 나도 아닌 것이다. 조금은 느슨하게 몸을 살피며 공대할 때 비로소 몸은 소외되지 않는다.

며칠 전, 선생님이 장숙에 소개한 글이 무척 인상 깊다.

민세(民世) 안재홍의 건강법

-정력의 절약, 집중 주의로 일정한 규칙 지키기 - 담배 안피기, 술 안 마시기, 獨身者처럼 지냅니다.

-등산, 산책에 취미를 붙여 기분을 전환합니다.

-예수, 부처, 노자, 장자 등 세속에서 벗어난 문장을 완미하여 되도록 심신의 막힘을 풀어 버리기로 유의합니다.

 

쓸모가 남다른 건강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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