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5.09.26 01:42

(정)신은 공평하다

조회 수 6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002.jpg

"정신은 사물을 벗어난다." (k 선생님)

"정신은 자란다." (k 선생님)

(정)신은 무시무시하게 공평하다. 선악도 시비도 도덕도 없기 때문이다. 정신은 자신이 개입할 수 있는 물질의 배치를 얻은 후 복제를 창발하였다. 복제된 세포는 외부 조건과 응해 생명종이라는 무수한 양태를 만들며 물질계에 정신을 '표현'(k 선생님)하는 창구로서 역할을 해왔다. 생명은 물질의 속성인 열 평형에 길항하는 질서화된 에너지 덩어리다. 생명과 생명의 만남은 에너지 덩어리 간의 만남인 셈이다. 그 세세한 방식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숲을 보게 되면 우연히 만나 서로 합(겹)치거나 갈라질 뿐이다. 그 와중에 자신의 형식을 잃은 에너지 덩어리는 열 평형 상태로 회귀한다. 생명이라는 에너지 덩어리가 서로 만나는 목적이라는 것을 부여해 보자면 복잡계를 구성함으로써 정신이 깃들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불이적 정신의 관점으로 해석한 생명의 목적 아닌 목적이다. 이런 해석에 인간이 부여한 의미는 별무소용이다. 오로지 서로간 응해서 복잡계 구성에 유리한 물질의 배치가 에너지 덩어리로서 유지된다. 포식이니, 감염이니, 면역이니, 사회성이니 다 인간의 수사일 뿐이다. 정신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표현될 창구로서 적합한 물질의 배치를 자연선택하며 나아간다. 

자연선택은 정신의 것이다. 먹이 사슬이 있지만 영원한 최상위 포식자는 없다. 바이러스라는 미세한 에너지 덩어리에 의해 막강한 힘을 지닌 포식자도 자신의 형식을 잃고 분해되고 만다. 이유는 워낙 뻔하다. 바이러스와 응하는 노하우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생이라 불리든, 면역이라 불리든, 이기나 이타라 부르든 응하기 능력을 갖춘 개체만이 살아남아 대를 잇게 된다. 이는 정신이 선택한 효율적 방식일 뿐인데 타자와 응하기 능력이 정신의 능력과 별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은 최종 포식자로서 여타 생명종을 드다루며 군림하고 있지만 변종 바이러스나 암세포의 등장은 인간이 추구하는 정신의 방향성이 통합의 길을 벗어나고 있음을 지표로서 드러낸다. 암을 ‘정신의 퇴화를 알리는 하나의 지표’라고 했지만 이때의 정신은 인간에 깃든 정신으로 한정된다. 암과 변종 바이러스의 출현은 인간의 문화인 발암물질, 항생제 등속과 뗄 수 없는데 아무래도 생명 자체를 위협하는 물질은 정신의 길인 통합과는 어긋난다. 불이적 정신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암과 변종 바이러스는 정신의 방향성을 잃(잊)은 인간종의 형식을 해체하려는 정신적 개입의 양태다. 

여타 생물과 다르게 정신의 수동적 개입을 넘어 언어성이라는 능동적 개입의 길이 열린 인간의 몸은 복잡도의 첨단을 향해 내달리며 정신이 개입 가능한 유용한 창구로서의 맥을 이어왔다. 물질의 배치를 정신적으로 표현(표상)하는 계제를 넘어 발화라는 정신의 개입을 통해 언어성을 기반으로 물질의 배치를 정신적 차원에서 임의로 편집하며 드다룬다. 시공간의 탄생이다. 물리학에서 시간이니 공간이니 말하는 것은 말이 개입하는 정신적 차원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존재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시공간이라는 개념 자체가 물질의 외부다. 물질의 배치는 ‘지금 여기’만 있을 뿐인데 말이라는 정신의 조각이 개입함으로 인해 ‘지금 여기’의 외부가 창발되며 물질계에 초월적으로 ‘다르게’ 개입할 능동적 창구를 한계 없이 확장한다. 결국 인간의 언어가 정신을 지닌 생명을 스스로 파괴하는 길에서 변침해 정신의 통합 가능성을 향하지 않으면 정신의 개입은 인간종을 절멸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정신은 스스로 자라기 위해 통합을 벗어난 정신적 존재를 제거하려 애쓸 것이기 때문이다. 조화와 균형과 어울림과 응하기를 생략한 물화된 말들이 인간의 말을 그득 채우면 인간의 미래도, 그렇기에 희망도 없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38 부산 강연) 동무론, 혹은 공부와 연대가 겹치는 지혜에 관하여 file 는길 2025.10.01 47
337 = 唐詩 一句一味(15) 疑是地上霜 file 상인 2025.10.01 38
» (정)신은 공평하다 file 독하 2025.09.26 61
335 唐詩 一句一味(14) 少小離家老大回 2 상인 2025.09.24 81
334 암: 정신이 퇴화한 지표 2 file 독하 2025.09.24 114
333 빚진 자의 감사: 윤노빈 선생님 file 는길 2025.09.22 74
332 190회 속속 또다공 3 지린 2025.09.18 145
331 唐詩 一句一味(13) 卻話巴山夜雨時 4 상인 2025.09.16 149
330 唐詩 一句一味(12) 黃河遠上白云間 상인 2025.09.11 70
329 唐詩 一句一味(11) 對影成三人 file 상인 2025.09.05 80
328 唐詩 一句一味(10) 落花時節又逢君 상인 2025.08.26 80
327 唐詩 一句一味(9) 裸袒青林中 1 상인 2025.08.21 126
326 189회 속속,발제: '한나 아렌트, 전체주의를 넘어 정치의 길을 보다' file 늑대와개의시간 2025.08.15 152
325 유재통신(4) 정보과잉 시대: 현상과 대안 유재 2025.08.15 140
324 唐詩 一句一味(8) 君子意如何 상인 2025.08.12 82
323 나는 동무들을 "시간처럼" 대접한다 *출판사 제공 <동무론> 책소개 file 장숙藏孰 2025.08.10 134
322 唐詩 一句一味(7) 江淸月近人 상인 2025.08.07 86
321 唐詩 一句一味(6) 星垂平野闊 상인 2025.08.01 103
320 바로잡고 보태고 2 : ホルクハイマー, アドルノ 상인 2025.07.29 68
319 唐詩 一句一味(5) 獨釣寒江雪 1 상인 2025.07.24 135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 Next
/ 17