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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린
*
"AI는 결국 실내화를 완성한 것이 아니겠는가? 실내에서 나가는 운동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셨는데,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스쳐지나간 듯 청량하고 선득하였다. 
기계나 도구가 인간의 쓰임에서 벗어나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으면 그것은 도구가 아니라 요물이다. 
핸드폰을 집에 두고 나설 때 내 마음을 가늘게 스치던 불안과 망설임이 
산책을 하고 맨나를 하면서 사라진다. 나는 핸드폰에서 벗어나,  
밖으로 나온 것이다.  

속속을 마치고 헤어지기 직전에 차방에 모두 모여 수박을 먹었다. 
수박은 대*씨가 준비해 온 것이었는데, 가즈런하고 각이 반든한 깍뚝썰기여서 한입에 먹기 좋았다. 
몇몇이 대*씨의 칼솜씨를 칭찬했다. 
곧 헤어질 자리였다. 나는 수박을 맛있게 먹으면서, 밖의 신선함이 즐거웠다. 
내게 장숙은 밖에 있는 장소다.   

*
"우린 대체 얼마나 남을 간섭하면서 선의를 확장할 수 있는가?"
속속 강의 중에 이런 질문을 하셨는데, 이 질문의 자리가 인문의 자리라는 것만은 알겠다. 

2. 김ㅅ연
"작은 결심들이 실패하면 점점 소심해지고 작은 결심들이 항상 맞으면 마음이 점점 강해집니다.
이것은 인간 진화의 원칙이며 정한대로 하는 것이 마음을 키우는 힘입니다."라고 단보선생께서 말씀하셨다. 
그간 청소를 하는 수행을 통해 신을 만난다는 것이 진심으로 이해되지 않았었는데 이 말씀을 듣고 청소, 정리 혹은 장소화가 어떻게 자기 구제로 이어지는지 비로소 납득이 되었다. 
아무도 안 보는 혼자 있는 시간에 내 생활 패턴을 관찰하고 생활에서 작은 결심들에 실패하지 않고 작은 승리들을 축적해나가고 싶다는 의욕이 생겨났다. 

3. 심ㅈ영
선생님께서 “잘하려고 하다 보면 언젠가 슬럼프, 저항, 위기가 생긴다”고 하시며 마오토레(間を取れ, 간격을 두어라, 한 박자 쉬어라)를 말씀하셨다. 일본의 무사 미야모토 무사시는 그의 병법서 『오륜서』에서 무엇이든 빨리 하려고만 하면 박자의 사이(間)가 맞지 않아 어긋나며, 상대가 몰아칠 때는 도리어 고요하게 자세를 잡아 상대에게 끌려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였다. 즉 상대의 섣부름에 말려들지 말고 한 박자 멈추어서 바라보라는 것이다. 새로운 숙인이 되면서, 잘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아닐지, 속속에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오랜 시간 “잘하려고 하니까 그렇다”는 말을 들으며 의지, 의도가 가진 허망함과 어긋남에 대해 배웠지만, 자기 방어와 자기 보호를 위한 완벽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미등록 비인가 학교에서 느긋한 자유로움 안에서 빈틈(間)을 읽으며 잘 응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4. 단빈
지난 속속에서 공부한 것 중에 유독 '통합'이라는 개념이 강하게 와 닿았습니다. 단보 선생께서는 공부, 인격, 식견 경륜이 통합될 때 자기의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소외된 것은 실패한 것이며, 유선형이어야 잘 나아가듯, 자기 존재 역시 통합을 향해 나아가야 함을 거듭 강조하셨습니다. 소외와 분열에서 벗어나 통합을 향한 공부길을 지향하며 단단하고 힘있는 주체로 재구성되기를 희망합니다.

5. 연이정
"공부란, 나와 다른 타자를 만나는 것. 내 안에 있는 나보다 더 큰 나에 관심을 갖고 내가 모르는 내가 내가 모르는 말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내 속의 타자와 내 밖의 타자를 통합하는 것이 진정한 공부 길입니다."(단보 선생)

아직 모르는 나보다 더 큰나가 있다는 건 희망이고 설레는 일이다. 공부를 매개로 다양한 타자를 만나 조금씩 나를 이해하고 있지만, 아직 알지 못하는 나를 소외 시키지 않도록 열린 마음으로, 생활 속에서 낮은 중심을 잃지 않도록 애써야겠다.

6. 아무공
틈을 가져라. 움직이지 마라. 가만히 있어라. 무엇인가를 이룰 때 반드시 위기가 생기는 그때 너무 쉽게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면서 위기를 넘어갈 수 있는 새로운 계기가 생기도록 약간 기다려 보라.

무념 무상은 염과 상이 없는 것이 아니고 뜻대로 행하는 것이다.

무아는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생각이 실천되는 그런 사람.

무아에 들어가는 것은 사실은 내가 정한 대로 한다는 것. 행동과 뜻 사이에 별로 구별이 없다는 그런 상태를 얘기한다.

