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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바닥이 따뜻한 오래된 식당에서 우리는 저녁식사로 뜨끈한 수제비를 먹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시장과 기차역이 가까이 있어 사람이 많은 길을 산책하듯 걸으며 금시암으로 돌아왔습니다. 도중에  어떤 남자가, "아! 아산이 왜 이렇게 좋냐? 아산에는 왜 이렇게 예쁜 사람들이 많냐?" 하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소리나는 쪽으로 돌아보니, 그 남자는 우리 일행을 향해 외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왜 예뻐보였을까? 의논을 나눠보기도 했습니다. 누군가, "감사의 빛"을 말했습니다.  우리가 감사한 마음을 품고 있기 때문에 예뻐보이는 게 아닐까 하는 의견이었습니다. 분명한 까닭은 알 수 없으나 겨울 저녁거리를 걷는 사람들은 제가 보기에도 예뻐보였습니다.  


깊은 겨울밤 한가운데에 이르러 우리는 모임 자리를 정리하고, 남은 음식을 나누며 가방을 챙겼습니다. 

금시암을 나서기 직전 둥글게 돌며 禹步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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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집으로 돌아와 "벗겨진 베일" 못 읽은 부분을 마저 다 읽었습니다.  효신이 영화 Train Dreams를 언급하기도 하였습니다만,  살던 시대와 장소가 다르고 또 장르가 다른 두 작품 속 등장 인물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따져보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둘  다  한 남성의 전 생애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두 남성 모두 예지력이 있고, 환영(비전)을 보며 예민하게 삶의 고통을 겪어내지만, 두 사람이 속한 내면외면 세계의 끝, 즉 죽음이 다릅니다. 한 사람은 자신의 통찰력을 저주하고 또다른 사람은 끝내 不二를 획득합니다. 두 사람의 가장 큰 차이는 이들이 끝까지 의식 속에 품고 있어, 자신과 함께 있으면서 자기자신이기도 한 타자의 모습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선생님께서 지난 속속 때, "80을 살고 不二! 이 한마디를 말한다."고 하신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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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시암에서의 송년모임은 뜻깊었습니다.  

송년모임 후기를 적어보는 이 자리를 빌어, 

선생님께 감사 인사를 올리고,

장숙의 실무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선생님과 실무들 덕을 입어 

우리가 반나절과 반밤 책을 읽으며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