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숙강 시리즈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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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언
세 번째 강연집에서도 주된 관심인 공부(론)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삶을 (재)구성하고 견인하는 공부가 실천과 코(매듭)를 나누면서 진행되고, 지식과 실천이 행지行知의 변증법적 원환 관계를 이루며, 그 모든 공부가 자기 개입에 대한 내성적 분석과 자기 지시적 책임에 의해 필경 공부론의 뼈대를 지니게 되기 때문입니다. 개인은 스스로 무엇을 향向해 살고 있는 존재인지를 물으면서 주체를 꾸려가는데, 나는 오직 공부길의 먼 소실점과 그 가능성에 뜻을 두고 걸어왔기에 내 생활양식이 곧 공부가 되는 지점들이야말로 나의 가장 절실한 현실이지요. 이번 강의록에서는 이런 뜻을 살펴 내 일상의 단면을 드러내고 생활의 반복이 어떻게 공부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지에 구체적으로 주목합니다.
공부의 일상성과 실용성에 견결하게 착근하면서, 군말이 곁말을 좇아 불꽃놀이처럼 터져오르는 최신 수입 담론들의 갖은 변덕과 소외를 차분히 내려다볼 수 있는 자리를 얻습니다. 그것은 내 생활 속에서 가능한 이론들의 쓸모를 길게 고민하는 가운데 얻은 마음의 경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상은 초상超常으로 이어지고, 실용은 정신의 미래적 가능성에 등을 돌리지 않습니다. 이로써 ‘모든 것은 인간사’라는 전제 위에서 조성되는 공부의 새로운 통전성通全性은 바로 여기서 ‘생활공부와 현명한 관념론의 길’을 냅니다.
낮은 중심을 얻은 공부는 생활로 퍼져나가, 공부생활이 생활공부가 됩니다. 사회적 경쟁을 위한 꾀바른 암기暗記/暗技에서 벗어나 이 공부는 생활로, 인격으로, 관계로, 그리고 존재로 나아갑니다. 이로써 어느새 자기 구제의 힘으로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특정한 시냅스의 부분적 활성도가 아니라 정신 그 자체의 진화에 조응하는 마음의 경계를 바꿔가는 이 공부는 이미 그 작동과 효과에서 유물론과 유심론의 구별을 해소합니다. 바로 여기서 ‘현명한 관념론의 길’을 이해하고 훈련할 수 있습니다. 이 공부길은 쉼 없이 이어집니다. 다만 새로운 마음의 경계가 이끄는 소식을 따라서, 반걸음씩 쉬지 않고跬步不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