7. 숙비랑
"무사시는 아(我)가 없다고 설명하지 않고, 무념무상(無念無常)도 념과 상이 없는 것이 아니라고 해요. 무념무상은 념과 상이 없는 것이 아니고, 뜻대로 하는 것, 뜻을 세웠으면 바로 행하는 것이다라고 해요. 내가 오늘 누구를 만나겠다는 생각이 생기면 바로 만나겠다는 것. 생각이 없다는게 아니라 모든 생각을 실천하는 사람이 무아(無我)에 들어갔다고 얘기해요."(단보선생)

8. 박ㅇ름
단보선생은 수업 시간에 '마음에 호소하지 않는 삶의 형식'은 무엇일지 궁리, 실험해 보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마음이 쓸모가 없는 건 아니겠지만 마음은 자기 맘대로이니 구제를 못 하고, 마음을 다스리고 마음 밖에 나와서 실천을 통해 구제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씀이셨다.

더하여 단보선생은 무사시의 무아(無我, 일본 말로는 '무가'라고 읽는다.)에 대해 설명해 주시길 "내가 오늘 누구를 만나겠다는 뜻이 생기면 바로 만나는 것, 그것이 무아이다. 안 하겠다는 생각이 없다는 게 아니라 모든 생각이 실천되는 회로에 있는 사람을 무아에 들었다고 말한다. 무아에 들어가는 건 사실은 내가 정한 대로 한다는 거죠."라고 하셨다.

이 말씀들을 되새기며 '실천을 통해 구제'라는 말과 '모든 생각이 실천되는 회로에 있는 사람'이란 말이 마음에 남았다. 충분히 고민하여 무언가를 하길 결정했을 때 그것이 흔들려 마음을 따라가게 되는 경우에는 내가 결정한 일에 대한 교훈을 얻기가 어렵다. 그리고 일단은 흔들렸다는 사실이 나를 약하게 만드는 것 같다. 내가 잘 생각하여 결정한 일이라면, 쉽게 마음에 흔들리는 일은 없도록 나를 수련하고 단련하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9. 권ㄷ환
"민주주의는 곧 형식"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구성원은 조금 과장해서 그 구성원의 수만큼 다양한 의견들을 가지고 있다. 때로 어떤 이의 생각이나 가치관이나 의견은 다른 사람의 그것과는 절대 양립하기는 불가능한, 거의 여집합 관계에 가까우리만큼 극에 달하기도 한다. 그런데 "민주주의는 (그) 다양한 내용들을 통합하는 형식이다."(암연이장 50번, k) 이 문장은 얼핏 읽어 '내용들을 통합한다'는 말에 유념하게 된다면 결국 그 형식 안에는 내용이 알맞게, 예쁘게, 정돈되게 통합된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통합이 되려면 그보다는, 결국 깎고 깎고 깎이다 결국 내용이 그만 없어져 "텅 빈 형식"(소ㅇ광)이 되어버리는 게 아닐까. 

"공부는 형식"
우리는 각자 자신 안에도 다양한 에고의 꼴을 지니고 있다. 모두가 변덕이 특기인 에고를 지닌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각자 여러 상처와 저항 그리고 욕망과 고집을 가진 여러 인격의 에고들을 갖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 변덕의 에고이든, 여러 인격의 에고이든 간에, 그것을 결국 통합해 낸다. "외려 그같이 오연한 자기를 깎는 속에서야 어렵사리 영혼은 생기"(자본과 영혼 72p, 김영민)듯, 인격 통합의 모습 또한 깎고 깎고 깎이다 결국 마음이 텅 비어버려 "(무념무상은 념과 상이 없는 게 아니라) 뜻대로 행"(미야모토 무사시)할 수 있게 되고 "일이 닥쳐야 비로소 마음이 나타나고, 일이 지나가면 마음도 따라서 비워"(채근담)지는 상태에 달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상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통합하는 것이 즉자대자의 통합"(k)이기에, 영혼을 위한 공부, 형식을 위한 공부, 통합을 위한 공부뿐 아니라, 상대를(그것이 사람이든, 동물이든, 물건이든, 귀신이든 간에!) 이해하려는 윤리를 위한 공부도, 모짝 "(공부를 할수록) 계속 view point가 不二로"(k) 갈 수밖에 없는 셈이다.

10. 는길
“마음에 호소하지 않는 삶의 형식이란 무엇일까.”(208회 속속 中) 주어와 목적어로 “마음”을 사용할 때가 적지 않다. 마음을 앞세우고, 마음이 들뜨고, 마음을 접고, 마음이 무너지고, 마음을 억누르고, 마음이 놓이고, 마음이 편하고, 마음을 붙들고, 마음만은 그렇지 않을 거라 여기고, 마음을 빠르게 주고 또 회수하고.
지난 장숙강 강연 중에, “이토록 놀랍도록 정신적 존재가 되어버린 인간”이 그럼에도 한편으로 마음 둘 곳이 없어 붙들고 있는 것으로 ‘사랑’과 ‘종교’가 지목되었다.
어쩌면, 마음 둘 곳이 없다는 불안한 실존을 직면하지 못하면서 외려 ‘마음’을 더 강조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마음이란 〈몸〉보다 훨씬 후에 태어난 것. 몸에 비하면 여리고 부서지기 쉽고 아직은 연약한 것인데, 이것으로 너무 많은 것을 하려는 게 아닐까. 마치 세 살배기 어린 아가를 신통히 여겨 집안의 대소사를 세 살배기에게 결정하게 하며 위태로움을 자초하는 것처럼.
하루 종일 마음대로 살지 않는 삶이 있다. 다만 스스로 정(定) 한대로의 삶. 정한 대로 수행하는 삶. 마음이 아니라 마음을 이긴 생활양식으로써, 부서지기 쉬운 영역들, 차마 분열되고 소외된 것들로부터 신뢰를 얻으며 통합되어 남다른 길을 걷는다.
어느 때부터인가 〈낭독적 형식의 삶〉이라는 기표가 내게 들어와 있다. 정(定)해진 대로 발성하는 낭독처럼, 나라는 사람을 구제할 단서가 그곳에 있다.
“사람은 곧 생활”이라는 말을 배워 사용하면서도 ‘마음’이라는 본질주의적 태도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었다. 공부하는 사람이 믿을 수 있는 것은 ‘실천’이라는 말의 길을 따라서, 내가 있어야 할 곳인 이곳에, 본질주의가 아닌 실천이 관장하는 이 진영에 다시금 선다. 훗날 나도 누군가처럼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내 삶이라 불리는〈낭독적 형식의 삶〉을 이끌기 위해, 벌써 마음을 포기하고 살아온 지도 오래되었다.”

11. 유ㅅ진
이치로는 미국에서 7년 동안 홈경기가 있는 날이면 늘 같은 것을 먹었다고 한다. 아내가 만든 카레라이스다. 원정경기에서도 늘 똑같은 프랜차이즈 메뉴를 선택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이것은 기호의 문제가 아니라 삶을 단순화하여 변수를 줄임으로써 몸이 진동하지 않도록 고정시키는 형식이었다.

정한 규칙을 어떻게 사유하고 있는지,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 계속 살피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규칙은 대단한 것일 필요도 없다. 점심에 무엇을 먹을지 미리 정해두는 일 같은 별 것 아닌 것을 실천하는 데서 결국 큰 것이 생긴다. 그리고 이것은 자본주의와 불화하는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다.

12. 여일
① '처음 속속에서 화장실 사용 규칙을 듣고, 집이나 회사에서 실천해보니 생활이 왜 공부의 밑절미인지 알 것 같다'고 청강생은 말한다.
처음 장숙의 생활 규칙들이 무척 낯설었던 게 다시금 생생히 떠오른다. 장숙의 규칙이 내 몸의 감각을 다르게 함으로써 비로소 나는 공부의 첫걸음을 뗄 수 있었다. 

② 단보 선생은 어느 일본 학자의 책을 빌어서 '무아無我''무념무상無念無想'을 새롭게 풀이하셨다. 
"무아는 없는 것이 아니다. 무념무상도 없는 것이 아니다. 무아는 안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생각이 실천 되는 것이다. 정한 대로 하는 것이 마음의 힘을 키우는 길이다." 
단보 선생은 스타벅스에 3년을 이용하면서 추우나 더우나 오직 하나의 매뉴(시럽을 뺀 따뜻한 밀크티)만 주문하였다. 정한 대로 실천하다 보면 어느 새 무아에 이르는 것일까? 
'在去去去中知,行行行里觉' '걷고 걷는 중에 알게 되고, 하고 하는 중에 깨닫는다'(단보선생)
이 무아는 가만히 앉아서는 결코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의 생활에서 가능성을 탐색하며 걷고 걸으며, 하고 하는 중에 얻게 될 것이다. 

13. 독하
'무심의 방법은 유심을 잘 하는 것이다.'(단보 선생)

일본에서 운전 경험을 통해 에고의 쓸모를 말하였지만 이미 몸에 익은 것을 바꾸기 위해서는 생각의 개입이 필요하다. '좌회전은 작게, 우회전은 크게', '차선 중앙을 왼쪽 다리에', '방향 지시등은 오른쪽' 등등. 에고의 개입이 사라지면 무의식이 작동해 '자신도 모르게' 옛버릇으로 기운다. 말의 쓸모의 하나는 색인이자 아교로서 개입해 운동의 배치를 바꿔 '다르게' 행위하도록 이끄는 촉매의 역할이므로, 몸에 익지 않은 것을 '정(定)한 대로'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생각의 개입을 요구한다. 물론, 이를 뒷받침하는 '매체 정치'와 '공대'가 동반되어야 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를 테면, 앞서 얘기한 것처럼 운전대가 반대인 차를 목숨 걸고 타보는 매체 정치 말이다. 이미 몸에 익은 버릇을 바꾸기 위해서는 '수동적 긴장'을 유지하는 감정이 동반되어야 하는데 공대는 이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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